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찾는 대안학교들

▲ 서머힐 학교의 학생들이 숲에서 자전거를 타고 있다. 사진출처 Summerhill school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스스로 배워야 한다. 교육은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을 만드는 것이다.” EBS의 <학교란 무엇인가>중에서
 
공교육의 문제, 해결책 필요
2002년 학업에 인한 스트레스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초등학교 5학년 정모 군의 일기장에는 “숙제가 태산 같다. 11장의 주말 과제, 14장의 수학숙제, 난 그만 다니고 싶다…”고 적혀있었다. 성적을 잘 받는 학생을 문제없는 학생으로 보지만, 학교 교육에서 뒤떨어진 학생들은 문제아로 낙인 찍는 현 사회 분위기는 학생에게 스트레스와 불안을 증가시키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매년 6만에서 7만명의 학생이 학교를 떠나고 있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등장한 대안학교는 억압적인 입시교육에서 벗어나 자율적인 프로그램으로 인성교육, 체험교육, 소질과 적성 개발위주의 교육을 제공한다. 이와 같은 대안교육시설은 2006년 말 28개에서 2013년 185개, 학생 수 8,562명으로 급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가 그 시초로 인정받고 있으며, 잘 알려져 있는 ‘거창고등학교’나 ‘꿈의 학교’가 활발한 교육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 대안학교가 설립되는 데에는 미국의 알바니 프리스쿨이나 영국의 서머힐의 영향이 컸다.
당신의 아이들은 당신의 아이가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완전한 자유를 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영국의 교육가 니일(A.S Neill)은 1921년에 당시로서는 앞서나가는 질문을 한다. 질문의 바탕에는 기존 제도에 대한 문제의식이 녹아있다. <서머힐>의 머릿말을 작성한 에리히 프롬은 “우리의 제도는 인간이 자유롭고 독립적이라고 믿으나, 남들이 바라는 바를 모두 다하는…이런 제도는 사람을 ‘착하게’ 만드는 하나의 제도이다”라고 말했다. 니일은 책에서 우리의 사회가 교육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고 진단한다. 그 동안의 교육은 세상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이 진단에 대한 대안으로 그는 말한다. “모든 강제를 철폐하고 어린이가 자아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주시오…그 무엇도 강요하지 마시오.” 이렇게 세워진 서머힐 학교는 93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대안학교의 성공적인 사례로 남아있다.
서머힐의 운영방식은 독특하다. 모든 학습은 학생 개개인의 학습 속도에 맞춰서 이뤄지고 있으며, 학칙부터 운영에 관한 사항까지 학생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가장 자유로운 학교이지만, 가장 교칙이 많은 학교로도 유명하다. 서머힐의 교칙은 230여 개가 넘는다. 몇 가지 교칙을 살펴보면, ▲좋지 않은 규칙이 있다면 전체회의에서 얘기를 해라 ▲수업에 들어가지 않아도 좋다. ▲ 밤에 몰래 시내로 나가면 일주일 동안 집으로 보내질 수 있다. 모든 결정은 전적으로 학생들의 몫이다.
서머힐의 성공에 자극 받아 세계 각지에 이와 같은 대안학교들이 설립되었다. 가까운 일본에는 기노쿠니 학교가 대표적이다. 1992년에 설립된 이 학교에는 학년이 없다. 대신 프로젝트식 수업이 열린다. 같은 관심을 가진 아이들끼리 모여, ‘원두막 만들기’, ‘농사짓기’, ‘양 기르기’ 등 일반 학교에서는 할 수 없는 방식의 학습을 6개월에서 1년간 수행한다. 학교의 지향점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와 함께 즐겁게 배우는 교육’이다. 프로젝트 수업이 50%를 차지하지만 나머지 시간에는 기초 교과목에 대한 수업도 실시하고 있다. 학습에 대한 평가는 학생이 생각하는 태도, 능력, 감성, 사회성 등을 놓고 평가한다. 기노쿠니의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기노쿠니 학교가 일본 공교육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교육당국은 기노쿠니의 사례를 공교육에 응용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
1987년 개교한 영국의 샌즈스쿨은 몰입을 강조한다. 학생이 흥미를 가지는 주제를 가지고 오면, 이와 관련된 과목을 담당하는 교사들이 학생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숀 벨라미 교장은 “학생은 자율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 행복 없는 교육은 교육이 아니다”라고 단언한다. 샌즈스쿨은 매주 수요일 학교 구성원 전체 회의를 통해 교육과정, 학생과 교직원 징계, 예산, 교직원 인사까지 결정한다. 학생 위주로 노는 학교가 될 것 같지만, 기본 교과목수업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각 국의 대안학교들이 공교육에 비해 파격적인 교육과정을 실제로 적용하는 데에는 교육 당국의 지원이 바탕이 되고 있다. 위에서 예시로 들었던 일본의 기노쿠니 학교의 경우, 일본 교육당국의 정식적인 승인을 얻었다. 미국의 경우, 바우처 제도와 차터스쿨 제도를 실시하고 있는데, 바우처 제도는 학생이 공립학교가 아닌 곳을 선택할 경우, 공립학교에서 학생에게 지원되는 재정만큼을 학생이 다니는 학교에 지원하는 방법이고, 차터스쿨 제도는 학부모, 교사, 지역 단체들이 공동으로 위원회를 구성하여 운영하는 차터스쿨에 최초 3년동안 재정을 지원한 후 평가를 통해 계약을 5년마다 갱신하는 정책이다. 한국의 경우, <대안학교의 설립∙운영에 관한 규정>을 통하여 인가 받은 학교에 한해 학력을 인정하고 있지만, 인가 기준인 시설과 설비 기준은 영세한 대안학교가 갖추기 어려운 조건이며 인가를 받는다고 해도 재정지원에 대한 규정은 없다.
지난 2012년 파주에 위치한 대안학교 주변의 모텔이 소음으로 인한 민원을 제기하자 교육부가 즉각적으로 학교를 폐쇄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었다. 또한, 현행법상 대안교육기관이 합법적인 설립인가를 받기 위해서는 학교의 목적, 명칭, 경비와 유지방법, 교육과정 운영계획서 등 엄격한 조건을 갖춰야 해 인가를 받는 것이 사실상 힘들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 고1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출처 꿈의 학교
선교의 못자리판을 꿈꾸다
하나님의 마음으로 학생을 키우는 ‘꿈의 학교’
충남 서산에서 선교의 꿈나무들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학교가 있다. 기독교 대안학교로 16년째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꿈의 학교’가 그 주인공이다. 아이들의 꿈을 기르는 ‘꿈의 학교’의 최수락 입학관련실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꿈의 학교는 어떤 학교인가?
꿈의 학교는 기본적으로는 잘 믿고, 본인이 정말 선교의 초석이 되기 위해 믿음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하나님께 헌신된 훈련된 삶을 살아야겠다는 각오로 오는 학생들로 이뤄졌습니다. 우리 학교는 일반 학교와 교육과정이 크게 다르지는 않지만, 기독교 문화와 성경에 입각한 세계관을 학생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1대1 맞춤수업,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학습할 수 있도록 자율성 코칭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요.
 
