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blirk.net
타우, 투전, 화투, 그리고 스포츠 토토까지
BC 1600년부터 2014년까지, 도박의 현주소
 
국무총리 소속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의 도박 중독자 수는 230만 명이고 *도박 중독 유병률은 6.1%이다. 영국이 1.9%, 캐나다가 1.7%인 것에 비하면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또한, OECD 국내총생산 대비 사행 산업 비중 국가 평균 수치가 0.45%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6.1%를 기록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최근 불법 스포츠 도박에 빠진 20~30대의 수가 급격히 늘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불거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도박은 무엇이며, 도박 중독이 얼마나 심각한지, 도박에 대한 규제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아보자.
도박의 역사는 흐른다
금품을 걸고 승부를 다투는 일. 사전에 쓰인 도박의 정의다. 인간 고유의 사행심을 자극하는 도박의 역사는 BC 16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고대 이집트에는 타우(Tau), 세나트(Senat)라는 도박이 있었고, 고대 로마는 운명을 점치는 도구로 도박을 이용했다고 한다. 아메리카 대륙의 원시벽화에는 도박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삼국사기>에 도박이 처음 언급되었다. 백제 개로왕이 바둑에 빠져 국사를 돌보지 않아 나라를 망쳤다고 전해진다. 신라는 738년에 당나라에서 처음 바둑을 들여왔으며, 그 후 투호와 장기의 전신인 상희 등을 들여와 고려, 조선에 전했다. 조선 시대에는 주사위 두 개로 하는 ‘쌍륙’, 각종 문양·문자가 표시된 패를 뽑아 패의 끝수로 승부를 겨루는 ‘투전’ 등이 성행하였다. 일제시대 전후엔 많은 사람이 화투, 골패, 마작 등을 즐겼고, 1980년대 들어선 화투가 인기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도박을 불법으로 규제하면서 7가지 사행 산업 ▲카지노 ▲경마 ▲경정 ▲경륜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복권(로또) ▲전통 소싸움에 한하여 합법적으로 허가하고 있다.
중독의 원인은?
“도저히 제힘으로는 못 끊겠습니다. 죽어야 도박을 끊을 수 있나요?” <한국 단도박 모임> 사이트에 개재된 질문 글 중 일부이다. 도박으로 인해 인생을 망쳤고, 본인도 그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중독자들을 얽매는 힘은 도대체 무엇일까? 중독의 원인을 한 가지로 정의할 수 없지만,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 따르면 사람들은 돈을 딴 경험에서 받았던 짜릿한 쾌감과 즐거움을 반복적으로 느끼고 싶어한다고 한다. 반면에, 돈을 잃었던 경험은 쉽게 잊어버리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익명을 요구한 한 한동대 학생은 “1주일에 한 번씩 스포츠 토토를 하는데, 떠올려보면 잃은 돈이 훨씬 많지만, 재작년 8월쯤 천 원을 걸고230만 원을 땄던 기억이 정말 강렬하게 남았다”고 말했다. 이외에 의학적으로 도박 중독이 두뇌의 질병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으며 현재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도박과 오락을 나누는 기준 불명확해
우리나라는 형법 제246조에서 ‘도박을 한 사람은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다만, 일시 오락 정도에 불과한 경우에는 예외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일시 오락 정도’의 기준이 명시되어있지 않아, 법원은 도박한 사람의 직업과 수입, 함께 도박한 사람들과의 관계, 도박에 건 재물의 크기와 도박에 이르는 경위 등을 바탕으로 판단하고 있다. 경찰은 현장에서 판돈 규모가 20만 원을 초과하고, 20 만 원 미만이어도 도박전과가 있는 사람이 존재할 경우 형사입건하고 있다.
*도박 중독 유병률: 도박중독자 수와 해당 지역 인구수에 대한 비율
이해진 기자 leehj@hgupress.com
 
 
합법적 사행산업, 공영화? 민영화?
민간 수탁의 문제 드러나며 지속적 논의 필요해
2000년 강원랜드를 시작으로 2001년 스포츠토토 출범, 2002년 경정 개시 및 온라인 복권 발행으로 다양한 사행산업이 생겨났다. 이와 더불어 주 5일제로 인한 관광, 레저산업 관심증가와 인터넷, 모바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사행산업 이용자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경제규모, 이용자 수의 증가와 함께 사행산업을 불법으로 운영하는 곳도 늘어나게 됐고, 정부는 이를 규제하기 위해 2007년 9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를 설치했다.
민간 위탁운영자들의 비리로 인한 공영화 논의
사감위의 설치와 함께 정부는 ‘합법적 사행산업의 공영화’라는 카드를 내놓았다. 이에 따라 경마, 경륜, 경정 복권 등 대부분의 사행산업은 ‘국가 공영화’에 의해 독점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최근 복권 중 하나인 ‘스포츠토토’가 ‘공영화’ 논란을 겪고 있다. 축구와 농구 등 스포츠 사업을 대상으로 한 복표 사업인 스포츠토토는 2001년 10월 체육진흥공단(이하 공단)의 관리 감독하에 타이거풀스가 위탁 운영을 시작했다. 하지만 1년여 만에 로비 의혹과 적자로 사업을 중단했고, 2003년 7월 오리온이 스포츠토토를 인수하면서 2012년 발매액은 2조 8435억 원에 이르렀다.
