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 박경록
왜 우리는 아르바이트를 하는가?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은 얼마나 될까? 학기 중 학업과 병행하기 힘들진 않을까? 이에 본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아르바이트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5월 14일부터 16일까지, 학생지원팀을 통해 전체 학생에 문자를 보내 다양한 의견을 들어봤다. 전체 응답 인원은 562명이지만 16일 이후 응답한 12명의 의견은 통계에서 제외했다. 또한, ‘학기 중 저만큼 많은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해도 공부할 시간이 있을까?’하는 학생을 직접 만나 기자가 따라다녔다.
 
한동대 학생 58% “아르바이트 해본 적 있어요”
해도, 안 해도 ‘시간’이 화두
 
설문조사에 응답한 550명 중 여자는 311명, 남자는 239명이었다. 응답자 중 14학번의 비율은 25%였으며 13학번 21%, 12학번은 15%, 11학번 12%, 10학번 11%, 09학번 이상은 16% 등 응답자는 대체로 다양했다. ‘대학에 입학한 후 아르바이트를 해 본 경험이 있습니까? (현재 하는 것도 포함)’라는 질문에 550명 중 58%인 321명은 있다고 했지만 42%인 229명은 없다고 대답했다.
 
용돈, 생활비, 경험 등 다양한 이유로 하는 아르바이트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거나 하고 있다고 한 학생 321명 중 ‘아르바이트를 했거나 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56%인 181명은 ‘생계 외 용돈 마련’을 꼽았다. ‘생계(생활비 및 학비)’를 위해 한다는 학생은 95명으로 30%를 기록했다. ‘기타’ 의견으로는 10명이 ‘경험’을 꼽았다. 학교 생활에 필요한 생활비나 용돈 마련이 가장 큰 이유인 셈이다.
‘주로 어디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까? 혹은 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41%인 131명은 ‘교외’를 답변했고, 33%인 106명은 ‘교내’를 꼽았다. ‘집 근처’에서 한다고 답변한 학생은 72명이었다. ‘주로 어떤 아르바이트를 했습니까? 혹은 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에는 42%의 대다수 학생이 ‘정기적인 출근을 요하는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대답했다. ‘교내 학교 부서, 국가 근로학생 등 기관 아르바이트’라고 답변한 학생은 19%로 62명, ‘과외’라고 답변한 학생은 16%로 51명에 달했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은 어느 정도입니까? (한 달 기준)’이라는 질문에는 ‘20만원 이상~40만원 미만’이 36%로 114명, ‘20만원 미만’이 19%인 61명, ‘40만원 이상~60만원 미만’이 15%로 49명이었다. 대체로 크게 용돈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지만 ‘100만원 이상’이라고 답변한 학생도 39명으로 12%에 달했다.
번 돈의 용도를 묻는 ‘아르바이트로 번 돈은 주로 어디에 사용합니까?’라는 질문에 47%인 151명의 학생은 ‘용돈’이라고 답변했다. ‘생활비 및 학비’라고 답변한 학생은 36%인 116명이었고 ‘갖고 싶은 물건 사기’는 10%인 33명이었다. 조사 결과, ‘아르바이트를 하는 이유’와 ‘번 돈의 사용처’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 않는 이유로 ‘공부에 방해’와 ‘시간 부족’ 꼽아
아르바이트를 했거나 한 시기를 묻는 ‘아르바이트는 주로 언제 했습니까?’ 질문에 ‘방학 중에만’ 한다고 대답한 학생은 106명으로 33%에 달했다. ‘학기, 방학, 휴학 때 모두’ 가리지 않고 한다고 답변한 학생은 121명으로 38%, ‘학기 중에만’ 한다고 답변한 학생도 64명으로 20%에 달해 다양한 시기에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학기 중에만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답변한 학생 64명은 ‘방학 때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복수 응답 가능)’이라는 질문에 34명은 ‘아르바이트 자리가 없어서’라고 대답했다. 방학 중에만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답변한 학생 106명은 ‘학기 중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복수 응답 가능)’이라는 질문에 ‘시간이 부족해서’, ‘공부에 방해될 것 같아서’를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아르바이트를 한 적 있거나 하고 있다고 답변한 학생 321명은 ‘아르바이트로 생기는 어려움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71%가 ‘있다’고 답했다. 71%에 달하는 227명은 첫번째로 ‘내 시간이 부족하다’를 꼽았다. 또한, 뒤이어 ‘공부를 할 시간이 없다’를 꼽아 시간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대체로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지만 그렇지 않다고 답변한 학생도 29%에 달해 개인차가 심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 229명은 그 이유에 대해 묻는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복수 응답 가능)’ 질문에 첫번째로 ‘시간이 부족해서’라고 답변했다. 다른 이유로 ‘공부에 방해된다고 생각해서’, ‘아르바이트 자리가 없어서’, ‘필수로 해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가 뒤를 이었다. 아르바이트를 해도 ‘내 시간이 부족하고, 공부할 시간이 부족’,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는 이유도 ‘시간이 부족해서, 공부할 시간이 방해 받아’로 시간 관리가 아르바이트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밝혀졌다.
▲ L씨가 카운터에서 커피를 만들고 있다. 사진기자 주화
 
