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신대 이상원 교수 인터뷰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거짓말을 한다. 그중에는 악의를 가지고 하는 거짓말도 있고 선한 의도를 가지고 하는 거짓말도 있다. 모든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만 할 수 있을까. 기독교 윤리학에서는 과연 거짓말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총신대학교 이상원 교수(사진)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기독교 윤리학에서는 거짓말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나?


칸트, 조셉 플레처 등 철학적 윤리학에서는 사실을 사실 그대로 말해야 한다는 중립적 원칙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반면 기독교 윤리학은 “이웃에게 상해를 가하고자 하는 악한 의도를 가지고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사실과 다르게 말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기울어져 있다. 이 원칙이 바로 십계명 가운데 제9계명,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의 기본 뜻이다. 그 예로 성경 시대 이스라엘의 재판광경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스라엘 사회의 재판과정에서는 오직 증인 두 명의 증언에 의거해서만 판결이 이뤄졌다. 따라서 증인의 증언이 피고의 생사까지도 좌우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증인이 의도적으로 피고에 대해 사실과 다르게 증언함으로써 피고가 부당한 처벌을 받게 된다면 이 증언은 악한 행위가 되는 것이다.


사실을 사실 그대로 말하는 행위는 피조물인 인간에게 주어진 한계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범위 안에서 가능한 한 사실을 사실 그대로 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이것이 학문의 영역이든 인간관계의 영역이든 기본적인 전제가 돼야 한다. 사실대로 말한다는 것이 전제돼야 진리를 추구하는 학문이 성립될 수 있으며, 사회적 관계가 신뢰할 수 있는 관계로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Q 기독교 윤리적으로 과연 선의의 거짓말이 허용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하얀 거짓말이라고도 하는 선의의 거짓말은 일정한 조건 하에서 허용될 수 있다는 것이 기독교 윤리학의 기본 입장이다. 기독교 윤리학은 세 가지 조건 아래에서 선의의 거짓말을 허용해 왔다.


첫째는 유머의 거짓말이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모두가 거짓말임을 알지만, 그 목적이 서로 즐거움을 누리고자 하는 것이 분명할 때는 거짓말이 허용된다. 그러나 상대방이 유머의 거짓말을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에 있고, 유머의 거짓말 자체를 오해하여 상처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유머의 거짓말이라도 절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로, 예의의 거짓말이다. 예의의 거짓말은 사회적 관계 안에서 대화를 할 때 상대방이 마음에 상처를 받지 않도록 사실과는 다르게 상대방을 칭찬해 주는 어법을 가리킨다. 상대방에 대한 존경심이 없더라도 “존경하는 …씨”라는 호칭을 정중하게 붙여 준다거나, 식사대접을 받고 난 이후에 맛이 없었어도 맛있게 먹었다고 말해 주는 어법이 그 예다. 예의의 거짓말은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하는 일종의 에티켓이라고 볼 수 있다.


셋째로, 불가피한 거짓말이다. 이웃의 생명이 위기에 처했을 때 이웃을 살리기 위해 사실을 사실과 다르게 말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허용될 수 있다. 기생 라합이 이스라엘의 정탐꾼들을 집 안에 숨기고 성 밖으로 나갔다고 거짓말하여 살려 준 것이라든가, 바후림의 여인이 다윗을 우물 안에 감추고 그를 쫓던 압살롬의 군대에게 다른 곳으로 갔다고 둘러댄 것 등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허용된 거짓말의 사례들이다.

Q 대부분 사람들은 우리가 매우 부정직하고 거짓이 가득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정직을 지키기 위해 크리스천 대학생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기독교는 진리를 추구하고, 진리를 전하며, 진리를 가지고 사람을 구원하는 종교이다. 때문에 기독교인이 거짓말하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은 기독교인의 신분에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 것이며, 나아가서는 진리를 기반한 기독교체계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마음속에 탐욕이 있으면 거짓말이라는 언어관습이 자라나게 돼 있다. 탐욕 없이 마음이 깨끗하면 거짓말을 할 필요와 상황이 없어진다. 따라서 기독대학생들은 마음이 탐욕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자기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에게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고 말씀하셨다. 자기이익의 확보를 위하여 거짓말을 하는 것이 사회의 대세로 자리 잡았다 하더라도 “나는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므로 이 대세를 거스르고 소수의 입장에 서는 삶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결심을 하고 담대하게 나아가는 태도가 우리 기독대학생들에게 필요하다.


정리 김진주 기자 kimjj@hgupress.com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