발매액 등 사업의 규모는 커졌으나, 국정감사와 검찰 조사를 통해 횡령 등의 문제가 있음이 드러났다. 위탁운영의 문제가 계속해서 드러나자 공단은 스포츠토토 사업을 직접 운영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2012년 당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이었던 윤관석 전 민주당 의원은 스포츠 산업의 공단 공영화를 골자로 하는 ‘국민체육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2013년 법안에 대한 논의가 한 해 동안 연기되며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공영화, 찬성 반대 측의 첨예한 대립
공영화 문제에 대해 관계자들의 의견은 찬반으로 나뉜 상태다. 찬성 측에서는 ‘투명성과 공공성 확보, 그리고 비리 근절’을 중심 의견으로 내세우고 있다. 송명규 체육과학연구원 박사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사행산업의 특성상 국가 차원의 관리와 더불어 투명성과 공공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공영화는 사회적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기금을 조성해야 하는 배타성이 존재하는 사행산업의 목표를 달성하는 데 효율적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송 박사의 주장처럼 오리온이 스포츠토토를 운영하는 기간에 비리가 일어났고, 찬성 측은 국정감사와 감사원 감사, 문화부 감사 등을 통한 투명화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반대 측은 ‘공기업의 낮은 생산성과 검증되지 않은 운영 능력’을 이유로 들고 있다. 민간단체인 ‘도박 없는 사회’는 “정부가 사행산업의 운영까지 맡는다면 세금·기금 조성을 확대하기 위해 사업 투명성, 건전성은 훼손될 것”이라면서 스포츠토토 공영화를 강력히 반대했다. 또한, 김상범 중앙대 교수는 “공기업의 낮은 생산성, 검증되지 않은 공단의 운영 능력 등으로 기금 마련이 불확실하며 사업 건전성에 대해 민간기업이 경쟁력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공단이 운영하는 경륜, 경마 사업은 2002년부터 발매 정체 상태에 있다. 2002년 발매액 3조1,000억원에서 10년이 지난 2012년에도 3조2,000억원으로 제자리 걸음이다. 1인당 매출을 보더라도 스포츠토토는 103억원, 경륜, 경정은 49억원으로 2배 이상의 차이를 보인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스포츠베팅 사업을 민간위탁에서 국가직영 구조로 전환한 일본은 순수 스포츠배팅 상품의 발매액이 1년만에 30% 이상 감소했다는 결과가 있어 공영화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감독하지 못하는 감독위원회
정부와 사행산업의 관계 사감위 운영 어렵게 해…
한편, 사행산업 민영화와 공영화에 대한 논의가 지속되며 전문가들은 국가의 사행산업 통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2월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민속박물관 대강당에서 열린 ‘사행산업 건전 발전 종합계획안 관련 공청회’에서 제주 한라대 마사학부장 김병선 교수는 “사감위의 1차 종합계획은 불법도박 근절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 미흡하며, 불법도박의 급속한 확산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정부기금의 상당부분 사행산업으로 충당돼
통제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정부가 도박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2012년 스포츠토토를 통해 조성된 기금만 8666억원으로 지난해 조성된 기금의 80%에 이르렀고, 지난 12년간 스포츠토토를 통해 마련된 기금은 3조5250억원이다. 이렇게 모인 금액의 60%는 환급금으로, 27~30%는 국민체육진흥기금으로 귀속됐다. 또한, 지방정부는 2012년 1조6000억원 가량의 지방세 수입을 도박에서 거뒀고, 중앙정부는 2012년 2조8000억원의 각종 기금을 도박수익으로 조성했다 그 중 1249억원은 농림축산부와 문체부 장관이 정하는 바에 따라 집행할 수 있으며, 이 돈은 예산 외로 운영돼 국회의 통제도 받지 않는다. 정부의 이 같은 이해관계 때문에 합법도박을 감시하는 사감위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도박장을 운영하며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1년 예산이 100억원도 안 되는 사감위가 이를 제대로 감독하기란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사감위 구성과 역할에 대한 뚜렷한 규정 없어
사감위의 구성원이 비상임이라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사감위는 국무총리 산하 독립위원회지만, 사감위원들은 모두 비상임이다. 이에 대해, 지난 2012년 8월 23일 열린 사행산업 감독체계 토론회에서 참여연대 이헌욱 변호사는 “문화재정부 등 사행산업을 관리하는 각 행정부처에서 1년 단위로 사감위에 파견돼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인데 이 짧은 기간 동안 사감위가 제대로 감독을 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이 변호사는 사감위의 권한이 독립돼야 함을 지적했다. 사감위는 사행산업의 법에 의한 ‘통합적’ 관리감독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하지만 현재 사행산업은 각 행정부처인 ▲기획재정부(복권)▲문화체육부(카지노, 체육진흥투표권, 경정) ▲농림축산식품부(경마, 전통소싸움)에서 발생하는 기금을 관리하고 있으며, 인, 허가권 등 실질적인 관리권도 각 소관부처에 있다. 지난 2008년 2조 7000억원이던 불법 사설경마 규모는 2012년에는 8조 4000억원으로 211% 급증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사행산업의 규모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업종별 소관부터가 관장하는 개별법의 효용성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
이 외에도 불법 사행산업에 대한 규제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사감위의 역할이 불분명하다는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본래의 설립목적과는 다르게 입법 과정에서 불법 사행산업이 관리대상에서 제외되고 합법 사행산업만이 관리대상에 포함됐다. 그 결과, 각 소관부처가 존재하는 합법화된 사행산업들은 이중으로 규제를 받고 있는데 반해, 불법 사행산업은 사법기관의 규제만 받고 있다. 한국행정학회보에 기재된 논문 ‘불법 사행산업의 실태 및 대응 전략에 대한 연구’는 “사감위법을 전면 재개정해 사감위가 불법 사행영업에 대한 감시와 단속에 집중하게 하는 반면, 합법 사행산업 및 감독은 소관부처가 책임지고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사감위법 개정 법안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한 채 몇 년 째 표류 중이다.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