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사례를 통해 본 산학협력

감사원이 지난해 공개한 산학협력 추진실태에 따르면 대학의 산학협력단이나 학교기업들은 자체적인 수익기반을 갖추지 못해 정부 지원금으로 연명하는 등 적자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산학협력은 기업과 대학의 공동기술 개발뿐만 아니라 인재양성이라는 점에서도 국가경쟁력의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요즘 같은 불황기에 각국 정부가 산업협력을 지원하는 데 정성을 쏟는 것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지름길이라는 판단에서다.

미국, 대학-지역산업 연결


미국은 짧은 역사에 비해 발전된 대학 교육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특히 대학과 기업 간 연계가 가장 효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국가이다. 미국 대학들은 발전 초기부터 정부나 민간 기업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특히 IT를 비롯한 첨단 과학 분야에서 이런 대학과 기업 간 연계가 두드러진다. 이에 따라 최근 우리나라에서 기업 혁신과 경쟁력, 지역 경제 발전 등의 측면에서 강조되고 있는 대학과 기업 간의 연계를 강화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미국의 사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산학협력은 지역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미국 대학들은 종종 소도시에 위치해 그 지역 공동체와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재정적, 사회적으로 지역 공동체에 연결된 대학들은 그 지역의 자원이나 산업과 관련된 연구 프로그램을 발전시켰다. 위스콘신 주의 낙농업, 아이오와주의 옥수수, 펜실베니아주의 철도, 석탄산업, 오클라호마와 텍사스주의 석유 제련 산업 등과 관련된 연구가 각 주의 대학에서 진행됐다. 또한 대규모 기업들은 각각의 지역에 있는 대학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기업은 물론, 지역의 발전에까지 큰 공헌을 하고 있다. 변화의 시기에 직면한 우리나라 대학들이 기업 혁신 과정에 보다 효율적으로 기여하고 나아가 국가와 지역 경제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사례와 같이 대학, 기업, 정부의 조화된 노력이 필요하다.

제한된 산학협력을 하는 독일


반면 독일에서 산학협력은 제한된 분야에서만 이뤄진다. 독일 대학의 연구자들이 산업계의 손을 뿌리칠 수 있는 이유는 정부에서 연구비를 충분히 지원받기 때문이다. 굳이 산업계에서 자본을 끌어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독일 대학의 교수들은 산업계에 의해 연구가 이용되거나 기업에 종속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 독일 대학총장협의회 토머스 카토이퍼 사무총장은 "산업계는 연구개발의 목적이 단기적이고 자신의 이해를 목적으로 하는 반면 학계는 전체 사회의 이익을 목표로 멀리 내다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독일 연방정부가 2006년부터 시작한 우수대학 육성 프로그램도 소수 대학만을 위한 지원이 아니다. 우수대학 육성 프로그램에 선정된 대학에는 5년간 재정 지원이 이뤄진다. 또한 주목할 점은 정권이 교체되었음에도 사업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우수대학 육성 프로그램을 처음에 제안한 것은 사민당 정권이었다. 현 집권당인 기민당은 전 정권이 시작한 일을 그대로 이어받아 추진하고 있다. 베흐렌벡 박사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대학 지원 정책이 바뀌면 어떻게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겠냐”며 “이처럼 정부가 신뢰를 줘야 더 우수한 연구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연구재단에서 전국 대학의 연구 활동 실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학의 연구개발비 비중은 10.1%로 미국, 일본, 캐나다,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선진국에 비해 낮았다. 캐나다와 비교해서는 4분의 1 수준이다. 국내 총 연구개발비는 증가하고 있으나, 그 가운데 대학 연구개발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11%, 2010년 10.5%, 2011년 9.8%로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는 미국을 따라 지역산업과 지역대학이 함께 발전하는 있는 방안과 지원체제가 마련돼야 한다. 지역은 우수 인재와 기업이 돌아오지 않는 공동화 현상이 심화된 지 오래다. 지역대학과 지역경제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범부처 차원의 구체적 실행방안이 제시돼야 한다.

김한솔 기자 kimhs@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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