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아, 15년전 남송리 3번지에서 동기생으로 만나 칠포가는 길 함께 걷던게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이렇게 함께 걷고 있으니 우리 인연도 보통 인연이 아닌가 싶다.”


미 일리노이대학교에서 의공학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과 유럽 유수 대학에서 박사 후 과정 제의를 받은 이동영 동문(생명과학 97)은 이를 포기하고 아프리카로 떠났습니다. 현재는 25년간 남부 아프리카 말라위에 의료선교사로 헌신하고 계신 백영심 선교사님께서 2008년 설립하신 대양누가병원 및 대양간호대학에서 자비량 선교사로 일하며 실명예방사업, 의료정보전산화사업 등 많은 일들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저는 2010년부터 말라위에서 에이즈예방사업, 모자보건영양사업, 밀레니엄빌리지 사업 등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난 3년간 짧게는 1달, 길게는 1년씩 함께 말라위에서 일했던 한동대 후배들이 떠오릅니다. 말라위 재래시장에서 상인들이 가격을 흥정하기 위해 던진 “you, how much? (당신이 생각하는 가격은 얼마요?)” 말을 ‘너 얼마면 돼?’로 오해하여 “I am very expensive!”로 대답했던 이에스더(경영경제 05)는 남학생 포경수술과 여학생 장학금 사업을 기반으로 하는 에이즈예방사업의 초석을 다지는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미국가수 마돈나가 후원하다 포기한 말라위 밀레니엄빌리지를 인수하여 2011년도부터 직접 운영하게 되었을 때, 1년간 거의 매주 장염으로 고생하면서도 하루에 200km씩 운전하며 고생했던 김다윗(공간환경 02)도 생각이 납니다. 그 뒤로도 정향숙(생명과학 99), 이정민(전산전자 07), 김주예(공간환경 08), 백인경(기계제어 09) 등 다양한 학부 출신의 한동대 후배들이 말라위를 거쳐갔습니다.


지난 7월이었습니다. 글로벌 전공 봉사활동(GEM) 프로그램 일환으로 한동대 재학생 10명이 말라위를 방문하였습니다. 말라위 전체 한국교민수가 50여명 밖에 되지 않는데, 말라위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한동인 6명과 함께, 총 16명의 한동인이 그 날 한자리에 모여 조촐하지만 행복한 동문회를 열 수 있었습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는 정말 우물 안 개구리처럼 대학생활을 했는데, 지금은 학부시절부터 전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후배들이 놀랍기도 하고 자랑스러울 따름입니다.


척박하고 외로운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도무지 제대로 진행되는 일이 단 하나도 없는 저개발국가 개발현장에서 이와 같은 한동인들과의 연대는 참으로 소중한 자산이 아닐 수 없습니다. 허허벌판 흥해 남송리 3번지에 세워진 이 작은 학교가 세계를 품게 된 것은, 특히 '전세계 최빈곤층 10억명을 먹이고, 입히고, 가르치기 위해 (고 이윤구 총재님 2012년 한동대 학위수여식 강연)' 세계로 나아가게 된 것은 한동에서 헌신하신 수많은 교수님들의 삶과 가르침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늘 바바리코트를 입고 다니셨던 백발의 노교수님 한 분이 떠오릅니다.


고 박을용 교수님은 하버드 대학교에서 경제발전론을 전공하시고 세계은행, 유엔개발계획(UNDP), 아태경제협력체(APEC) 등의 국제기구에서 저개발국가 경제발전을 위해 일해오시다가 1996년 한동대학교가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경영경제학부 교수로 부임하여서 부총장직을 감당하셨던 분입니다. 2003년 췌장암 말기판정으로 소화관련 장기 대부분을 절제하는 13시간의 대수술을 받으신 후에도, “한동대 학생들을 남다르게 키우고, 가난하고 어려운 세계인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도록” 가르치시기 위해 크리스천 리더십 과정을 개설하셨고, 2004년 4월 소천하시기 전까지 “한 손에는 복음을, 다른 한 손에는 전문지식을 들고 세상에 나가 약한 자와 가난한 자를 섬기며 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섬기는 지도자”가 되라 가르치시며 학생들을 태국, 라오스, 몽골, 우즈백 등의 저개발국가로 보내 섬김의 리더십을 배우게 하셨습니다.


이러한 박을용 교수님의 비전과 헌신이 한동대 곳곳에 뿌리 내려 아름다운 열매들을 맺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07년 유네스코(UNESCO)는 개발도상국 21개국의 대학 및 기관을 대상으로 교육원조를 주관하는 대학으로 한동대학교를 지정하였고, 선진국 내 대학교들의 국제개발협력분야 참여를 요청하며 2010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님이 설립을 주도하신 UN Academic Impact 사업에서도 한동대가 국제 중점 대학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또한 글로벌 전공 봉사활동(GEM) 프로그램으로 지금까지 200여명의 재학생들이 말라위, 인도, 차드, 탄자니아와 같은 최빈국에 방문하여 국제개발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재학생들이 동부 아프리카 르완다에 베이커리를 설립하여 사회적 기업으로 운영하는 국제개발협력의 참신한 모델까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한동을 졸업한 동문들 상당수도 박을용 교수님의 간절한 바람대로 섬기는 리더쉽을 가지고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월드비전, 컴패션, 유니세프 등과 같은 국제개발 NGO 및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동문들만 해도 손에 꼽을 수 없으리만큼 많고 분쟁지역 팔레스타인에서 국제협력단 소장으로 파견되어 일하는 동문도 있습니다. 태국, 캄보디아, 피지 등 저개발국가에 선교사로 나가있는 동문들도 그 숫자가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내년이면 고 박을용 교수님 소천 10주기가 됩니다. 한동에서 삶의 마지막 불꽃을 태우시며 한동인들에게 전하고자 하셨던 박을용 교수님의 숭고한 가르침을 기억하며, 박교수님의 수업을 들었던 제자들, 저개발국가에 선교사로 나가있는 동문들, 국제개발협력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재학생들과 동문들 그리고 한동 교수님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자신의 경험과 꿈을 나누는 ‘박을용 국제개발협력 컨퍼런스’를 기획해보면 어떨까요? 재학생들의 참신하고 패기넘치는 국제개발협력 프로젝트 사례들을 발표하고, 동문들은 삶으로 살아내는 국제개발협력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발표되는 사례들을 잘 정리하고 학술적으로 평가하여 국내 빈약한 국제개발협력 문헌에 기여하는 컨퍼런스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일회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매년 정기적으로 컨퍼런스를 기획하여, 해를 거듭할 수록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성장하는 컨퍼런스가 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싶습니다.

한동에 다음과 같이 고합니다. 2014년 박을용 컨퍼런스를 제안합니다!


김부열 동문

(미 콜롬비아대 개발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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