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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눈] 기대
전광준 기자  |  jeongj@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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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5.21  11: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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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궁금했다. 선거와 선거 사이, 나의 목소리는 어디로 가는가. 유신 헌법처럼, 대표자나 국민투표에 의해서만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는 언제든 주인 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행사할 수 있으면 뭐하는가. 행사할 길이 없는데. 길을 찾지 못한 목소리들은 인터넷과 SNS에서 들끓는다. 물론 그곳에서의 논쟁이 무의미하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비슷한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끼리 정보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아무리 횡적 확장이 이뤄진다 해도 현실정치라는 층위에는 닿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와 당신의 아우성은 무익하다. 선거와 선거 사이, 우리의 목소리는 허공에 사그라질 뿐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정당이다. 정당이 귀담아듣는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정당은 사적 갈등을 수렴해 사회적 갈등으로 증폭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나와 당신의 한탄으로 끝나버릴 넋두리와 타임라인에서 사라질 사소한 이야기들 속에 감춰진 공통된 문제점을 수렴해 거대한 담론으로 뿜어내는 것이 정당의 역할이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행정부나 법의 공정한 집행을 위한 사법부 등 공익을 추구하는 집단과 달리, 집권이라는 사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정당이 헌법에 명시된 까닭이 있다. 정당이 자신의 집권을 위해 국민의 목소리를 최대한으로 수렴한 후, 이를 대표할 수 있는 설득력 있는 명제로 만들어 정치 영역에 표출하는 과정에서 공익이 자연스레 달성되기 때문이다. 정당이 제 기능을 해야 국민의 목소리는 상시적으로 국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정당은 실패했고 우리의 목소리는 허공에 떠돌아다닌다.
한동은 어떠한가. 한동도 다르지 않다. 우리의 목소리는 그 어디에도 가지 못하고 제자리에서 맴돌 뿐이다. 치킨퐁에서, 충세에서, 불 꺼진 방 위 침대에서 방돌이들과 아무리 한동의 미래에 대해 떠들어 봤자다. 말해봐야 아무 소용없고, 아무것도 바뀌지 못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모든 논의는 하나의 결론으로 수렴된다. “졸업만이 살길이다.” 예전엔 ‘졸업’이라는 결론을 도출하는 과정에 말이라도 오고 갔지만, 이제는 말 자체의 효용성에 대한 의심이 팽배하다. 한동의 미래, 혹은 비전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 치킨퐁에, 충세에, 불 꺼진 방에 가득하지 않다. 누구도 굳이 입을 열지 않으려 한다. 말을 해봐야 별로 달라지지 않았던 20년의 역사를 알기 때문이다. 말의 무용함을 깨달은 학생들은 각자의 자리에 침잠해 학점 따기와 스펙 쌓기에 몰두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한동에도 여론 수렴의 의무를 가진 기구가 있다. 바로 평의회다.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학생기구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적극적 여론수렴기구인 평의회를 구성함으로써 회원의 학생정치 참여 의지를 북돋아 바람직한 대의 민주주의를 구현하기 위해 개정하려는 것.” 2003년 11월, 이갑수(전산전자 95) 씨가 밝힌 총학생회칙이 개정되며 평의회가 만들어진 이유다. 이처럼 거창하게 출발한 평의회는 4년이 지난 2007년에서야 처음 열리게 된다. 본지는 이러한 평의회를 ‘유명무실 기구의 대명사’로 칭한 바 있다. 2005년의 일이다. 2014년, 본지 201호에 실린 평의회 간담회에서 “평의회가 뭔지 팀장도 모르거든요”라는 말이 나왔다. 10년이 지났지만 평의회는 변함없이 무능하다.
평의회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선 팀장이 평의회 의원을 맡는 현재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 팀장은 팀을 이끌고 꾸리기 위해 선출된 자리로 팀의 행정업무를 담당한다. 굳이 따지자면, 광역자치단체장과 비슷하다. 하지만 평의회 의원에게 부여된 역할은 전혀 다르다. 여론 수렴을 하며 감시감찰 기능을 담당하는 평의회 의원은 국회의원과 유사한 기능을 맡는다. 하지만 현 체제는 한 사람에게 광역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 역할 모두를 몰아주고 있다. 한 사람이 감당하기엔 꽤나 벅차 보인다. 또한, 애초에 팀장들은 자신이 선출될 때 평의회 의원을 맡게 되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정리하자면, 현재 팀장들에게 평의회 의원이라는 자리는 알집을 깔 때 자기도 모르게 설치되는 ‘11번가 바로가기’에 불과하다.
평의회의 개선을 위해선 총학생회 최고의결기구인 전학대회에서의 적극적인 논의가 요구된다. 좀 더 나은 총학생회를 위해서라도 견제기구인 평의회의 회복(사실, 회복이란 말은 어폐다. 제대로 작동된 적이 없으니)이 필요하다. 설문조사만으로 학생들의 의견을 파악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우리 모두 알다시피, 설문조사에는 질문자의 의도가 개입될 수 있어 학생들의 의견을 ‘온전히’ 담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정당의 실패요인 중 하나는 설문조사에 의한 정책 수립이다. 굳이 이를 뒤따라갈 필요는 없어 보인다. 진정한 여론 수렴을 위해서 필요한 것은 설문조사가 아닌 각 의원의 세심한 관찰과 끊임없는 대화다. 결국 평의회의 정상화가 전제되어야, 학생정치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으며 우리의 목소리가 허공에 사라지는 길을 막을 수 있다. 22일 열리는 전학대회에서 평의회에 대한 발전적인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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