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공 포항시청
동빈 내항 탐방기
“……어부들은 폭풍이 잠잠해져 물고기들이 미끼를 쫓아 수면으로 올라올 때를 기다리며 카페에서 북적댔다. 서대기, 놀래기, 홍어가 밤의 여행에서 돌아올 시각을 기다리는 것이다. 날이 점점 밝아 왔다……” 소설 〈그리스인 조르바〉가 묘사하는항구에는 어부들의 삶이 묻어 나온다.
 
포항 동빈 내항도 마찬가지다. 지난밤의 달빛 같은 커다란 전구를 하나 매단 조그마한 고깃배가 서서히 내항으로 미끄러지듯 들어온다. 배들은 먼바다에서 갖가지 해산물을 싣고 와 자랑스럽게 내보인다. 배에 실려있던 고기가 크기에 따라 분류된다. 요즘에 많이 잡히는 어종은 가자미와 청어, 문어다. 고기들은 대단한 힘으로 공기 속을 헤엄친다. 어부들은 통이 가득 차는 날에는 기쁘다가도 통이 조금이라도 비는 날에는 식솔들 먹여 살릴 생각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해는 벌써 어시장 앞의 넘실대는 바다에 밝은 햇살을 흘리고 있다. 햇살은 물에 풀어놓은 물감처럼 퍼져 온 바다를 감싸 안는다. 이와 함께 새벽 사람들의 하루도 새롭게 시작된다. 어시장의 사람들이 새벽을 여는 모습을 보면 차가운 새벽 공기에 식어 사그라져 가는 입김처럼 작은 행동에도 삶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다.
 
어시장을 뒤로 한 채 포항 운하 관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동빈 내항의 역사를 보기 위함이었다. 동빈 내항은 섬으로 이루어진 포항의 큰 항구로서 많은 물고기가 잡히던 곳이었다. 특히 정어리가 많이 잡혀 일제 강점기 때는 일제가 동해안 일대에 정어리로 기름을 짜는 공장을 지어 공업 연료로 수탈하였다. 50년대에는 동해안의 농수산물이 유통되는 중심지였고 6ㆍ25 이후에는 *파시가 성행하기도 했다. 이후 포항은 70년대에 포항 종합 제철소가 들어서면서 철강 도시로의 길을 걷게 되었다. 이때 형산강을 직선화하면서 수질이 오염되었다. 죽은 물고기가 둥둥 떠올랐을 만큼 수질 오염 정도가 심해 포항시에선 여러 번 준설 작업을 하였지만, 일시적인 효과일 뿐이었다. 운하가 준공되고 나서 수질이 많이 개선되어 2급수 판정을 받게 되었고 현재는 숭어와 붕어 과인 황어 같은 어족들이 살고 있다.
 
포항 운하 관에서 더 내려가면 유원지를 따라 걸을 수 있는 길이 물길을 끼고 펼쳐져 있다. 특히 길옆에는 포항 스틸 아트 페스티벌 수상작들이 전시되어 눈을 즐겁게 한다. 안경 쓴 고양이와 꽃으로 만들어진 구를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오는 동시에 무슨 의미를 담고 있을까 생각에 잠기게 된다.
 
물결은 새벽에 풀었던 햇살을 싣고 와 포항 운하에 장난스럽게 퍼뜨리고 있다. 운하를 흐르는 물길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포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고 있다. 이 물줄기를 타고 옛 선원이 묵혀둔 이야기들은 선원들의 입을 타고 전해져 공기 중의 미약한 비린내로만 남아있다. 강 위를 지나가는 배가 비린내를 흩어내고 드넓은 바다로 나아간다. 포항의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물줄기처럼 포항은 과거의 낡은 공업도시의 틀을 벗고 새로이 해양 관광 중심 도시로 탈바꿈하려는 준비를 조심스레 해 나가고 있다. 따뜻한 햇볕이 비추기 시작하는 봄, 만물이 새로운 주기를 시작하는 이 찬란한 계절에 포항운하를 거닐며 물길을 타고 흐르는 이야기를 들어봄이 어떨까?
 
