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사랑 밤길걷기대회’, 그 현장 속으로

지금 대한민국은 하루 4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실정에 있다. 이러한 심각한 상황을 타개하고 생명존중문화를 전파하기 위해 열리는 걷기대회가 있다. 바로, 생명사랑 밤길걷기대회다. 이 대회는 9월 10일 생명의 날을 맞아 전국 7개 도시에서 열린다.

생명의 소중함을 공유하는 대회

지난 8월 23일, 서울에서 열린 생명사랑 밤길걷기대회는 걷기 대회뿐 아니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참가자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알렸다. 프로그램들은 생명사랑 지식관, 체험관, 실천관에서 진행됐다. 체험관에서는 자신의 유언장을 써보는 프로그램이 열렸다. 참가자들은 유언장을 쓰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생명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실천관에서는 생명사랑에 관련된 문구나 개개인의 소망을 종이에 적어 나무에 매달아 다른 참가자들과 함께 공유하는 프로그램도 열렸다. 걷기대회는 5km, 10km, 33km 총 세 코스로 진행됐다. 여기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33km 코스였다. 이 코스는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밤새 길을 걸어야 완주할 수 있다. 이처럼 긴 시간 동안 밤길을 걷는 것은 이 대회의 취지와 관련 깊다. 대회 진행자는 “생명사랑 밤길걷기대회는 사실 참가자들이 스스로 목숨을 포기한 사람들과 그 유가족들의 고통을 함께 이해하는 동시에 끝까지 완주하여 좌절하지 않고 용기를 얻어 다 같이 잘 살아보자는 취지를 갖고 있다”며 이 대회의 의미를 전했다.

그들의 아픔이 담긴 삶의 길을 걷다

기자가 참가한 33km 걷기 대회는 오후 8시에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앞으로 있을 대장정에 대한 기대감과 설렘을 안고 한 발짝씩 내디뎠다. 참가자들은 수 많은 네온사인의 불빛 속에서 서울 밤거리를 지나 남산으로 향했다. 걷는 동안 저마다 자신의 인생에 관해 이야기하고,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기도 했다. 5km 지점인 남산을 지날 때에는 다리가 아프고 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걷다가 자정이 넘어 도착한 반환점에서는 대회 도우미들이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숨 쉬는 한 희망 있어요’라는 문구가 적힌 팸플릿을 들고 있었다. 그 문구는 마치 지친 마음에 뿌려지는 단비와도 같았다.

반환점인 10km 지점에 이르자 다리가 쉬이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열정적인 참가자들 덕분에 힘을 내 계속해서 걸을 수 있었고 10km를 더 걸어 마지막 휴식처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은 그대로 바닥에 눕거나 벽에 다리를 올려 열심히 주무르고 있었다. 잠깐의 휴식 후, 참가자들은 무거운 몸을 일으켜 마지막 구간인 청계천 길을 걸었다. 마지막 구간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발바닥과 다리가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아파졌다. 하지만 그 고통이 마치 스스로 목숨을 포기한 사람들과 그 유가족들의 아픔 같아 발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그렇게 청계천의 수많은 다리를 지나 결승점에 들어서자 행사 관계자들이 완주를 축하하며 33km의 끝을 알렸다.

33km 코스를 완주한 참가자 최청림(24) 씨는 “오늘이 살면서 가장 많이 걸었던 날이다. 걷는 동안 생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고, 삶을 포기하려는 사람들을 돕는 방법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회는 9월 6일부터 8일까지 대구, 부산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도 열린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http://www.walkingovernight.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윤준영 기자 yoonjy@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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