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카파 탄생 100주년 사진전 열려

‘카파이즘’,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을 만큼의 도전적이고 자기희생적인 기자정신을 일컫는 말이다. 이 말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종군사진 기자로 평가 받고 있는 로버트 카파의 이름에서 유래됐다. 그는 전쟁에서 생을 마감하는 그 순간까지 카메라를 들고 있었던 인물이다. 로버트 카파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전을 찾았다.

작가의 인생을 엿볼 수 있는 전시회


이번 사진전은 카파가 겪은 스페인 내전, 중일전쟁, 제2차 세계대전 등의 전쟁 사진을 시대 순으로 전시했다. 전쟁 속에서 카파가 찍은 사진들은 그 때의 암울했던 시대 상황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했다. 사진전에는 전쟁 사진 이외 카파의 일상을 담은 사진도 전시됐다. 그가 당대 최고 예술가인 피카소와 헤밍웨이 등과 친분을 과시하며 찍은 유머러스한 사진이 눈길을 끈다. 또한 사진전에 로버트 카파의 신화적인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가 상영돼 영상을 통해 그의 삶을 엿볼 수도 있다.

전쟁의 참혹함과 휴머니즘을 함께 담아내다


“사진에서 화약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이는 카파가 스페인 내전에서 찍은 사진에 대한 당시 언론의 평가다. 이처럼 그의 사진은 전쟁의 긴박함과 잔인성을 사실적으로 드러낸다. 카파의 대표적인 사진으로 꼽히는 ‘어느 공화파 병사의 죽음’은 죽음의 순간을 가장 잘 포착한 사진으로 평가 받는다. 이 사진은 스페인 내전에서 한 병사가 총탄을 머리에 맞고 쓰러지는 장면을 카파가 순간 포착해 촬영한 것이다. 이 사진은 누구에게는 가족이었고 친구였을 남자가 죽는 순간을 여과 없이 보여주며 전쟁의 아픔을 전해준다.


카파는 전쟁의 참혹함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위급한 상황을 감수하며 전쟁에 참전했다. 제2차 세계대전 보도사진 중 최고의 걸작으로 평가되는 ‘오마하 해변에 착륙하는 미군 부대, 공격 개시일’을 보면 카파가 전쟁의 긴박함 속에서 느끼는 두려움이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이 사진은 1944년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중에 미국군이 상륙을 시도하고 있는 모습을 카파가 촬영한 것이다. 이 사진은 초점도 맞지 않고 상당히 흔들려 있다. 이는 카파가 총알이 사방에서 날아드는 위기 상황 속에서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다. 그는 죽음의 위기 속에서도 전쟁 속 인간의 모습을 담아내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카파는 전쟁 상황에서 살아가는 민간인의 모습 또한 카메라에 담았다. 이는 그가 중일전쟁 중 찍은 ‘눈 위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이라는 사진에서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전쟁 상황이지만 내린 눈에 하얗게 웃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담겨있어 인상적이다. 카파는 사진을 통해 전쟁상황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카파의 사진은 인간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주체할 수 없는 연민을 담고 있다” 카파의 절친한 친구로 알려진 존 스타인 벡은 카파의 사진에 대해 이와 같이 설명했다. 카파는 전쟁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고발하고 그 현실을 맞닥뜨리고 있던 사람들의 삶을 표현하고자 했다. 전쟁사진의 거장, 로버트 카파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전시회는 10월 28일까지 열린다.

자세한 사항은 로버트 카파 100주년 사진전 홈페이지(http://www.robertcapa.c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윤준영 기자 yoonjy@hgupress.com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