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공산 올레길 제2코스 <한실골 가는 길>을 찾다

우리학교와 가까운 대구, 제주도 올레길 못지않은 매력적인 길이 마련돼있다. 바로 대구 팔공산 올레길이다. 이곳은 다양한 길을 한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고, 계절계절마다 그 뽐내는 매력이 다채롭다. 이바디의 노래 <산책>의 가사처럼 ‘붉은 맨발은 풀잎을 밟고, 가슴 가득히 바람을 안고, 처음 눈을 뜬 아이들처럼, 바쁜 일상은 잊어버리고’ 팔공산으로 느리게 걷는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다가오는 여름의 향내를 느끼고자 총 8개의 팔공산 올레길 코스 중 제2코스인 <한실골 가는 길>을 택해 다녀왔다.

함께 갈래? 대구 올레!


팔공산 올레길은 총 8코스로 이뤄져 있다. ▲북지장사 가는 길 ▲한실골 가는 길 ▲부인사 도보길 ▲평광동 왕건길 ▲구암마을 가는 길 ▲단산지 가는 길 ▲폭포골 가는 길 ▲수태지 계곡길 등이 있다. 대부분의 코스는 약 3~4시간 정도 소요되는 10km 미만의 도보길이다.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은 제2코스인 <한실골 가는 길>, 드넓은 사과밭을 볼 수 있는 제4코스 <평광동 왕건길>, 팔공산의 대표적 사찰인 동화사를 지나는 제7코스 <폭포골 가는 길>이다.


팔공산 제2코스는 동구 지묘동에 위치한 신숭겸 장군 유적지에서 시작된다. 신숭겸 장군은 고려 개국공신으로, 견훤과의 싸움에서 왕건을 도피시키고 왕건을 가장해 싸우다 전사했다. 이를 애통하게 여겼던 왕건은 그가 순절한 장소인 이곳 ‘표충단(表忠壇)’에 충렬사를 세워 이를 기념하도록 했다. 신숭겸 장군 유적지를 지나 계곡물을 오른편에 두고 걷다 보면 <한실골 가는 길>이라 쓰인 팻말이 보인다.

<한실골 가는 길> 길라잡이


팻말을 따라 걸으면 본격적인 산책로가 시작된다. 반듯이 잘 정비된 길을 따라 천천히 발걸음을 내디디면 풀벌레 소리와 코를 가득 채우는 은은한 꽃향기에 마음이 차분해진다. 따스한 햇살, 가장자리에 흐르는 시냇물의 작은 움직임조차도 정겹다. 산의 중턱에 이르면 나무 사이에 숨어있다 모습을 드러낸 큰 연못을 만나볼 수 있다. 그 풍광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눈에 담긴다. 이후 쉼터에서 한숨 돌리면, 오르막 구간이 나타난다. 약 0.6km 되는 이 구간은 ‘소원 만디’로 가기 위해 수행하는 곳처럼 느껴졌다. 만디는 ‘높은 언덕’이라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로, 한 가지 소원은 꼭 이뤄준다는 갓바위가 보이기 때문에 소원 만디라 불린다.


만디를 지나 조금 더 걸으면 전망대가 나타난다. 바람이 솔솔 부는 탁 트인 이곳에선 팔공산의 큰 그림 즉 병풍과 같은 능선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산을 올라가는 길에 만난 배영애(60) 씨는 맨발로 매일매일 산을 오르고 있다고 한다. 기자가 그 이유를 묻자 “자식들을 다 키우고 팔공산이 좋아 이 동네로 이사 왔다”며 “압을 팍팍 줘서 산을 오르다 보면 발 아픈 것이 다 치유될 수 있었다. 또한, 일할 때 느낄 수 없었던 생명의 풍성함을 느낄 수 있어 마음까지 치유되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정상에 발자국을 찍고, 내려오면 코스가 갈라지는 길이 있다. 하나는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가 있으며 파계사로 끝나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자연염색 박물관이 있는 중리 마을로 내려가는 길이다. 이 둘 중 기자는 후자를 택했다. 길을 따라 어느 정도 내려오면 점차 민가들이 하나둘씩 나타난다. 가파르지 않은 길을 계속 내려가 점차 사람 사는 냄새가 짙어지면, 자연염색박물관에 도달한다. 자연염색박물관에서는 염색한 천과 실 등에서 뿜어 나오는 우리나라 고유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한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채도에 따라 많은 색을 추출해 낼 수 있으며, 부드러운 색들도 있지만 선명한 색들도 있었다. 중리 마을까지 안내해주는 팻말은 계속 있었다. 팻말의 안내를 따라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한실골 가는 길>은 앞서 드러나듯 편도로 조성된 길이다. 따라서 자가용을 가져가는 것보다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나뭇잎들이 만들어내는 파도소리를 듣고 싶다면, 아카시아 꽃잎들이 만들어 낸 한여름의 눈을 맞고 싶다면 팔공산으로 떠나보는 것을 추천한다.

조슬기 기자 chosk@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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