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논의와 북미관계개선의 필요성 있어

개성공단 재가동이 시작된 지난 16일, 남북공동위원회(이하 공동위) 김기웅 위원장은 “개성 공단이 국제 경쟁력을 갖춘 공단 이 되기 위해서 앞으로 해결해야 될 과제들이 많이 남아있다”며 개성공단의 발전을 위한 과제를 제시했다. 김 위원장뿐 아니라 많은 전문가들이 개성공단 발전에 많은 과제들이 산적해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지적한 문제는 구체적으로 역외가공지역과 미 수출관리규제 등이 있다.

역외가공지역인정, 개성공단 관세 혜택의 열쇠

현재 개성공단은 싱가포르, EFTA(스위스, 노르웨이 등), ASEAN(필리핀, 말레이시아 등)에 물자 수출 시 특혜관세 혜택을 받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해당 국가들과 맺은 Free Trade Agreement(이하 FTA)에서 ‘역외가공지역' 항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외가공지역이란 FTA 경계 밖 공단이나 특정지역을 말하는데, 현재 우리나라는 개성공단을 역외가공지역으로 취급한다. FTA에서 역외가공지역 항목이 포함되면 역외가공지역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도 당사국 자국의 상품으로 취급할 수 있어 관련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FTA에서 역외가공지역을 인정받으면 개성공단에서 물자 수출 시 관세를 부과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주요 수출국인 미국, 유럽연합, 일본과의 FTA에서는 역외가공지역을 포함하지 않는다. 미국, 유럽연합과의 협정에는 ‘한반도 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설치하여 역외가공지역으로서의 자격을 심사한 후 고려한다'라고 명시돼 있지만 위원회는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미 헤럴드 경제신문은 “현재 북핵 문제로 한반도 역외가공지역위원회가 열리고 있지 않다”며 개성공단의 역외가공지역 인정 여부에 정치적 사안이 결부되어 위원회가 열리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임을출 교수는 에너지경제신문 칼럼에서 “FTA를 통해 개성공단의 물품을 한국산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 향후 개성공단의 확대개발 단계에서 대기업, 첨단 분야 기업들의 유치를 견인해 개성공단의 국제경쟁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며 개성공단의 역외가공지역 인정이 공단 발전의 핵심이라 지적했다.

첨단물품 자유로운 반입 위해 미국과의 협의도 시급


개성공단에 산적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문제는 미 수출관리규정(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 즉 EAR이라 불리는 규정이다. EAR이란 미국산 기술 등이 10% 이상 적용되는 전략물자를 해당국가로 수출할 경우 반드시 자국의 승인을 얻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미국이 잠재적 적성국가나 테러 후원국 등에 첨단 기술이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북한은 2003년 미국의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되면서 EAR 적용 국가가 됐다.


최근 공동위는 공단 발전을 위해 공업단지 내에 인터넷과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개성공단에 인터넷과 이동통신 서비스가 제공될 경우, 입주기업들은 제품을 주문 받는 즉시 생산에 들어갈 수 있어 상당한 원가절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하지만 2004년 KT가 개성공단에 통신망을 설치하기 위해 미 상무부의 반출승인을 요청한 뒤 4개월씩이나 기다려 설치사업을 진행한 일이 있다. 이 외에도 개성공단 운영 중 미 상무부의 승인을 받아 부품을 조달하기 위해 길게는 1년 이상 기다리는 어려움을 겪었는데 모두 EAR로 인해 사업 승인에 불편을 겪은 것들이다. EAR을 피하기 위해 미국산이 아닌 독일산 등의 부품과 설비를 구입해 공급하는 불편을 겪은 일도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처럼 EAR은 공단 발전을 위한 큰 장애물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되도록 국내 기술로 제작된 장비를 설치함으로써 EAR을 피할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인 제도 개선에 관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2007년 미국의 벤 플로우 미 상무부 규제자문위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북미관계가 개선됨에 따라 미국의 대북무역제재가 개선될 수 있다”며 북미관계 개선의 우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개성공단은 우리나라와 북한의 화합의 장이라는 평화의 상징적 의미도 가지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도 남북한의 교역에 있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공단의 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따라서 10년의 마라톤 끝에 잠시 숨을 고른 개성공단이 더욱 오래 달리기 위해서는 개성공단을 우리나라와 북한만의 일이 아닌 국제적인 시야로 바라볼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예준 기자 yunyj@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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