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퓨전의 조화, 영동 난계 국악축제

국악의 다양한 모습을 한 눈에 살펴볼 수 있는 국악 축제가 있다. 바로 영동에서 열리는 난계 국악축제다. ‘난계 박연의 흥(興), 마흔여섯 번째 락(樂) 즐기다’를 주제로 열린 제46회 영동 난계 국악축제에 다녀왔다.

전통국악과 퓨전국악이 한자리에


영동 난계 국악축제는 한국의 전통음악을 집대성한 난계 박연선생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것으로, 매년 10월 충북 영동에서 열린다. 이 축제는 아름다운 국악선율을 감상할 수 있는 수준 높은 공연프로그램으로 관광객을 사로잡는다. 이 축제에서 관광객들은 전통국악과 퓨전국악의 무대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이곳에서의 마당극과 거리 퍼레이드 등 다채로운 공연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다양한 공연뿐 아니라 각종 국악 체험활동도 마련돼 있다. 전통악기 제작, 연주 체험 등의 체험활동은 성인부터 어린아이까지 모두 국악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한다.

관객과의 소통으로 완성되는 공연, 마당극 심청전


축제장에 도착하자 중앙 상설무대에 몰려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곳에서는 마당극 심청전이 공연되고 있었다. “어휴, 저 뺑덕어멈 고약한 심보 좀 보소. 그렇지 않소?!” 마당극에서는 무대에서 연기하는 배우가 무대 아래를 거닐며 관객들에게 이렇게 말을 건냈다. 마당극은 본래 배우간 주고받는 대사보다 배우와 관객 사이의 대화가 극의 주를 이룬다. 이는 다른 국악공연보다 관객들이 극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한다. 이 심청전도 마찬가지로 극 중 해설자 역을 맡은 엿장수가 관객에게 등장인물의 험담을 늘어놓거나 상황에 대한 반응을 유도하며 극을 이끌어나갔다. 마당극의 또 다른 특징은 특별한 무대 장치가 없는 것이다. 이 공연에서 배우들은 아무것도 없는 무대에서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쳐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또한 우리나라 전통극 특유의 해학적인 표현과 사투리, 비속어가 섞인 토속적인 대사가 재미를 더했다.

퓨전 국악을 선보인 황진이 밴드


마당극이 끝난 후 축제 무대는 ‘황진이 밴드’의 공연으로 열기가 뜨거워졌다. 황진이 밴드는 예전에 ‘개그공화국’이라는 TV프로그램에 등장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이들은 퓨전국악을 연주하는 팀인데, 특히 아름다운 미모의 4인조 여성밴드인 것이 특징이다. 이 날 역시 그들은 한복을 개조한 미니 드레스를 입고 화려하게 등장해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 날 공연에서 가장 큰 호응을 얻은 곡은 대중에게 잘 알려진 ABBA의 ‘댄싱퀸(Dancing queen)’ 이다. 전통악기의 연주를 통해 듣는 익숙한 멜로디가 관객들에게 색다른 느낌을 줬다. 동서양 악기가 만들어내는 조화로운 하모니가 아주 인상적인 공연이었다. 퓨전국악 공연은 신나는 멜로디와 리듬으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대전에서 온 가족이 함께 온 김경미씨는 “흔하지 않은 축제여서 흥미를 갖고 오게 됐어요. 국악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축제인 것 같아요.”라며 이 축제에 참여한 소감을 밝혔다. 이처럼 영동 난계 국악축제에서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인 많은 관광객이 우리 국악을 즐기고 있었다. 또한 이곳에서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전통국악 고유의 틀을 깨고 다양하게 재해석된 국악 또한 만나볼 수 있었다.

강지영 기자 kangjy@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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