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된 전력난으로 힘들었던 올여름을 기억하는가. 특히나 무더웠던 올여름, 우리나라는 전력수급경보만 30회 이상 발령될 정도로 전력이 부족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민간 전기 사용 절감에 대한 대책만을 내놓았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대책들은 전력난의 근본적인 원인과 그 해결책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 전력난은 사실 지난 5월에 터졌던 원전 비리로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원전 의존도는 31% 정도로 매우 높아 원전 한 기의 가동 중단도 전력 공급에 매우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5월 28일, 원자력 발전소 신월성 1호기와 신고리 2호기가 부품 시험 성적서 위조로 불량부품이 사용된 것이 밝혀져 가동이 중단됐다. 그로 인해 이번 여름에는 이전에 멈췄던 원전들을 포함해서 우리나라 원전 23기 중 10기가 가동을 멈춘 채로 있었다. 전력위기의 원 인은 결국 원전비리로부터 온 것이었다.


원전 비리는 올해 갑작스럽게 나타난 사안이 아니다. 바로 지난해 11월 5일, 부품 시험 성적서 위조로 영광 원전 5, 6호기의 가동이 중단됐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핵심 부품 결함으로 영광 원전 3호기와 울진 원전 4호기도 함께 가동을 멈췄다. 그 후 반년 채 지나서 원전 비리 문제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원전비리가 이렇게 끊임없이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원자력 분야의 독점성으로 인한 원전 마피아의 구조적인 비리 유착 때문이다. 원자력이 진입 장벽이 높은 분야라는 점을 이용해 원전 관련 업계에는 ‘끼리끼리 해먹는’ 인적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그들만의 끈끈한 유착관계로 그들이 부품을 생산해 그들이 검증하는 구조가 돼 버린 것이다.


그동안 비리에 관련된 많은 수사가 거듭되며 원전 마피아를 색출하는 작업이 이뤄져 왔다. 부품 시험 성적서를 위조한 기업 JS전선의 고문과 새한티이피의 대표를 시작으로 납품 청탁과 금품 로비에 연루된 한수원의 주요 인사들까지 혐의가 인정됐다. 그런데 이보다 놀라운 것은 9월과 10월의 수사에서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김종신 전 한수원 사장의 수뢰혐의가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정부 고위직 관계자들의 혐의 사실로 봤을 때 더 윗선의 비리 연루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은 끊이지 않는다.


지난 10월 말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원전비리를 본때 있게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원전비리의 근본(根本)을 뽑기 위해서는 원자력 업계의 폐쇄적 운영구조를 타파하고 비리의 우두머리를 밝혀내는 등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앞으로 대한민국의 원전을 이끌어 나갈 정부와 원전 관련 인사들에게는 단순히 겉핥기식이 아닌 발본색원(拔本塞源) 의 자세가 필요하다.

 


윤준영 기자 yoonjy@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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