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양자주를 만나다

‘인간사이의 소통의 단절’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화가가 있다.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의 아티스트 집단과도 협연을 펼치는 등 다채로운 활동을 하는 작가 양자주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 11월 2일부터 17까지 16일 간 ‘Lost in this moment’를 주제로 전시회를 진행한 그를 만나봤다.

즉흥적인 에너지를 그림으로 표현하다


작가 양자주는 그래피티, 페인팅,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사람 사이의 ‘단절’이라는 부조리를 이야기한다. 빠른 시대 속에서 소외되고 있는 사람들과 그들이 겪는 상실감, 외로움 등을 주된 소재로 삼아’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양 작가의 캔버스는 대부분 ‘인간의 형상’으로 채워져 있다. 고독과 소외로 인해 괴물이 돼버린 인간을 표현한 <몬스터 시리즈(Monster series)> 외에도 <더 페이스(The face)>, <디어 피플(Dear people)> 등 여러 작품에서 인간의 형상이 드러난다.


양 작가는 자신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표현하기 위해 ‘즉흥’이라는 하나의 방법을 택한다. 그는 “그림은 결국 구상이 아닌, 생각의 산물인 것 같다”며 즉흥적 페인팅을 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즉흥적인 페인팅은 결과보다 페인팅의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그는 DJ, 무용가 등 다른 아티스트와의 협연을 통해 관객과 페인팅의 과정을 공유한다.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서 캔버스 악기(Canvas Instrument)라는 도구를 사용해 새로운 페인팅을 시도했다. 캔버스 악기는 작가가 페인팅할 때 캔버스 표면에 위치만 스프링을 건듦으로써 발생하는 흔들림으로 소리를 만들어내는 도구이다. 이때 종이컵은 스프링의 흔들림을 한 곳으로 모아줘 컴퓨터로 흘러 들어가게 한다. 컴퓨터로 흘러 들어온 흔들림은 이번 전시회를 함께 준비한 아티스트 하쿠성호(haku sungho)에 의해 소리로 변환된다. 이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음악은 양 작가에게 자극을 주고 작가는 음악, 페인팅과 상호작용을 하게 된다.

육체의 에너지를 담은 페인팅


즉흥적 페인팅의 과정에서 작가는 손을 그림의 도구로 사용한다. 붓을 사용하는 대신 손으로 직접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이는 육체의 에너지를 캔버스에 담아내기 위함으로, 작가는 이러한 기법을 캔버스에 국한시키지 않고 건축물과 폐품에까지 적용시킨다. 캔버스보다 훨씬 거대한 공간을 지닌 건축물과 폐품에 페인팅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움직임과 육체에너지가 담기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회에서 작가는 도시의 시간 속의 단절을 표현하기 위해 재개발지역에서 가져온 가구 등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진열된 작품에 사용된 모든 물건이 검은색으로 페인팅 돼있었다. 이에 대해 작가는 “무광검정은 굉장히 고급스러운 색”이라며 “버려진 재료들을 검정색으로 페인팅 해 그 가치를 높이고, 아무것도 없는 듯한 느낌을 줘 관람객들이 자신의 경험을 작품 위에 덧입힐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이 작품의 그림자는 마치 인간의 형상과 같았고 기자는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도시 속에 버려진 인간’을 느낄 수 있었다.

11월에 언오피셜 프리뷰 갤러리에서 전시회를 가진 양 작가는 “이번 전시회가 끝나고도 그림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잊지 않고 싶다”고 전했다. 자신의 작품을 통해서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드러내기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고 있는 양 작가를 통해 언젠가 ‘단절’이라는 사회의 부조리가 극복되길 고대한다.


윤예준 기자 yunyj@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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