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에서 서울. 심야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강행군에 지친 나를 회복시킨 것은 오랜만에 가는 집도, 정겨운 어머니의 밥도 아니었다. 한동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여유로움과 한동을 능가하는 열정으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최게바라’ 최윤현 대표. ‘따뜻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그는 한동대에서도 쉽사리 찾아볼 수 없는 한동대의 정신을 누구보다 잘 갖고 있는 ‘한동인’이다. 어제 상상하고 오늘 기획하며 내일 실행하는 그의 세상기획을 소개한다.

▲ 최게바라 기획사 대표(가운데)와 직원들                       사진제공 최게바라 기획사

  ‘최게바라 기획사’의 대표, 최게바라의 세상 기획

Q. ‘최게바라’, 체게바라라는 이름과 굉장히 비슷한데
체게바라에게 많은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이 사람이 참 멋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불의를 봤을 때 체게바라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 ‘높은 지위에 올라갔을 때 체게바라처럼 그 자리를 내려놓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었죠. 또, 졸업 직전에 갔던 남미 여행도 많은 영향을 줬어요. 남미 여행에서 체게바라가 궁핍한 이들의 실상을 봤다면, 저는 젊은이들의 ‘자유로움’을 느꼈고, 더 넓은 세상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시야가 넓어지기도 했죠.

Q. ‘최게바라 기획사’의 활동들을 보면 ‘남북청년토크’, ‘참 웨딩’ 등 활동의 스펙트럼이 참 넓은데, 활동들을 관통하는 주제가 있나요?
무엇보다도 추상적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행복하고, 사회가 건강해지면 좋겠다는 큰 생각이 있어요. 가령, 기존의 결혼식은 신랑, 신부를 돈으로 봐요. 결국, 행복해지는 건 예식장인 거죠. 이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소규모 결혼식, 합리적인 가격의 ‘참 웨딩’을 기획한 거죠(최게바라 기획사는 이 프로젝트로 고용노동부 장관상을 받은 바 있다). 남북청년토크의 경우도 새터민 분들이 남쪽에 살았던 분들과 더 친해지고,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죠. 굳이 최게바라의 뿌리를 짧게 표현하자면 ‘사람과 사회’일 것 같아요(웃음).

Q. 최게바라에게 ‘최게바라 기획사’는 무엇인가요?
저에게 이런 ‘최게바라 기획사’의 활동들은 나름의 의미가 있어요. 하나는, ‘제 꿈의 실현’이에요. 가령 저는 80년대 선배들이 밤에 막걸리를 마시면서 사회를 이야기하고, 로맨틱한 주제에 관해 이야기하는 로망이 있었어요. 근데, 요즘은 그게 어려운 거에요. 토익, 조별과제 등 굉장히 낭만이 없는 것 같고. 그게 되든 안되든 사회에 대해 같이 비판하거나 같이 꿈꿔보거나 고민해보는. 그런 것들이 별로 없는 거에요. 그래서 이런 모임을 만들었죠. 두 번째는 제가 교회를 아주 잘 나가지는 않지만, 어렸을 때부터 교회를 다닌 사람으로서 ‘사랑해야 한다’, ‘낮은 자리에 가서 돌봐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어떤 면에서는 최게바라 기획사가 일종의 신앙생활이기도 한거죠.

Q. 한동대 학생들도 창업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창업 준비는 어떻게 했나요?
저는 청년창업과 사회적 기업의 창업을 독려하는 분위기가 무서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청년창업이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사실 저는 최게바라 기획사를 시작할 때부터 ‘창업해야겠다’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씩 풀어냈거든요. 뭔가 답답하고, 막혀있던 것들을 하나씩 행사로 풀어나가다 보니까, 너무 재미있는 거에요. 그래서 먼저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어요. 하다 보니, ‘이런 식으로도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과 ‘ 여기에 올인 해야겠다’라는 확신에 사업자등록을 내고, 본격적으로 시작을 한 거죠. 그래서 저는 이 기사를 보는 학생들에게 ‘ 그냥 하나씩 시도해보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고 말하고 싶어요. ‘돈이 생긴다면’, ‘동업자가 생긴다면’, ‘아이템이 생긴다면 빵 터트려야지’ 라는 생각들 중에는 안 터지고 끝나는 것들이 많거든요. 내 삶 속에서 시도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방향이 나오는 것 같아요. 방향이 생기면, 더 나아가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것도 보이는 거죠. (웃음)

Q. 행사의 대부분이 ‘청년, 청춘’에게 맞춰져 있어요. 왜 초점을 청춘에 맞추신 건가요?
청춘이 강한 힘이 있는 존재라는 거죠. ‘청춘들은 힘이 있고, 대한민국 사회에서 위로 받고, 아파해서 다독여지는 존재’라는 한계를 뛰어 넘어, 이 사회에 큰 힘을 불어넣을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입증하고 싶어요. 청춘 안에는 강력한 열정과 잠재력이 있으니까요. 3.1절의 주역에 유관순 열사도 있는데, 그런 또래들도 있었잖아요. 민주화와 산업화의 과정에서도 우리 또래나 우리보다 어린 사람들이 사회를 움직이는 것을 봤을 때, ‘지금의 우리들은 대한민국을 얼마나 움직이고 있을까’라는 생각에 아쉬움이 있는 거죠. ‘우리는 대한민국의 주된 소비자인데, 생산자,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가’라는 생각이 드는 거죠.

Q. 한동대의 청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가 대한민국에서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하는지 같이 고민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기독교에 대해서 안 좋은 이야기가 굉장히 많잖아요. 우리가 이것을 바꿀 수 있는 젊은 세대라고 한다면, 기독교인으로서 어떤 인물이 될 것인가라는 생각이 중요한 것 같아요. 또 하나의 부분은, ‘Develop’이라는 단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어요. 이 단어는 ‘성장하다. 성장시키다, 발전하다, 발전시키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어요. 내가 누군가에 의해 성장하는 것도 아니고 성장시키는 것도 아니고, 주체가 ‘나’인 거죠. 반대말인 ‘Envelop’은 ‘감싸다, 포개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그럼 ‘Develop’은 드러내는 것을 의미하는 거죠. 그래서 성장이라는 것은 결국 내 안에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 열정을 잘 끄집어내는 과정인 것 같아요. 성장을 위해 자기계발을 하는 과정에서 독서를 하거나, 영어공부를 하는 것도 좋지만 그 과정 속에서 내 안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는 시간이 있는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거고, 그런 과정들이 안됐을 때 시간이 흐르면 정체성에 대한 고민에 직면하는 거죠. 무엇보다도 저는 방향을 작년, 29살에 잡게 됐어요.(웃음). 근데 20대 초,중반 친구들이 ‘난 아직 모르겠어’라고 말하는데(웃음) 어떻게 알아요. 그 인생 80세까지 살 건데. 너무 조급해 하지 말고 계속 풀어나갔으면 좋겠어요.
정리 윤예준 기자 yunyj@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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