학내 비정규직 67% 달해… 생활관 경비 근로자 열악한 처우 특히 심각

지난 해 12월, 한동대에서 작성한 ‘2013년 자체평가보고서’에 의하면 교원과 조교, 연구원을 제외한 학내 근로자 122명 중 비정규직(계약직)의 비율은 약 36%(44명)다. 이는 용역업체에 소속된 비정규직 근로자를 빼고 계산한 결과다. ▲청소근로자 ▲식당조리원 ▲통학버스기사 ▲경비원 등으로 구성된 이들을 합치면 한동대의 비정규직 비율은 약 67%(159명)로 치솟는다. 같은 비정규직이더라도 간접고용된 근로자의 처우는 열악하다. 근로자의 임금은 10년, 20년을 일해도 최저임금 수준이다. 청소, 경비 등의 업무에서는 그마저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식비, 교통비 등 기본적인 복지혜택도 받지 못한다. 더욱이 다단계 하도급 구조에 놓여 있는 생활관 경비 근로자의 처우는 심각한 수준이다. 

 

▲ 심야 활동 마감시각, 은혜관 입구는 학생들로 북적인다. 이때는 12시 50분부터 10분간 주어지는 생활관 경비 근로자의 휴게시간이다. 사진기자 박윤우

 

   생활관 경비 근로자, 유명무실한 휴게시간

늦은 밤, 생활관을 들어갈 때마다 마주치는 분들이 있다. 바로 생활관 경비 근로자다. 이들의 조끼를 자세히 보면 ‘KT텔레캅 협력업체’라는 명함이 붙어있다. 이 협력업체란, 학교 전체의 경비 업무를 맡고 있는 KT텔레캅이 또다시 하청을 준 용역업체 ㈜엠티에스(이하 엠티에스)를 의미한다. 물고 물어지는 하청 관계 속에서 생활관 경비 근로자는 임금착취와 열악한 근무환경에 시달리고 있다.

엠티에스는 주 4일 12시간씩 근무하는 벧엘관을 제외한 나머지 생활관 경비 근로자에게 하루 7시간씩 주 49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임금을 지급한다. 이 중 42시간은 야간근무에 해당해 최저임금의 1.5배로 계산된다. 경비 업무는 ‘감시단속적업무’에 속해 최저임금의 90%만이 보장되며 ▲주휴수당 ▲휴일수당 등의 수당을 법적으로 보장받지 못한다. 이에 따라 생활관 경비 근로자가 한 달에 받는 임금은 142만 6238원(세전)이다. 이는 야간 근로 시간 중 한 시간의 휴게시간이 제외된 금액이다. 하지만 실제 생활관 경비 근로자는 휴게시간에도 근무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어 실제로 일한 1시간만큼의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근로자가 받지 못하는 돈은 한 달에 21만 1005원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청한 한 생활관 경비 근로자는 “일하고도 제 돈을 받지 못하니 속상하다”며 “잘릴까 무서워 다들 입을 다물고 있다”고 말했다.

 현 근로기준법상 휴게시간이란 ‘근로제공 의무에서 해방되어 근로자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을 의미한다. 하지만 엠티에스는 생활관 경비 근로자에게 ‘50분 일 할 때마다 10분씩 쉴 것’, ‘쉬어도 그 자리를 벗어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수시로 드나드는 학생들을 관리해야 하는 생활관 경비의 특성상 이러한 휴게시간은 유명무실한 실정이다. 이에 대해 포항고용노동지청 김상태 근로감독관은 “위와 같은 경우라면 휴게시간으로 인정될 수 없다”고 말했다.

 

   “요즘 세상에 아직도 이런 데가 있나?”

생활관 경비 근로자는 열악한 근무환경에 놓여있다. 이들 사이에서는 공공연히 “요즘 세상에 아직도 이런 데가 있나”, “인간취급도 받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생활관 경비 근로자는 2월 18일부터 현재(6월 3일)까지 100일이 넘도록 하루도 빠지지 않고 근무하고 있다. 주말도, 공휴일에도 쉬지 못한다. 작년까지 있었던 주말 대근자가 올해 들어 사라졌기 때문이다. 또한, 엠티에스는 생활관 경비 근로자의 직계가족의 결혼이나 초상이 있을 때에도 단 하루의 휴가만을 준다.

 그 외에도 생활관 경비 근로자들은 여러가지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고있다. 엠티에스는 근로자에게 ‘산재가 발생할 시 회사에 전혀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강요하고 이 각서에 가족에 서명을 받게 했다. 고령자가 많은 경비업무 특성상 산재가 발생하기 쉽기 때문이다. 한 달에 한번, 오후 2시에 잡혀있는 전체 회의 또한 밤새 일한 근로자들에는 부담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경비 근로자는 “꼭 교육을 해야 하면 퇴근시간에 가까운 오전9시에서 10시에 하면 되는데 2시에 한다”며 “2시면 일을 마치고 집을 다녀와야 하는데 이는 밤을 새고 피곤한 상태에서 잠도 못 자게 하는 처사”라며 불만을 표했다.

 짧은 계약기간도 문제가 됐다. 현재 엠티에스와 생활관 경비 근로자는 3개월 마다 계약을 맺는다. 1년이었던 기존의 계약기간을 3개월로 단축시킨 것이다. 실제 엠티에스는 근로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올 때마다 “못마땅하면 나가라”며 근로자를 협박한 것으로 밝혀졌다.

 

▲ 생활관 경비 근로자에게 지급된 3월 급여 명세서다. 형광펜으로 표시된 기본급과 야간근로수당을 합치면 한 달에 142만 6238원이다. 사진기자 박윤우

 

     문제의 원인은 ‘간접고용’

사업주(학교) 입장에서 간접고용은 책임은 떠넘기고 비용은 줄이는 ‘꿩 먹고 알 먹는’ 도구다. 도급을 맡기면 직접 고용할 시 생기는 여러 법적 책임, 업무 관리 등의 ‘불편함’을 외부화 할 수 있다. 직접 채용 시 생길 수 있는 근로자의 노동조합 결성과 파업에 대한 대비도 된다. 무엇보다도 최저가 입찰을 통해 인건비를 상당부분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간접고용으로 사업주(학교)가 챙기는 이득은 곧바로 근로자의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이어진다. 먼저 간접고용 근로자에게는 기본적인 권리를 요구할 수 있는 창구가 없다. 용역업체에서 불법을 행하고 임금을 착취해도 1년 이하의 기간마다 재계약을 해야 한다. 생활임금에 못 미치는 저임금을 받아도 노동조합을 결성하거나 파업을 하기 힘든 구조다. 근로자가 업종마다 분산돼 서로 다른 용역업체에 소속돼 있기 때문이다.

 하청이 또 하청을 낳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생활관 경비 근로자의 열악한 근무실태를 더욱 가중시켰다. 현재 학교는 모든 경비업무를 KT텔레캅에 맡기고 있다. KT텔레캅은 전체 경비 근로자 중 생활관 경비 근로자를 엠티에스에 다시 하청을 줬다. 용역업체가 두 곳이니 착취도 이중으로 이뤄졌다. 하청업체가 ㈜효성 하나뿐이었던 작년과 올해를 비교하면 그 차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지난 해에 비해 최저임금이 4860원에서 5210원으로 350원 인상됐음에도 벧엘관 경비 근로자의 임금은 116만원에서 106만원으로 10만원 가량 줄어들었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의 폐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찬석 기자 leecs@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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