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열 수사를 통해 들은 떼제 공동체

“저는 어렸을 때부터 공동생활이 ‘하나님은 사랑이심’을 보여주는 징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이후 차츰차츰 서로를 이해하는 것을 위해 평생을 바치기로 결심한 사람들의 모임을 만들어야 한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인자한 마음과 단순 소박함이 모든 것의 중심에 있는 그런 공동체 말입니다.”

이는 떼제 공동체를 설립한 로제 수사의 말이다. 떼제 공동체는 단순 소박함과 하나님 안에서의 자유를 추구한다. 지난달 15일, 떼제 공동체의 신한열 수사가 우리학교에 방문해 <왜 청년들이 떼제 공동체에 오는가?>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단순 소박함과 ‘일치의 비유’


떼제 공동체는 제 2차 세계대전이 계속되던 시기에 로제 수사가 시작했다. 설립 초창기에는 전쟁으로 고난 받는 사람들을 위해 일했다. 당시 떼제는 프랑스 분계선에 가까워, 전쟁을 피하는 난민들을 보호하기에 알맞았다. 전쟁이 마무리돼가면서, 떼제 공동체는 점차 로제 수사가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단순 소박함을 추구하는 공동체가 된다. 이를 위해 떼제 공동체의 수사들은 자급자족하는 삶을 추구한다. 이는 물질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물질로부터 자유 하기 위함이다. 또한, 수사들은 공동체 생활을 통해 서로 용서하고 이해하는 것을 점차 배워나간다. 신 수사는 “진정한 자유함은 하나님의 큰 사랑을 체험함으로부터 비롯된다”며 “제물에서뿐 아니라 자존심을 내려놓는 등 자기 자신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오늘날의 떼제 공동체는 초(超)교파적 공동체로, 가톨릭과 여러 개신교의 배경을 지닌 수사들로 구성돼 있다. 또한, 수사들의 출신지역도 약 25개국으로 각양각색이다. 이에 대해 신 수사는 “우리가 서로 다른 배경들을 지녔지만, 그리스도와 복음 덕에 하나로 모여 살 수 있다”며 “갈라진 교회, 분열된 세계 속에서 떼제는 모두가 함께함이 가능한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일치의 비유’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다양성은 장애물이 될 수 있지만, 서로를 풍성하게 하는 것”이라며 “차이점이 분열을 정당화 할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떼제에서 배우는 단순함의 미학

매년 2월부터 11월까지 떼제는 방문자들로 붐빈다. 대부분의 방문자들은 일요일에 도착해 한 주 동안 일정 비용을 내고 생활한다. 떼제에는 아침, 정오, 저녁으로 나뉘어 하루 3번의 예배가 진행된다. 예배는 떼제의 노래를 반복해 부르고, 침묵 기도를 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떼제를 방문한 한 청년은 “노래를 반복해서 부르면 마음이 평안하고 고요해진다”며 “언어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마음속으로 노래의 의미를 계속 곱씹게 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짧은 노래를 여러 번 반복해 부르는 이유를 묻자 신 수사는 “깊이 묵상하고 기도하기 위함”이라며 “우리가 노랫말을 불러 ‘버리는’ 것이 아닌, 노래를 반복해 불러 노랫말을 내면화시키는 것”이라 설명했다.


예배가 끝나면 소모임이 시작된다. 이때 방문자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법을 배운다. 이에 대해 한 방문자는 “하나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도, 세상과 달리 매우 자유롭다”며 “생각할 시간이 많아,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는 시간이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한편, 떼제에는 고용된 직원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식사시간이 되면 방문자들이 스스로 일을 돕는다. 이는 떼제가 많은 방문제를 수용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렇듯 산책하고, 이야기 나누고, 예배 드리고, 찬양하는 단순한 생활만이 떼제에서 반복된다. 이러한 떼제만의 단순함은 방문자들에게 새로운 체험을 허락한다. 신 수사는 “단순한 삶이 오히려 마음에 여유를 찾게 해 삶을 풍성하게 만든다”고 전하며 떼제가 단순함을 추구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신 수사는 우리학교 학생들에게 “한동의 가족적 분위기, 신뢰하는 분위기 그리고 공동체를 지향함은 한국사회에 정말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래서 이것을 공부하는 동안 잃지 않고 잘 가꿔 한국사회와 세계를 섬기는 데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조슬기 기자 chosk@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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