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실시된 제 18대 대통령 선거의 결과로 박근혜 정부가 출범했다. 하지만 5년의 임기 중 1년이 지난 지금까지 대선과 관련해 지속적인 논란이 일고 있다. 야당은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이 선거개입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며 이와 관련해 선거관리위원회의 개표오류,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 원장의 재판 등의 문제들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2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14번째 재판이 열렸다. 이번 재판에서 검찰은 국정원 선거개입의 증거로 121만 건의 SNS자료를 추가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검찰의 태도를 통해 우리가 ‘국정원이 선거개입을 위해 얼마만큼 글을 작성했는가’에 초점을 두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실제로 인터넷 검색창에 ‘국정원 선거개입’을 입력하면 ‘국정원이 작성한 글이 얼마만큼 되는가’라는 주제에 대해 첨예하게 대립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우리의 논점이 ‘국정원이 작성한 글의 양’에 맞춰져야 하는가?


국정원은 ‘자유민주주의체제’를 수호하며, 대한민국의 발전과 번영을 뒷받침하는 국가기관이다. 이들이 공권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신뢰에 기반한 ‘권위’가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 ‘선거개입’이라는 사건이 발생한 후에 우리는 국정원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가? 이번 ‘선거개입’의 문제는 단순히 ‘국정원 선거개입’의 문제를 넘어서서 국가기관에 대한 신뢰가 실추된 것의 문제이다.


한편, 야당은 이번 사건의 자세한 조사를 위해 ‘국정원 개혁특별위원회(이하 개혁특위)’와 ‘국정원 특별검사제(이하 특검)’를 도입하자는 입장을 입장을 밝혔다. 반면, 여당은 특검 도입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여당이 많은 의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야당의 힘으로만 특검을 통과시킬 수 없는 실정이다. 여당의 반대는 국정원 선거개입이라는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으며, 국민이 ‘대통령의 하야’라는 극단적인 구호를 외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이는 현 정부에 국민들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요구는 감정적이며 우발적이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대통령의 하야’는 거의 이뤄질 가능성이 없고, 결국 국민이 할 수 있는 것은 민주주의 시민답게 ‘투표와 자기의사의 표출’이라는 무기를 행사하는 것이다. 만약 진정으로 이번 사태를 매듭 짓고자 한다면, ‘대통령 하야’와 같은 감정적이고 일시적인 생각이 아닌 특검 도입과 편향된 의석 수의 배분 등 근본적인 문제로 눈을 돌려야 하지 않을까?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번 사태는 ‘국정원의 선거개입 여부’가 아닌 ‘신뢰를 상실한 국정원’, 더 나아가 ‘국가기관’에 대한 문제이며, 이에 대해 분노하여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잘못된 일들이 답습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므로 ‘노력’의 주체인 국민들이 현 상황뿐 아니라 더욱 깊은 곳에 논쟁의 초점을 맞출 수 있길 기대한다.


윤예준 기자 yunyejun@hgupress.com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