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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세상
조희락 기자  |  johr@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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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5.07  05: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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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세상

   
▲ 일러스트 채윤희

1. 전광준 편집국장이 신문사에 뿌리를 내린 모습이다. 그는 신문사를 떠나는 법이 없다.
2. 이주형 대학보도부 차장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샤이니처럼 옷을 입는다. 형광바지에 롤업은 필수!
3. 박형민 사회문화부 부장이 침대에서 자고 있다. 이불을 근 몇 달간 빨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 하다.
4. 자칭 미녀 권지연 편집기자가 편집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겉으로 웃지만 속은 썩어 들어간다. "기사 왜 안 와!"
5. 모자를 벗지 않는 박윤우 사진기자는 오늘도 모자를 벗지 않는다.
6. 주화 사진기자가 샤방 샤방하게 웃고 있다. "오라버니~"
7. 잉머 성애자 조희락 기자가 잉글리쉬 머핀을 입에 문채 춤추고 있다. 조 기자는 잉머를 먹을 때마다 과도하게 들뜨곤 한다.
8. 뮬란을 꼭 빼 닮은 한지혜 기자가 국장에게 활을 쏘고 있다. "기사 쓰라고 그만 좀 보채!" 마음 같아선 미사일이라도 쏘고 싶다.
9. 신문사 집요정 이찬석 기자가 바닥을 닦고 있다. 주 업무는 자몽 티 만들기, 식량 조달, 쓰레기통 비우기다. 최근 들어 업무에 소홀하다.
10. 법학부 앞이빨 박규언 기자가 문을 열고 뛰어드는 중이다. 맥도날드 야간 알바를 뛰어서 그런지 항상 몽롱하다. 그림에는 본래보다 키가 크게 나왔다.
11. 윤예준 기자가 반바지를 입고 비니를 쓰고 있다. 윤 기자는 겨울에도 반바지를 입고 다니는 습성이 있다. 강한 채취가 특징이다.
12. 의자왕 김문구 기자가 노트북을 사용 중이다. 오늘도 의자왕에 걸맞는 패션을 검색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녀'를 위해 투블럭컷을 했다.
13. 먹보 이해진 기자가 야식을 먹고 있다. 이 기자는 야식을 먹을 때마다 어디선가 나타나는 능력이 있다. 곧 해녀로 전직할 예정이라 한다.
14. 오상훈 대기자가 충혈된 눈으로 토토 영수증을 바라보고 있다. 오늘도 잃은 모양이다.


