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어디까지 가봤니? (3)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 앉습니다. 세상엔 나누어줄게 많다는 듯이..’ 안도현 시인의 ‘가을엽서’라는 시의 일부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자기 한 몸을 희생하는 낙엽이 빛나는 가을이다. 가을을 맞아 곱게 화장한 나뭇잎과 산, 그리고 절이 만나 어우러져 절경을 연출하는 포항의 명소, 오어사에 다녀왔다.

 

죽은 고기도 되살아나는 곳


오어사는 대한불교조계종 11교구 본사인 불국사의 말사로 <삼국유사>에 나오는 사찰 중 하나다. 신라 진평왕(眞平王) 때 창간된 오어사는 처음에는 지명을 따라 항사사(恒沙寺)라 불렸었다. 후에 원효대사와 혜공선사가 이곳에서 수도할 때 계곡에서 고기를 잡아먹고 법력으로 다시 생환토록 하는 시합을 했다고 한다. 그 중 살아난 한 마리를 두고 두 스님은 서로 자신이 살린 것이라 주장했고, 이로 인해 ‘나 오(吾)’와 ‘고기 어(漁)’자를 써 오어사라 다시 이름 지었다고 한다.

 

자연 속에 녹아든 대웅전


오어사에 들어서면 한 가운데에 대웅전이 자리잡고 있다. 경상북도문화재자료 제88호인 대웅전은 웅장하고 화려한 느낌은 아니지만, 비바람 속에 굳게 뿌리를 내리고 서있는 작고 알찬 나무와 같이 오어사의 중심을 지키고 있었다. 대웅전을 살피던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꽃봉오리가 점차 활짝 핀 꽃이 돼가는 과정을 새겨놓은 문살이었다. 세세한 부분에까지 아름다움을 가미한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또한, 오어사의 사찰 주변에는 거대한 나무들이 마치 사찰을 지키듯 곧게 서 있다. 키가 높은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엽은 사찰과 어우러져 가을의 정취를 한껏 풍겼다.

 

 

 

 

 

 

 

오어사 동종과 원효의 삿갓


한편, 대웅전 뒤편에 위치한 성보박물관에서는 오어사 동종과 원효대사의 삿갓을 볼 수 있다. 오어사 동종은 신라시대의 형태를 하고 있는 고려 범종으로, 고려 고종 3년 주조됐으며 다른 나라에서 볼 수 없는 *당좌를 따로 둔 형태를 취하는 등 그 역사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된다. 오어사 동종 옆에는 원효대사의 삿갓이 위치하고 있다. 원효대사의 삿갓은 실오라기 같은 풀뿌리들을 재료로 해 정교히 만들어진 것으로, 그 위에 겹겹으로 붙인 한지에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뒷부분이 거의 삭아버렸지만, 원효대사가 그 시절 사용했던 물건이라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운치 넘치는 높은 산의 경치


오어사를 둘러본 뒤 오어지(오어사 옆 호수) 위에 놓인 다리를 지나 원효암으로 올라가보았다. 약 600m 가량의 험한 산길을 오르면 원효암이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낸다. 힘들게 올라온 손님을 맞이하기라도 하듯, 원효암의 초입에는 약수터가 시원한 물을 뿜고 있었다.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니 불공을 드리는 전각과, 암자를 구경하러 온 관광객들 그리고 자연 모두가 하나의 풍경화처럼 느껴졌다.


내려오는 길에는 ‘오어지 둘레길’을 한바퀴 걸어보았다. 원효교를 건너며 걷기 시작한 둘레길에서 강과 함께 쫙 펼쳐진 오어사의 전경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출렁다리를 건너 오어지를 따라 형성돼있는 등산로를 걸었다. 길은 걷는 중 군데군데 좋은 글귀가 새겨진 감사나눔 팻말이 눈길을 끈다.


수백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오어사에는 구경 온 사람은 많았지만 사람의 손길이 닿은 느낌은 적었다. 그래서인지 오어사를 거니는 동안 자연의 풍경과 사찰의 아름다움을 한껏 느낄 수 있었다. 점점 추워지고 있는 지금, 겨울이 본격적으로 찾아오기 전에 오어사의 연못과 단풍을 보며 마음은 따뜻하게 한번 데우고 오는 건 어떨까?

 

 

교통편: 시내에서 오천행 102번, 300번 시내버스 이용 (12분간격 운행) 오천 구종점에서 하차 후 오어사행 버스 탑승 (1일 11회)

 

 

모휘정 사진기자
박형민 기자 parkhm@hgupress.com

 


*당좌: 종을 칠 때에 망치가 늘 닿는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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