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어디까지 가봤니? (1)

“나 지금 포항에 있는 내연산에 와 있거든, 근데 산이 되게 좋다. 폭포가 12개나 있는데 다 예쁘고, 올라가는데 별로 힘이 안 들어서 너도 좋아할 것 같고, 다음에 같이 와볼까 해서……” 영화 <가을로>의 대사 중 하나이다. 영화의 배경이자 경북 8경, 대한민국 산림청이 선정한 100대 명산으로 선정되는 등 국내 명소로 인정받고 있는 내연산을 찾아가 봤다.

매표소를 지나 등산로에 진입하기 전, 물 흐르는 소리와 함께 불경 소리가 들린다. 소리를 따라가면 그리 크지 않지만 사찰 특유의 조용함을 지닌 보경사가 보인다. 보경사는 신라 진평왕 시절 지명법사에 의해 지어졌다. 중국에서 유학하던 지명법사가 “팔면보경을 동해안의 명산, 명당에 묻으면 왜구를 막을 뿐 아니라 삼국을 통일하게 된다”는 도인의 말을 듣고 진평왕과 명당을 찾던 중 지금의 보경사 밑에 팔면보경을 묻은 것이다.


보경사 뒤로는 소나무 숲이 펼쳐진다. 조선 중엽의 성리학자인 우담 정시한은 <산중일기>에서 ‘내연산의 정기가 화려하고 일단(一端)의 기이한 경치였으며 금강산에도 없는 것이었다. 때로는 높은 골짜기에 오르고 때로는 못 가운데의 너럭바위에 앉으니 사랑스러워 즐겨보며 떠나지를 못하였다’고 표현했다. 곧게 뻗어 아름다운 소나무로 이뤄진 숲을 보니 ‘떠나지를 못하였다’고 말한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보경사를 지나 계곡을 따라 걷다 보면 어르신, 아이, 청년 할 것 없이 모두 어렵지 않게 내연산 등산로를 즐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울창한 나무가 터널과 같은 역할을 하는 나무계단을 다다르면 이전의 완만했던 산책로와는 사뭇 다른 거친 암벽 옆에 위치한 높은 돌계단이 기다리고 있다. 돌계단을 따라 계속해서 걸으면 첫 번째 폭포인 쌍생폭포를 시작으로 보현폭포, 삼보폭포 등 12 폭포가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폭포가 쌍둥이처럼 같은 모양으로 흐른다는 쌍생폭포와 용이 숨어있던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잠룡폭포 등 5개의 폭포를 지나면 관음폭포에 도달하게 된다. 관음폭포에 도착하면 연산폭포와 은폭포로 가는 갈림길이 있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연산폭포, 왼쪽으로 가면 은폭포를 만나볼 수 있다.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빠져 바람에 흔들리는 다리를 건너면 연산폭포가 보인다. 시원하게 폭포가 떨어지는 우묵한 바위에 겸재 정선이 남긴 ‘갑인 추 정선’이라는 글귀가 희미하게 보인다. 마치 자연을 자신의 그림 삼아 직인을 찍어 놓은 듯하다.


한편, 반대편 길로 들어서면 은폭포로 가는 길이 나온다. ‘용이 숨어 사는 곳’이라는 의미에 걸맞게 나무로 가려진 좁은 계단을 지나는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험준한 산길이 계속된다. 하지만 암벽 사이로 흐르는 폭포와 양 옆에 위치한 나무를 보면 그 아름다운 모습에 힘들다는 생각은 모두 잊힌다. 내연산에서 우연히 만난 설숙자(산업교육학부 03) 동문은 “내연산은 금강산보다 아름다운 풍경을 가지고 있다”며 내연산의 아름다움을 예찬했다.

무더웠던 여름이 지나가고 어느새 가을과 함께 중간고사가 다가온다. 학기의 중턱을 넘어 정상을 바라보는 이 시점에서 내연산의 정상에 미리 올라 재도약을 위한 쉼을 얻어보는 것은 어떨까?

교통편: 육거리 우리은행 앞에서 500번 탑승 → 청하시장에서 지선 버스 탑승 → 청하제일교회에서 지선버스 탑승 → 보경사 정류장에서 하차
입장료: 주차비 2500원, 입장료 2500원이며 어린이나 군인은 1700원
입장기간: 산불 방지 위해 매년 11/1일부터 이듬해 5/31일 까지 7개월 간 입장 금지

윤하지 사진기자
윤예준 기자 yunyj@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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