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종합병원 운영자, 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 인터뷰

“개성공단이 재가동 된다니 참으로 기쁘고, 기대가 큽니다.” 개성공단 재가동 소식에 유달리 감회가 새로운 사람이 있다. 바로 개성공단에서 남북 근로자의 건강을 돌봤던 그린닥터스의 정근 이사장이다. 정 이사장은 지난 8년 간 개성종합병원을 운영하며 남북교류에 앞장섰다. 정 이사장에게 그린닥터스와 개성공단 의료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그린닥터스는 어떤 단체인가
IMF당시 경제적 어려움으로 병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당시 상황을 안타깝게 여긴 30여명의 의사들과 의료봉사단을 만들었는데, 이 단체가 바로 ‘그린닥터스’다. 현재 그린닥터스는 해마다 봉사단을 조직해 상대적으로 의료가 낙후된 지역으로 파견하고 있다. 우리는 매년 5개국 정도의 국가를 방문하며 수십 만 명의 환자를 무료 진료한다. 한국에서도 매주 일요일마다 의료봉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Q 어떤 계기로 '개성종합병원'을 운영하게 되었나
그린닥터스는 개성공단이 문을 열 때, 개성공단 응급의료시설 운영자로 지정됐다. 초기에 개성공단의 의료시설은 남측진료소, 북측진료소로 나뉘어 있었는데, 우리는 그 중 남측진료소를 맡아 운영했다. 그런데 북측진료소가 재정지원에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북측이 우리에게 북한진료소를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그린닥터스가 남북진료소의 운영을 맡게 되면서, 남북으로 갈라졌던 진료소는 2006년 12월 ‘개성종합병원’으로 하나가 됐다. 남북한 근로자를 남북한 의료진이 협력해서 진료하는 꿈 같은 일이 현실로 이루어진 것이다.

Q 개성종합병원 운영 중에 어려움은 없었나
2004년 북한에 처음 갔을 때, 그곳의 의료상황은 대한민국의60년대를 방불케 할만큼 열악했다. 초기에 진료소를 운영할 때는 엑스레이 기계도 없었고, 공장 가동 중단으로 약을 만들 수조차 없었다. 그래서 민간요법이나 구호약품에 의지해 치료할 수 밖에 없었다.


북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에도 큰 어려움이 있었다. 우리 단체 이름이 영어로 돼있어 그들은 처음에 우리를 ‘부르주아’ 의사들이라며 싫어했기 때문이다. 당시에 그들은 우리가 묻는 말에만 대답하고, 눈도 마주치지 않아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지기 어려웠다. 또한 북측 당 간부들은 ‘남한 환자와 북한 환자가 들어가는 입구를 다르게 만들라’, ‘건물 안에서 양쪽 사람들이 만나지 않도록 중간에 벽을 세우라’고 하는 등 남측과 북측 환자들을 분리하라는 요구를 계속했다. 2007년에는 북한 의료진이 전부 사라졌던 사건도 있었다. 일주일 만에 나타난 그들에게 ‘어디 갔다 왔느냐’고 물으니 ‘교육받고 왔다’고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남북 의사, 환자 간의 교류는 활발해졌다. 한 공간에서 치료하고, 치료받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것 같다. 이제는 서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이가 됐다.

Q 북한 의료 사업에 대한 향후 계획은
대한결핵협회와 함께 북한 황해도 해주지역에 코리아 결핵병원을 설립할 계획 중에 있다. 북한은 세계에서 결핵 발병률이 가장 높은 나라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보고에 따르면, 북한은 인구 10만 명당 신환결핵환자 발생률이 345명, 유병률이 399명, 사망률이 23명으로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다. 지금 북한의 결핵 위험을 관리하지 않는다면 향후 통일한국에 위기를 초래할 수도 있다. 그래서 북한 내에 결핵병원을 세우고 직접 관리를 하는 것이 상당히 시급하다. 해주지역은 과거 캐나다인 선교사 셔우드 홀 박사가 대한민국 최초의 결핵요양원을 세웠던 곳으로, 이 사업이 아주 뜻 깊은 남북협력사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근 이사장은 "전쟁을 원치 않는 북한 주민, 통일을 두려워하지 않는 북한 주민을 더 많이 만드는 것이야말로 통일의 출발점이라고 본다"며, 남북평화에 기여하기 위해 앞으로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봉사를 통해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는 그린닥터스의 활기찬 행보가 기대된다.

정리 윤예준 기자 yunyj@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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