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예한 이익 대립, 공사 재개 빨간불

요즘 육거리에서는 ‘중앙상가상인회’에서 걸어 놓은 빨간 현수막들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이 현수막에는 두호동의 롯데마트 입점을 반대하는 내용의 글귀가 눈에 잘 띄도록 쓰여 있다. 그뿐만 아니라, 상점마다 이와 똑같은 내용의 작은 현수막들이 입구에 붙여져 있다. 최근 상권의 중심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현 상황에서 육거리의 분위기는 심상치 않았다.


건설 찬반 이파전(二巴戰), 육거리 vs 두호동


지난달 22일 죽도시장, 중앙상가, 오천시장 등 포항지역의 11개 전통시장 단체로 구성된 ‘포항시상인연합회’가 기자회견을 통해 북구 두호동에 들어설 것으로 예정된 복합상가호텔 내 대형 유통업체 입점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인연합회는 회견장에서 “건설 중인 두호동 복합상가호텔 안에 롯데마트와 아울렛이 들어설 경우 중앙상가와 죽도시장을 비롯한 포항 전역의 전통 및 골목상권에 충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회는 실제로 롯데마트, 아울렛 입점을 막기 위해 푯말과 현수막을 설치했고 성명서 발표, 롯데그룹 불매운동 등 반대운동을 계획 및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상가의 모 아울렛 상점 주인은 “포항시에서 10여 년 전 롯데백화점이 입점한 후부터 지금까지 중앙상가의 거의 모든 상점이 엄청난 매출 감소의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가뜩이나 호텔 내에 들어오기로 한 마트가 롯데그룹 소속인데, 이러한 큰 회사는 포항시 전체의 이익보다도 본사의 매출에 더 신경을 쓸 것이다”며 대형마트의 입점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런데 포항시 내에서 이러한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시민들도 꽤 많다. 호텔 건설 예정지인 두호동의 주민 일부는 “포항에 특급 호텔과 마트가 들어온다는 것은 포항시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것”이라며 호텔 건설에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주민들과 호텔 부지 주변 전통시장 상인회는 복합상가호텔 내 마트 입점 등을 찬성하는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사업이 순탄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하는 발판을 만들었다. 추진위원회는 이번 달 6일 기자회견을 열어 호텔 건립과 마트 입점에 대한 찬성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또한, 위원회는 건립 찬성 현수막 설치, 서명운동 전개, 시청 앞 주민집회 등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 미흡’ 포항시, 누구 손들어주나

현 사태에 대해 포항시는 일단은 상인연합회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포항시는 지난 2월부터 롯데마트 건설 신청을 지속적으로 반려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호텔 건설이 시작된 지 얼마 안 돼 중단됐다. 시는 2월 말에 열린 ‘유통업상생발전회의협의회’에서 “전통상업보존구역에 속한 두호동 호텔 내에 대형마트가 입점할 줄 몰랐다”며 ‘대형마트가 들어서면 죽도시장과 중앙상가뿐만 아니라 포항시 전체 전통시장에 피해가 예상된다’는 이유로 처음 건설 계획을 시정한 바 있다. 건립사업의 시행사인 ㈜STS개발은 이러한 시의 일방적인 통보가 자가당착이라는 입장이다. 포항시로부터 건축이 허가됐을 당시 대형마트의 입점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음에도 공사가 시작된 지 한 달 만에 반려하는 게 부당하다는 것이다. STS개발은 언론을 통해 1월부터 진행된 건축공사에 투자한 사업비가 약 370억 원 정도로 상당한 수준이고 이번 불허로 앞으로의 자금조달이 힘들어졌다고 밝혔다. STS개발은 현재 대형 점포 개설 등록을 재신청한 상태인데, 앞으로의 포항시 대응에 따라 공사가 계속될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호텔 건립과 대형마트 입점을 두고 상인연합회와 건립추진위원회가 단순히 서로 더 많은 이익을 얻기 위해 투쟁하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그리고 포항시의 무책임한 행정으로 포항시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가 어마어마한 손실을 볼 수 있는 위기에 빠져있다. 이번 사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모두가 시와 국가의 진정한 발전을 위한 합의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윤준영 기자 yoonjy@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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