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적, 인식적 한계에 부딪혀 진가 발휘 못 해

사람들은 병으로 인해 삶이 죽음에 가까워졌을 때 치료를 계속 받을지, 치료를 그만두고 삶의 마지막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낼지 선택하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마지막까지 약물치료를 받다가 병상에서 숨을 거두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환자와 가족들의 물질적, 정신적 고통을 보듬어주는 의료활동도 있다. 바로 호스피스 완화의료(이하 호스피스)다.

죽음이 아닌 ‘삶’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


호스피스란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일반 의료행위와는 달리 완화의료로서, 고통의 완화와 정신적인 안정에 초점을 두는 활동이다. 환자의 편안한 죽음과 고통 및 슬픔 경감을 목적으로 삼는 것이다. 말기 환자가 여생 동안 존엄성을 갖고 높은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간호사 ▲의사 ▲사회복지사 ▲성직자 등 다양한 전문가들이 팀을 이뤄 총체적 돌봄을 제공한다. 또한, 호스피스는 환자뿐 아니라 환자와의 사별 후에 환자의 가족이 갖는 고통과 슬픔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하지만 호스피스 의료를 소극적 안락사로 생각해 완화의료 병동을 죽으러 가는 곳이라는 고정관념을 가진 사람이 많다. 때문에, 무리한 연명치료로 인해 마지막까지 완화의료를 받지 못하고 고통 받는 경우도 있다. 2010년 국립암센터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암으로 숨진 7만 206명 중에서 약 9%(6564명)의 말기 암 환자만이 완화의료 전문기관에서 의료 서비스를 받았다고 응답했다. 이는 완화의료 이용자가 총 사망자의 40%인 미국과 비교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한국호스피스협회 교육이사로 있는 최성은 팀장은 “호스피스는 죽음이 초점이 아니라 오히려 ‘삶’의 돌봄임을 생각해야 한다”며 “말기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돌봄으로 최상의 삶의 질을 위한 학제간 팀 접근으로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스피스, 제도적으로 개선할 부분 많아


호스피스는 인식적 문제뿐만 아니라 제도적 문제 또한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호스피스 서비스가 대부분 환자에게 무상으로 제공되는데다 정부의 지원 역시 미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수익성이 없는 호스피스 병동 마련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최팀장은 “우리나라에서는 적정한 호스피스 비용의 개발과 제도적 정착과 같이 의료체계 안에서의 법적인 제도화를 위한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전했다.

현재 민간과 공공의 연계 노력으로 호스피스 완화의료기관 지정제가 추진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의 국책사업으로 완화의료 기관의 운영지원사업이 이뤄지고 있으며, 적정 비용 논의도 계속되고 있다. 비용에 대한 논의는 병동형 의료비용에 대한 시범 사업이 끝나는 올해 12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팀장은 “아울려 학제간 팀 접근을 바탕으로 한 완화의료는 비용이 높으므로 합리적인 발전논의가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여러 직종의 전문가를 안정적으로 고용해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0년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연구기관인 EIU(Economist Intelligence Unit)에서 ▲죽음에 대한 사회 인식 ▲임종과 관련한 법제도 ▲완화의료의 수준과 비용 부담 등 27개의 지표를 사용해 국가별 ‘죽음의 질’에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조사대상 40개국 가운데 32위를 차지했다. 앞서 말했듯이 많은 사람들이 호스피스 완화의료라고 하면 죽음을 연상해 그 이용률이 낮기 때문이다. 그러나 호스피스는 죽음이 아닌 이를 포함하는 삶 자체에 대한 치료를 제공해 ‘웰 다잉(Well-dying)’을 추구하는 것이다.


오승현 기자 ohsh2@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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