어느 아르바이트생의 고단한 하루
 본지가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한동대에서 아르바이트를 해 본 경험이 있는 학생은 58%에 달하고 그중 70%는 아르바이트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답했다. 이에 기자는 3개의 아르바이트로 바쁜 학기를 살아가는 L씨의 하루를 함께했다.
L씨는 하루를 공부로 시작한다. 아침 9시부터 L씨는 찌뿌둥한 몸을 깨우고 공부와 과제를 한다. 씻고 나갈 채비를 한 뒤 오전 수업을 듣는다. 수업이 끝나고 서둘러 점심을 먹은 뒤 L씨는 버스 정류장으로 향한다. 학교 외부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때문이다. 오전 수업 밖에 없는 그는 오후에 주로 아르바이트를 한다.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L씨는 양덕 하나로마트 근처에 위치한 ‘설빙’에서 카운터를 본다. ‘설빙’은 양덕에 최근 새로 생긴 빙수 카페로 항상 손님들이 북적인다. 수다 떠는 아주머니, 수업을 마치고 온 고등학생, 그리고 한동대생까지, 그가 일하는 6시간 동안 약 70번의 주문이 들어온다. 그는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손님을 맞느라 눈코 뜰 새 없다. 하지만 L씨는 이 일에 만족한다. “설빙으로 옮기기 전에는 근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거기보다는 여기가 근무환경이 나아요. 분업이 확실히 돼 있어서 카운터만 보면 되거든요. 예전에는 설거지에 잔업까지 해야 했어요.” 오후 6시, 퇴근할 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되자 손님이 하나둘 조금씩 줄어든다. 빈 테이블을 닦으며 L씨는 퇴근을 준비한다.
일을 마치고 그의 몸은 녹초가 됐다. 하지만 잠시도 쉴 수 없다. 6시 반까지 과외를 하러 가야 하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두 번 그는 두 남매의 영어공부를 봐준다. 그가 과외를 하는 곳은 설빙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현대아파트다. 하나로마트 뒤편으로 다이소와 포항 성도교회를 지나 현대아파트에 도착한다. 현대아파트에는 울타리가 길게 쳐있어한참을 돌아가야 한다. 터벅터벅 아파트로 들어간다.
“남매는 공부를 썩 잘하는 편이에요. 하지만 부모가 극성이에요. 부모의 등쌀에 언제 잘릴지 모르는 게 과외에요. 상대적으로 편하고 돈도 많이 하지만요. 그래서 다른 안정적인 아르바이트도 병행하고 있어요.” 1시간 반 동안 아이들과 옥신각신 수업을 하고 나니 어느새 8시가 됐다.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10시부터 용흥동 우방타운에 있는 공부방에 아르바이트를 가야 한다. 약 2시간 동안 그는 네 명의 학생의 공부를 보조해준다. 과외가 끝나자 마자 헐레벌떡 버스 정류장으로 뛰어간다. 8시 20분에 양덕에서 육거리로 향하는 한동대 통학버스를 타야 하기 때문이다. 육거리에 도착하니 9시 15분이 됐다. 공부방은 육거리 종점에서 걸어서 20분거리에 있다. 교통비를 아끼고 운동도 하는 겸해서 그는 공부방까지 걸어서 이동한다. 10시부터 수업이 시작하기 때문에 서둘러 발길을 옮긴다. 용흥동으로 가는 길은 외지기 그지없다. “육거리에서 용흥동으로 가는 길은 우범지대에요. 가로등도 별로 없고. 양덕이 서초 강남이라면 용흥동은 강북 그런 느낌? 여기가 서민들이 사는 동네구나 하는 게 확 느껴지는 곳이에요.”
11시 50분이 되고 수업이 끝났다. 12시에 15분에 있는 막차를 타기 위해 다시 걸어 육거리 정류장으로 간다. 드디어 생활관으로 돌아가는 막차에 탔다. 통학버스는 언제나 사람이 북적인다. 생활관에 도착하니 새벽 1시가 됐다. 고된 하루를 마친 그는 쓰러지듯 잠을 청한다.
이렇게 아르바이트를 해서 L씨가 버는 돈은 한 달에 약150만원이다. 졸업을 앞둔 그가 돈을 버는 주된 이유는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서다. “아무래도 빚을 잔뜩 지고 졸업하는 것과 아닌 것은 차이가 있으니까요” L씨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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