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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호] 강박에서 이끌어낸 찬란한 예술 세계
한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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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9.24  14: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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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의 한계를 넘어선 쿠사마 야요이

“어느 날 캔버스 전체를 무한한 망과 점으로 그리고 있었는데 내 붓은 거의 무의식적으로 캔버스를 넘어 식탁, 바닥, 방 전체를 망과 점으로 뒤덮기 시작했다.”


창의적인 작품세계로 유명한 쿠사마 야요이의 특별전이 7월 16일부터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 특별전은 개봉 30일 만에 관객 10만 명을 동원하는 돌풍을 일으키며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세계적인 아티스트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들이 전시된 대구 미술관에 다녀왔다.

예술을 치유의 도구로 삼다


물방울무늬 작가로 알려진 쿠사마 야요이는 어렸을 때부터 편집적 강박증을 앓았다. 어느 날, 그녀는 식탁보의 빨간 꽃무늬가 둥근 물방울무늬로 변형돼 온 집안에 잔상이 남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후에도 이 무늬는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았고, 이는 그녀의 작품세계를 주도하는 소재가 된다. 김선희 대구미술관장은 쿠사마 야요이에 대해 “동양인 여성에 대한 세계 화단의 편견, 어려서부터 앓아온 강박적 편집증 그리고 일본 내에서의 혹평 등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이를 예술로 승화시켜 세계적인 반열에 오른 현대 미술가”라고 평가했다.


단순한 형태와 섬세한 감성의 만남


“엄마, 눈이 엄청 많아!”


쿠사마 야요이의 전시회에 온 아이가 엄마에게 하는 말이다. 그녀 작품에 자주 사용되는 주요 소재 중 하나는 사람의 눈이다. <나는 눈을 사랑한다>라는 작품은 다양한 색의 눈으로 가득 차있다. 이 형형색색의 눈은 관객의 오감을 자극하며 다양한 상상을 이끌어낸다. <군중>이라는 작품에는 쿠사마 야요이가 사람의 눈에 갖는 애착이 드러나 있다. 이 작품에는 군중이 의미하는 ‘수많은 사람’ 대신 수많은 눈이 그려져 있어 눈길을 끌며, 사람은 눈이라는 하나의 신체기관으로 묘사된다. 이는 사람의 눈을 인간의 존재처럼 각별히 생각하는 작가의 사고방식을 드러낸다. 또한 관객은 이 작품을 감상하는 동안 수많은 눈과 마주하게 되는데,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두려움을 불러일으킨다. 이 두려움은 어릴 때 정신질환을 겪으며 많은 사람의 눈길을 받아야 했던 작가의 심경을 대변한다.


그녀가 즐겨 사용하는 또 다른 소재는 ‘점’이다. <신을 위한 장소>는 연두색 원 띠 안에 빨간색이 채워져 있고, 그 위에 검정 점들이 무수히 찍혀 있는 작품이다. 신을 위한 장소를 의미하는 빨간 원의 색깔과 연두색 원 띠의 강렬한 대비가 인상 깊다.

시작과 끝이 보이지 않는 무한한 반복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 전반에 걸쳐 공통으로 나타나는 특징은 무한함이다. 입체 전시관에 있는 <천국으로 가는 사다리>는 어둠 속에 형광 빛의 사다리가 세워져 있는 작품이다. 이 사다리는 위아래에 거울이 부착돼 사다리가 끝없이 이어지는 듯한 착시현상을 유발한다. 무한한 사다리는 천국에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슬픔을 표현한 것이다. 그녀의 입체 작품 중 대부분은 이처럼 거울의 원리를 이용해 무한함을 나타낸다. <무한 거울 방 ? 영혼의 광채>라는 작품은 벽 전체에 거울이 부착돼 있고 바닥에는 물이 가득 찬, 그리고 천장은 반짝이는 조명이 달린 거울 방이다. 사방에 달린 거울 속에 비치는 조명은 무수히 많은 빛을 만들어내며 일렁이는 물결에 비치는 조명은 흔들리는 빛을 양산해 몽환적인 느낌을 선사한다. 또 다른 작품 중 하나는 제목 없이 <맨하탄 자살 중독>이라는 글만 붙어 있어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작품은 쿠사마 야요이 본인을 촬영한 영상의 양옆에 거울을 직각으로 배치한 것으로, 거울은 영상의 무한한 반복을 만들어낸다. 거울에 비쳐 끝없이 이어지는 영상 속에 나타나는 우울한 표정의 쿠사마 야요이는 음산한 분위기를 내뿜는다.

전시회에서 만난 21살 박모 씨는 “신기하고 괴기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보고 있으면 그녀만의 예술성이 느껴져서 색다른 매력이 느껴지는 듯하다”라고 관람소감을 전했다. 아름다운 색으로 마음을 단장하고, 잠들어 있는 상상력을 자극하고 싶다면 쿠사마 야요이 특별전으로 나들이를 떠나보자.


모휘정 사진기자
강지영 기자 kangjy@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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