Q 대안학교가 ‘문제아’들이 가는 곳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과거에는 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었고, 실제로 지금도 그런 학생들의 문의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에는 많이 변해서 꼭 그렇게는 아니라고 생각하고요. 학생들도 굉장히 자부심으로 학교에 다니고 있고, 졸업생들도 많이 찾아오고 선생님들을 그리워하고, 관계나 이런 것들이 너무 좋고 이런 것을 봐서는 새로 오는 학부모들이 예전에 비하면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진정한 ‘대안’학교의 역할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대안학교라고 하면 방향이 있어야 하고, 방향이 있으면 나름의 방법이 있고, 장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학교로 얘기한다면 ‘기독교성과 리더의 교육’이 되겠죠.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재정문제 때문에 방향을 중요시하기 힘들 수도 있습니다. 특히, 대안교육기관 인가기준이 까다로워 인가를 받지 않는 학교가 있는데, 인가를 받지 않으면 학교에 대한 국가 지원을 받기 어렵기 때문에 재정상에 여유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학부모들께서 주신 학비로 운영하게 되는데, 대안학교가 돈을 목적으로 하면 시작부터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대안학교들이 대학진학만을 목표로 한다면 이 역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요.
 
Q 대안학교에 대한 어떤 부분이 개선돼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사실, 대학에서는 훌륭한 학생들이 입학해서 잘 성장하고 사회에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에서 대안학교 전형을 충분히 열어주지 않고 있고요. 따라서, 대안학교가 대학입시에 대해 자유롭지는 않습니다. 현실적으로 대학입학의 기회를 넓혀주는 것. 다시 말해서 대안학교 학생들을 인정하고 평가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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