*파시: 고기가 한창 잡힐 때에 바다 위에서 열리는 생선 시장
 
포항운하관 교통 정보
학교 버스로 육거리 하차 후, 북구청 쪽으로 이동(선린병원 방향)
북구청 정류장에서 160번(문덕, 용흥) 승차 후, 포항 운하관 정류장에서 하차(8개 정류장 이동)
 
동빈 내항의 물길은 미래로
동빈 내항 주민과 행정 기관 소통의 결과
포항 관광 명소 거듭날 것
박승호 포항시장의 공약 중 하나로 지난 2012년 착공된 포항 동빈 내항 복원 사업이 2014년 1월에 이르러 완공되었다. 구시가지에 새로운 원동력을 제공하고 환경 복원과 더 나아가 해양 관광 중심도시로의 발전을 목표로 하는 이 사업은 1600억 원 가량의 비용이 투입되었다. 포항 시민들은 물론이고 많은 사람의 관심을 끈 대형 건설 사업이었다.
 
포항 운하가 준공되고 난 후 그 당시 이해 주체 간의 평가는 어떨까? 익명을 요구한 포항 죽도 수협 공판장 상인은 포항 운하 건설 계획 발표 당시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던 것에 대해 “건설 초기에 있었던 문제 중 하나는 동빈 내항 부근 다리의 높이 문제였다. 하지만 포항 시장을 비롯한 여러 직원이 많은 노력을 통해 다리 높이를 수정하고 길도 많이 넓혀 문제가 잘 해결되었다”고 매우 만족해하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포항 운하 부근 도로 가에 거주하는 익명을 요구한 정 모 씨는 “포항 운하가 잘 준공되어 포항 시민으로서 기쁘지만, 보상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아 진정서를 넣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건설 당시 시에서 산정한 피해 범위 외에 중장비에 의해 진동, 벽에 금이 간 것 등의 피해가 있었다.”고 의견을 밝혔다.
 
▲ 제공 포항시청
 
다시 흐르는 포항
포항 운하는 해양 관광 도시 발판”
포항 운하 준공에 실무적인 역할을 담당하였던 포항 시청 건설 환경 사업소의 업무 시설과 토목 담당 김현구 계장의 협조를 얻어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Q포항 운하를 처음에 기획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나?
A 1960년대 후반에 포스코가 건설되기 전에는 형산강 물이 동빈 내항으로 흘러가는 지류가 있었다. 포스코가 건설되면서 큰 배가 정박하기 위해 형산강 유로가 굽어 있다가 직선화가 됐다.이에 용지 정리한 흙을 형산강에서 동빈 내항으로 흐르는 물길에 메워 이주 택지 기반을 같이 만들었고,흐르는 물에 흙을 메우는 과정에서 동빈 내항의 오염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박승호 포항시장이 취임하면서 포항 운하 사업을 공약 제1호로 추진하였다.
 
Q포항 운하의 파급효과는 어떻나?
A관광객이 포항 운하를 방문한 후 포항의 지역 상권으로 가면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창출된다. 앞으로 포항 운하를 기점으로 워터 테마파크나 문화 시설을 유치하여 관광도시의 면모를 갖출 계획이다. 그뿐만 아니라 냄새가 났던 동빈 내항이 통수되면서 그 다음 날부터 물고기들이 돌아왔다. 경제적 측면만이 아닌 환경적 측면에서도 많은 성과를 거둔 셈이다.
 
Q포항 운하 건설 계획이 발표된 후 이해 주체들과 많은 갈등이 있었다고 들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에서 했던 노력과 그 과정에 대해서 알고 싶다.
A우리 사업 구역에는 479동 건물을 철거, 827세대 2,225명을 이주시켰다.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이 포항 운하 반대 대책 위원회를 열어서 포항시청 측과 1년 정도 싸움을 했다. 보상액이 낮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관련 부서 공무원들이 주민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 발생하고 있는 데모는 운하 공사를 하게 되면서 중장비들에 의해 집들이 기울어진다든가 균열이 생긴 것에 대한 것이다. 시공 전의 공법에 의해 발생할 피해 범위에 대해 보상을 했지만, 영향권 외의 주민들에게도 예상하지 못한 피해가 발생했다. 이에 대해 우리 시에서는 원만한 합의를 위해 노력 중이다.
 
Q포항 운하가 추구하는 미래의 모습은 어떻나?
A대부분의 축제를 포항 운하에서 여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앞으로 스틸 아트 페스티벌 수상작들을 먼저 포항 운하에 전시되게 할 것이고 불빛 축제도 포항 운하에서 열게 될 것이다. 포항이 그동안 철강 산업으로 지역 경제를 이끌었지만, 앞으로는 해양 관광 도시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할 것이다.
 
포항 운하는 여러 주체의 의견 도출 과정이 포함되어 조율된 결과였다. 이를 발판으로 삼아 각 주체 간에 원활히 소통할 방법을 찾아내고 해양 관광 사업으로의 도약을 통해 환동해권 시대의 중심도시로 나아가는 포항의 모습을 보게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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