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으로 제한된 권리 탓에 본 취지 살리지 못해


대학평의원회(이하 평의원회)는 이사회의 독단과 사학 비리를 견제하는 동시에 학내 구성원들의 대학 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고안된 기관이다. 2005년 사립학교법이 개정됨에 따라 평의원회가 학내 필수심의기관으로 정해졌으며 그에 따라 우리학교도 2007년 평의원회를 도입했다. 애당초 학내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학사 운영에 반영시켜 ‘소통의 원활함’을 촉진시키기 위해 만들어진 기관이지만, 아직까지 ‘소통의 부재’가 해결됐다는 목소리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현행법 상으로는 본 취지 살리기 어려워


평의원회는 이사회 및 총장의 독단을 견제하기 위해 도입된 기관이다. 따라서 그 권한 또한 상당하다고 볼 수 있다. 평의원회의 기능은 크게 심의와 자문 기능으로 나뉜다. 심의사항으로는 ▲대학의 발전계획에 관한 사항 ▲학칙의 제정 또는 개정에 관한 사항 ▲대학교육과정의 운영에 관한 사항 ▲개방이사 추천위원회 위원 추천에 관한 사항이 있으며 자문사항으로는 ▲대학헌장의 제정 또는 개정에 관한 사항 ▲대학의 예산 및 결산에 관한 사항이 있다.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안에는 위 사항 모두를 심의할 수 있는 권한을 평의원회에게 부여했다. 그러나 사학의 자율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어 2007년 사립학교법은 학내 중요한 사항에 대한 권한을 자문기능으로 한정시켰다.


교육과학기술부는 평의원회를 ‘법률에 근거를 둔 교육에 관한 대학의 최고 심의기구’라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평의원회는 결정권을 가진 이사회나 총장과는 달리 심의 및 자문기능만 가지고 있다. 학내 사안을 자체적으로 결정할 수 없기에 평의원회의 본래 취지에 비춰볼 때 그 권한이 미흡하다고 볼 수 있다. 이는 개정 사립학교법이 평의원회에게 의결권을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관해 제4대 평의원회 의장인 안경모 교수는 “심의 결과가 기관장을 구속하지 않기 때문에 취약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의 평의원회 또한 그 사정은 다르지 않다.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성균관대는 교육부의 시정명령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평의원회를 구성조차 하지 않았다. 중앙대의 경우 비교민속학전공 등 4개 학과 폐지를 결정한 학칙이 평의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채 이사회에 상정되기도 했다. 중앙대 학생 53명이 이를 문제 삼아 법원에 가처분 신청했지만 법원은 “평의원회는 심의기관”이라며 이를 기각한 바 있다.

해외 대학평의원회, 적극적으로 학내 사안 관여해


미국의 경우, 평의원회에 총장을 비롯한 학내 보직 교수와 학생 및 직원 등 학내 구성원들이 모두 포함돼 있으며 구성원들의 수 또한 많다. 한 예로, Virginia Polytechnic Institute and State University (버지니아 공대)의 평의원회는 76인으로 구성돼 있다. 또한 국가에 의해 평의원회의 권한행사가 제한되는 주립학교보다 사립학교 평의원회의 권한이 더 강하다. 사립학교의 경우, 이사회는 재정의 확충에 집중하며 대학의 실질적 운영은 평의회를 중심으로 한 교수집단을 통해 이뤄지게 된다. 평의원회의 결정과 총장과 의견이 일치하면 이사회 및 집행위원회가 다른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는 최종적인 것으로 간주된다.


일본 사립대학의 평의원회는 사립학교법에 따른 필수기구지만 학교법인과 분리돼있는 우리나라와 달리 학교법인소속 기구로 정해놓고 있다. 평의원회 위원들은 일반적으로 이사 총수의 2배가 넘는 교직원 및 졸업생 등으로 구성된다. 평의원회는 기부행위에 관해서만 의결 기능을 하며 그 외에는 자문기능만 수행한다. 그렇지만 사립학교법은 정관변경, 예산 관련 사항 등 학내 중요 사안 등에 관해서는 이사장이 반드시 평의원회의 의견을 청취하도록 정해놓고 있다.

독일 바이에른 주의 경우, 학교 의사기구는 크게 ▲이사회 역할을 하는 대학참사회 ▲집행부 역할을 하는 대학총장단 ▲평의원회 역할을 하는 대학평의회 세 가지가 있다. 대학평의회의 구성원으로는 총장, 교수, 조력자, 학생 대표 등이 있고 ▲학내 규정 제정권 ▲예산 편성권 ▲총장 선출권 등의 권한을 가진다. 그러나 국립대학이 대부분인 독일의 특성 상, 대학평의회의 총장 선출 후 이의 임명은 주(州)교육부장관에 의해 이뤄진다.

해외 대학에 비해 우리나라의 평의원회 기능은 상당히 제한적이며 특히 결정권의 유무가 가장 큰 차이라 할 수 있다. 이에 관해 안 의장은 “현재 법으로 제한된 만큼 평의원회의 권한은 결국 학교 리더의 태도에 달려있다”라며 “평의원회를 학사운영의 동반자로 생각하느냐 방해꾼으로 생각하느냐에 따라 평의원회의 역할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광준 기자 jeongj@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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