기자 삶의 현장 속으로

아이템 찾기→아이템회의→취재→기사 쓰기→부장 피드백→국장 피드백→주간 교수 피드백→교열→신문 배포→평가회의. 2주간의 과정을 7번만 반복하면 우리의 짧고도 긴 한 학기는 끝난다. 틈틈이 밀려드는 과제와 시험공부, 팀 모임, 인간관계까지 신경 쓰려면 정말 24시간이 모자란다. 연애도 마찬가지. 직장 동료끼리 연애가 웬 말? 사내연애 따윈 있을 수 없다. 사외 연애는 정말 할 시간이 없어서 안 하는 거지 못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어딜 봐서 모자란다고…
목요일 아이템회의를 앞두고 아이템을 찾기 위해 우리는 먹잇감을 찾는 살쾡이로 둔갑한다. 이제는 볼까지 뻗은 다크서클을 드리운 채 아이템을 찾기 위해 한껏 충혈된 새빨간 눈을 연신 번득인다. 회의 시작 30분 전, 찾은 자의 여유와 찾지 못한 자의 탄식이 신문사에 엇갈린다.
아이템회의 시작! 미리 아이템을 찾아 사전 취재까지 끝낸 자의 목소리는 당당한 반면, 회의 전 짜 맞춰 겨우 가져온 자의 목소리는 점점 기어들어간다. 기자들의 살쾡이 눈에 대적하는 부장의 눈은 흡사 맹수의 왕 사자처럼 부리부리하게 빛나며 기획서의 빈틈을 지적한다.
“기자님, 이건 그냥 기자님 주관적인 생각 아니에요?”
“지금 기자님이 가져오신 기획서만 봐서는 기사가 어떻게 나올지 흐름이 전혀 안 잡혀요”
“기획서가 너무 부실해요. 이런 식으로 하시면 아이템 통과 못 시킵니다”
하하 호호 시작했던 회의가 부장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삽시간에 겨울 왕국이 된다. 그러다 아이템이 통과될 때의 그 기분이란! 이를 악물고 공부한 과목에서 A+을 받았을 때와 견줄 만하다.
아이템회의가 끝나면 부장이 각자에게 아이템을 분배하고, 우리는 맡겨진 아이템에 따라 취재에 돌입한다. 취재원에게 끌어내야 할 질문을 짠 후, 떨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취재원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바쁘다며 퉁명스레 들려오는 목소리가 우리의 가슴을 더욱 움츠러들게 한다. 그러나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전화로, 서면으로, 면대 면으로 이뤄지는 취재는 기자와 취재원 사이의 밀고 당기는 치열한 눈치싸움의 장이다. 기자는 최대한 깊숙한 데까지 캐내려 안간힘을 써보지만, 취재원 또한 만만치 않게 세다. 한편, 취재하면서 우리는 기사에 맞는 사진 컨셉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한다.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즉시, 사진기자에게 연락해 원하는 컨셉의 자초지종을 설명한다. 기사가 아무리 좋아도 그에 맞는 사진이 잘 나오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 되기 때문.
이제 드디어 기사를 쓴다. 독자들을 끌어들일 표제와 부제는 뭐로 정할까. 카피라이터의 심정으로 표제를 궁리해본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기사 쓰기에 돌입한다. 그러나 굳어버린 머리가 야속하기만 하다. 기획서와 텅 빈 워드 파일을 번갈아 보기만 수십 번… 매번 기사를 쓸 때마다 고등학교 때 준비한 대입논술시험을 치는 듯하다. 10시에 켠 워드 파일, 이후 2시간이 지난 워드 파일엔 한 문장이 적혀있을 뿐이다.
‘자고 싶다…’
그러나 잘 수 없는 우리의 기구한 운명이여! 다가오는 마감일과 기사 진행상황을 알려달라는 깐깐한 부장의 카톡을 보고 있자니 퍼뜩 정신이 든다. 기사 쓰다 커피 홀짝. 기사 쓰다 컵라면 한 젓가락. 마지막 바이라인을 쓰고 퀭한 눈을 들어보니 시계는 새벽 4시를 가리킨다. 드디어 끝났다! 기사를 넘긴 뿌듯함도 잠시. 우리에겐 두렵고 무서운 피드백이 남아있다.
“기자님, 피드백 올렸습니다”
올 것이 왔다! 올려진 피드백 파일을 열어보니 역시나. 빨간색으로 수놓아진 기사. 소리 없는 아우성과 함께 머리를 쥐어뜯으며 눈앞의 현실을 부정해보지만, 모니터 속 빨간색 글자들이 가슴을 후벼 판다. 피드백을 거칠수록 기사에 대한 자신감은 한없이 추락한다.
피드백을 거치니 훨씬 매끈한 구성과 술술 읽히는 기사로 변신했다. 그러나 이제부터가 전쟁이다. 지면에 실릴 기사들을 일일이 손봐야 하기 때문이다. 혹여 오∙탈자가 있나 없나. 글의 흐름과 맞춤법이 맞나 안 맞나…
기사 쓰기가 끝이 아니다. 기사를 신문에 싣기 위해선 편집을 거쳐야 한다. 편집기간은 편집기자와 국장의 신경이 더욱 날카로워지는 때다. 점점 흐려지는 정신을 붙잡으며 마지막 남은 체력까지 쥐어짜 내는 고통스러운 때이기도 하다. 편집기자의 마우스를 붙잡은 손은 12면을 왔다 갔다 하며 독자의 눈을 사로잡기 위한 레이아웃을 짜기에 여념이 없고, 옆에 앉아 인상을 잔뜩 찌푸린 국장은 편집기자를 향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하염없이 잔소리를 내뱉는다. 편집을 거친 기사들은 신문의 가장 보기 좋은 위치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내 기사가 자리를 잘 잡았나 확인하면 비로소 온몸에 힘이 풀림과 동시에 해방감을 맛본다.
수요일 새벽 3시, 정적을 깨고 신문사 문 틈새로 트럭의 엔진 소리가 들린다. 드디어 도착했다! 신문사에 뻗어있던 좀비들이 하나둘 일어나 트럭으로 돌진한다. 신문 2,500부를 모두 신문사 안으로 나른 후, 좀비들은 인간으로 돌아와 저마다 입가에 미소를 띠며 정신없이 신문을 읽는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웃음꽃이 폈다.
찰나의 웃음도 잠시, 수요일 오전 안에 학내 곳곳에 신문을 뿌려야 한다. 학관과 느헤미야 사이가 천 리 길 같다. 그래도 갓 태어난 신생아를 안고 가는 기분이다. 잉크 내음이 상큼하다. 신문을 안전하게 가판대와 각 기관 및 오피스에 배포한 후, 한숨 돌리나 싶었더니 ‘아차! 내일 저녁에 평가회의지’라는 탄식과 함께 두려움이 엄습한다.
‘내일은 또 얼마나 까이려나…’

우리가 사는 세상은 이렇다.

조희락 기자 johr@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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