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어디까지 가봤니? (2)

포항 덕동마을은 포항시에서 선정한 포항 12경에 포함된 마을이다. 이곳은 자연경관이 아름답고, 조선 시대부터 이어지는 역사와 전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포항의 관광 명소로 인정받고 있다. 특히 가을에는 아름다운 단풍을 볼 수 있어 가을의 정취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360여 년 이어진 전통 마을

덕동마을은 임진왜란 때 문신 정문부(鄭文孚)가 피란을 와 거주하다가 전주로 돌아가면서 자신의 모든 재산을 손녀사위인 사의당(四宜堂) 이강(李堈)에게 물려준 것을 계기로 형성된 여강 이씨 집성촌이다. 이곳은 형성 이후 360여 년 동안 조상의 대가 이어지며 마을의 전통이 유지되고 있다. 현재는 이 마을의 주민들이 직접 전통가옥에 거주하며 마을 고유의 정체성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또한, 덕동마을은 마을의 역사, 문화, 인물 등에 대한 마을의 특색을 나타내는 기록물들을 보유하고 있다. 2011년 덕동마을은 그 가치를 인정받아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의 제4호 ‘기록사랑마을’로 지정됐다.


푸르른 숲과 기품 있는 고택의 조화


덕동마을은 마을 전체가 숲으로 둘러싸여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곳은 마을 입구부터 울창한 소나무가 빽빽이 들어차 있어 싱그러운 자연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마을 입구를 지나 작은 오솔길로 들어서면 저 멀리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유명한 용계정이 보인다. 용계정은 큼지막한 기와지붕이 덮인 조선 시대 누각으로, 계곡과 수백 년 된 나무 사이에 자리 잡고 있어 자연 친화적인 느낌을 준다. 용계정은 임진왜란 당시 정문부 선생의 별장으로 건립된 곳이다. 이곳은 왜란 이후 세덕사라는 서원의 강당으로 사용됐는데, 1864년 서원 철폐령이 내려져 세덕사와 함께 훼철될 위기에 처했었다. 하지만 마을 사람들이 용계정과 세덕사지를 분리시키기 위해 이 둘 사이에 담을 쌓아 용계정을 지켜냈다고 한다. 이는 소중한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선조들의 노력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길을 따라 더 가다 보면 호산지당을 둘러싼 숲이 보인다. 이 숲은 마을 전체를 에워싸는 큰 숲과 이어지는 것으로, 연못과 계곡이 있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 숲은 2006년 ‘제7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을 정도로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이곳의 커다란 소나무와 연못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움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낸다. 연못 위에 핀 연꽃은 물 위를 부유하며 풍경의 미를 더한다.


호산지당을 지나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정문부의 주택이었던 애은당 고택이 나타난다. 애은당 고택은 거북 모양으로 건물이 배치된 것이 특징이다. 이곳은 거북의 앞발에 해당하는 곳에 별당과 방앗간을 두었고, 머리 부분에 속하는 앞면에는 누에를 치던 잠실을 두었다. 이와 같은 건물 배치에서 조선 중기 사대부들의 실생활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이곳은 마을 주민들이 실제로 거주하고 있어 건물의 보존 상태가 좋고 그 고유한 특성을 잘 유지하고 있다. 이 마을에는 애은당 고택 이외에도 여연당 고택과 사우정 고택 등이 있다. 이 고택들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마을 전체의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이끌어낸다.

덕동마을은 비록 외진 곳에 위치한 작은 마을이지만 아름다운 볼거리가 있고 우리 조상의 정신이 담겨있는 곳이다. 시험과 과제로 심신이 지친 지금, 덕동마을에 들러 자연과 전통의 여유로운 멋을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교통편 : 육거리 영남정형외과의원에서 기계지선 버스 탑승 ? 오덕1리 정류장에서 하차

윤준영 기자 yoonjy@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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