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절망을 희망의 샘물로, 샘물호스피스선교회 원주희 목사를 만나다

“절망적인 죽음 앞에 있는 이들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행복하게 해주던 사람으로 기억해 주세요.”
원주희 목사가 자신의 유언장에 쓴 글이다. 육군 장교 시절, 그는 죽을 뻔한 사고를 두 번이나 겪었고, 제대 후에는 폐결핵을 앓았다. 오랜 시간, 죽음과 맞서 싸운 후, 죽음의 두려움을 해결하게 된 그는 자신처럼 죽음의 두려움에 매여 있는 사람들에게 자신이 찾은 해결책을 나누는 삶을 살기로 했다. 1993년 샘물호스피스선교회를 시작해 20년간 약 5600명의 임종을 지켜봐 온 원주희 목사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현재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말기 암 또는 말기 에이즈와 같은 질환으로 살 수 있는 날이 약 6개월 정도 남은 것으로 예측된 환자와 가족들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섬기고 있어요. 1993년 6월 10일 샘물호스피스선교회를 조직하여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독립적인 호스피스 시설을 세워 같은 해 11월 26일부터 말기 환우와 가족들을 돌보기 시작했어요. 2013년 8월 31일까지 6072명의 말기 환우를 섬겼고, 그중 5244명의 환우께서 임종하셨어요. 또한, 에이즈 환자들의 치과 무료진료 봉사를 2007년부터 감당하고 있어요. 또 같은 해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도 호스피스 시설을 세워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어요.

Q 호스피스를 통해 어떻게 사역을 하고 있나요?
말기 환우와 가족들에게 죽음을 준비시키는 일을 하며 심적 고통을 줄여드려요. 임종 이후에는 임종을 맞이한 환우의 장례를 도와드리며, 유가족들을 돌보아 드려요. 또한, 호스피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모집해 호스피스 자원봉사자 교육을 하고 있어요. 이 교육은 믿음 안에서의 죽음은 영원한 이별이 아니라는 성경적 죽음관을 바탕으로 이뤄져요. 천국에서 다시 만날 수 있는 소망의 헤어짐이라고 보는 것이죠. 이를 통해 환우들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을 일관성 있게 대처해나가면서 극복해 왔고 앞으로도 그 믿음으로 감당하고자 해요.

Q 처음 마주하게 됐던 환자와 가족들을 기억하나요? 또,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처음 마주하게 됐던 환우는 36세 위암 남자 환우로 예수님을 믿지 않던 분이었는데, 1993년 11월 26일 샘물호스피스에 입원해 세례를 받고 이듬해 1월 7일 임종을 맞이하게 됐어요. 호스피스의 도움을 받아 환우가 떠난 후에도 부인과 어린 자녀 둘은 신앙생활을 통해 슬픔을 극복했어요.


첫 환우 이후에 수많은 환우를 맞게 됐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두 분이 기억에 남아요. 먼저, 젊은 시절 이혼을 하고 혼자 생활하면서 말기 암으로 고통받다가 입원하신 60대 중반의 남자 환우가 떠오르네요. 가족을 사랑하지 못한 죄를 회개하며 자녀들에게 용서를 구했고, 세례도 받았어요. 가족의 소중함과 죽음 앞에서도 회개하고 구원시키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보여주고 떠나셨어요. 또, 한동대학교를 입학하고 싶었지만 골육종 진단을 받고 투병생활을 한 20세 여자 환우가 생각나네요. 결국 입학하지 못하고 김영길 총장님의 격려 편지를 받고 천국으로 떠나게 됐어요. 이 자매는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는 시간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과 지금 주어진 환경에 늘 감사하며 살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기고 갔어요.

Q 앞으로 사람들에게 어떤 도움을 주고 싶나요?
예수님을 모르고 살아오셨던 분들이 죽음 앞에서 회개하고 천국으로 평안하게 떠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껴요. 죽음의 절망 가운데 있는 분들에게 복음 안에서 주어지는 죽음 너머의 소망을 전하는 삶을 살면서 죽음을 이길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대학생에게 전하고 싶은 삶의 자세에 대해 묻자 원주희 목사는 “죽음이 자신과 아무 관계없는 것처럼 살지 말고 믿음 안에서 죽음을 철저히 준비해야 해요”라며 “그러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삶을 더욱 의미 있게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거에요”라고 전했다.

강지영 기자 kangjy@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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