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윤식 교수에게 묻다

Q 현재 전반적인 산학협력의 실태는 어떠한가?


산학협력이란 기업이 해결하기 어려운 연구 문제를 대학에 제시하고 연구비를 지원하며, 대학은 연구하고 그에 따른 결과물을 내놓음으로써 상호 협력하는 것을 말하는데 대체로 그렇게 되고 있지 않다. 기업이 대학보다 연구적인 면에서도 앞서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취지와는 다르게 기업이 대학에 과제를 내주고 이로 하여금 기업에서의 실무를 조금 더 일찍 배우게끔 하는데 목적을 두고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학교의 산학협력 분야의 실태는 더욱 심각하다. 이공계 계열에 대학원이 없기 때문에 연구시설과 인력이 부족하고 때문에 기업으로부터 산학협력을 체결해서 돈을 얻어오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Q 산학협력을 꼭 해야 하는가? 우리 대학의 다른 장점들을 더 살리면 되는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산학협력은 꼭 필요하다. 크게 2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로는 대학 평가가 산학협력 실적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는 것이다. 당연히 실적이 얼마 되지 않는 우리학교는 점점 대학 평가에서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다. 또 그것보다도 더 중요한 이유는 바로 ‘자금’이다. 산학협력이 잘돼야 학교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더 끌어올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Q 정부에서는 산학협력을 장려하고 있는가?


그렇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청년 실업이 문제가 되면서 연구실적 못지 않게 취업률을 중요하게 여기게 되었다. 이에 따라 정부에서는 *LINC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산학협력을 통해 대학교육 시스템을 개선함으로써 전공을 잘 살린 취업을 가능하게 하고 지역산업 성장도 견인하는 사업이다. 우리 학교도 여기 참여하게 된다면 연간 40억씩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지방 60여 개의 대학에서 지원을 받고 있는데도 우리 학교는 못 받고 있는 상황이다.

Q 우리학교가 산학협력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 산학협력에 집중하게 되면 교육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우선, LINC 사업에서 학교에 요구하는 것은 산학협력에 맞게 학교 체제를 변화시키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 요구를 다 맞추다 보면 대학이 ‘진리의 상아탑’에서 벗어나서 ‘직업학교’가 되어버릴 수가 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우리 학교처럼 인성과 영성 교육을 중시하는 학교의 입장에서는 교수와 학생들간의 대면이 중요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산학협력에 집중하게 되면 많은 교수가 기업과의 협업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우리학교가 내세우는 인성과 영성 교육을 전처럼 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많은 교수님들이 반대하고 있고, 찬성하는 교수님들도 체제를 완전히 바꾸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실정이다.


Q 그렇다면 우리 학교에 맞게 할 수 있는 산학협력의 방향은 없나?


우리 학교는 다른 학교와 조금 다른 한동대만의 산학협력 모델을 준비 중이다. ‘학부생 연구 + *캡스톤 프로젝트 + 사회봉사(전공봉사) + 현장실습’이라는 모습의 산학협력으로, 실제로도 미국에 이러한 모델의 산학협력을 진행 중인 학교가 있다. Harvey Mudd College라는 곳인데 이 대학도 이러한 산학협력을 통해 생긴지 불과 몇 십 년 만에 명문학교로 우뚝 자리 잡은 학교이다.


산학협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세상적인 눈으로만 봤을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나님의 일을 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실제로 졸업생의 90%가량이 기업에 들어가고 있지 않나. 기업과의 협업 없이, 또 기업에 대한 정확한 지식 없이 기업을 변화시키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박형민 기자 parkhm@hgupress.com

*LINC 사업: 정부에서 산학협력을 통해 대학교육 시스템을 개선함으로써 취업의 부조화 해소 및 지역산업 성장 견인을 위해 적극 추진하고 있는 사업.

*캡스톤 프로젝트: 이공계 계열에서 교수와 학생이 진행하는 프로젝트.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교수가 관심 있는 분야에 따라 그 종류와 성격은 다양하게 나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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