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념상 빨간색 하면 ‘진보’, 파란색이라고 하면 보수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그런데 이런 통념과 달리, 지난 2012년 새누리당은 로고를 빨간색으로 변경했다. 그리고 최근 민주당 역시 파란색으로 로고의 색깔을 바꾸는 행보를 보여줬다. 오늘 날의 색은 인간의 감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다양한 분야에서 그것을 이용하려는 연구 또한 활발하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역시 이러한 이유로, 색을 이용해 새로운 이미지 구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혁명’적 노선?


새누리당이 대표색을 빨간색으로 바꾼 이유는 기존의 보수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변화’의 이미지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은 “새누리당에 쓰인 빨간색은 태극기에서 따온 색”이라며, “새로움을 뜻하는 ‘새’와 나라의 또 다른 말인 ‘누리’를 합친 ‘새누리’로 바꾸면서 로고의 색도 빨간색으로 바꾸게 됐다”고 밝혔다.


빨간색은 본래 ‘혁명’과 ‘자유’가 아닌 상류사회의 ‘힘’을 상징하는 색이었다. 고대의 상류정치사회는 빨간색을 주로 사용했고, 실제로 중세 왕이나 주교들은 빨간 색 옷을 입었다. 황제의 서명과 직인의 색깔 또한 빨간색으로, 이 색은 ‘정복’ 혹은 ‘힘’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빨간색이 ‘혁명’, ‘자유’ 등의 이미지로 변한 것은, 1789년 ‘프랑스 혁명’ 당시 계엄령의 포고나 군대의 개입을 알리기 위해서 붉은 기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후에 제정(帝政)러시아가 붕괴하면서 사회주의공화국이 된 소련이 붉은 기를 국기로 채택해, 빨간색은 완전히 ‘혁명’, ‘변화’ 등을 이미지로 자리매김했다.

국민들에게 신뢰와 희망을, 파란 민주당?


민주당도 새누리당과 마찬가지로 대표색을 바꾸며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보였다. 지난 9월 1일 민주당은 당의 로고와 대표색을 파란색으로 바꾸며, “파란색은 신뢰, 희망, 진취성을 바탕으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고대의 파란색은 매우 미개한 색으로, 빨간색과 대조적으로 사람들이 기피하는 대상이었다. 당시 파란색은 습한 땅에서 자라는 대청을 이용하거나 광물인 남동석을 이용해 만들어졌는데, 기술적 한계 때문에 순도가 약하고 발색이 좋지 않은 파란색이 대부분이었다. 발색이 약한 파란색은 자극적인 빨간 색과 대조적으로 어두운 느낌으로 사람들의 미적 감성을 자극하지 못했다. 그래서 파란색은 매우 품위 없고 미개한 색으로 인식됐고, 그리스와 로마에서는 파란 색 사용을 매우 기피했다. 하지만 생 드니 수도원에서 청색을 모든 창조물을 비추는 빛으로 사용하면서, 파란색은 사회전반에 중요한 색으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후 파란 색은 부유한 계급의 상징하며, 프랑스혁명 이후 ‘낭만’과 ‘자유’ 등을 상징하는 색으로 빨간색과 대조를 이루기 시작했다. 이후 빨간색을 사용하는 진보 세력과 대조적으로 보수 세력에서 파란색을 주로 이용하게 됐다.

앞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색을 바꿀 때, ‘정체성의 혼란 우려’ 등의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색을 완전히 바꾸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이 두 정당의 색 변화가 새로운 이미지 구축에 돌파구가 될지, 앞으로가 궁금하다.

박형민 기자 parkhm@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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