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아카펠라 그룹, 토리’s와의 만남

우리 국악을 새로운 형태로 바꿔 화성음악에 익숙한 대중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국내 유일 국악아카펠라 그룹인 토리스(토리’s)다. 토리스는 지난해 러시아에서 열린 전통음악 국제 콩쿠르에서 종합 대상을 받는 등 우리 국악을 사랑하고 알리는 일에 힘쓰고 있다. 지난달 13일, 경주 <왕의 길> 축제 행사장에서 공연을 가진 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토리스가 펼치는 국악 한마당


토리스는 여러 ‘토리’가 한 데 모였다는 뜻을 지녔다. 토리는 지역마다 가지고 있는 독특한 음악적 색깔을 뜻하는 국악용어다. 각 지방에 자연환경, 풍습 등이 달라 언어적 사투리가 생겼듯 음악에도 사투리가 있는 것이다. 지역에 따라 경토리(경기도), 육자배기토리(남도), 메나리토리(동부) 등 다양한 토리들이 존재한다. 토리스는 이 중 경기민요, 서도민요, 판소리, 아카펠라(베이스) 전공자들로 이뤄져 있다.


이날 공연에서 선보인 음악은 총 4곡으로, 퍼포먼스는 곡마다 각기 다르게 구성됐다. 하지만 베이스가 곡의 바탕이 돼 리듬을 잡아주고 여러 토리를 지닌 솔로들이 차례로 노니는 형식은 변함없었다. 첫 곡은 <강남아리랑>이었다. 시원하게 쭉 뽑아내는 토리스의 목청이 하늘을 때리며 공연의 시작을 알렸다. 이후 곡에 따라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는 곡조에 관객 모두가 숨을 죽이기도 하고, 신명 나는 곡조에 어깨를 덩실거리기도 했다. 이에 더해 곡 중간중간에 어르신들은 “얼쑤”, “좋다”, “잘한다” 등의 추임새를 넣기도 하는 등 모두가 즐기는 무대가 진행됐다. 또한, 곡 사이사이 진행되는 멤버들 개인의 실력을 뽐내는 시간과 곡에 맞춰 준비된 재미난 퍼포먼스는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들의 공연을 관람한 한 시민은 “토리스의 공연이 메인 공연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공연이 가장 좋았다”며 “악기의 빈자리를 느낄 수 없었다”고 평했다.

아카펠라로 만나는 우리의 가락


국악아카펠라는 국악을 표현하기 위한 방법으로써 아카펠라를 사용한 것으로, 토리스는 이를 전문적으로 하는 국내 최초의 그룹이다. 그러나 ‘국악아카펠라’라는 장르가 개척된 것은 솔리츠라는 아카펠라팀이 국악 버전 아카펠라를 공연하면서이다. 토리스는 “아카펠라팀에서는 한 명의 국악솔로가 있고 다른 사람들은 다 화성음으로 받쳐줬는데, 이와 달리 우리는 각자가 다 노닌다”며 “이에 더해 우리는 국악 전공자이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국악의 색이 녹아있다”고 자부심을 표했다. 국악으로도 화음을 만들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들은 “멜로디 라인이 있으면 만들어질 수 있는 게 화음인데, 이론상으로 국악도 멜로디 라인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며 “국악이 발성 때문에 화성이 어렵다는 인식이 많다. 하지만 요즘 국악을 하는 젊은 세대들은 국악뿐 아니라 가요 등을 많이 접하면서 화성의 개념을 잘 알고 있는 편이라서, 화성을 만들고 부르는데 그리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토리스의 비전을 묻자 그들은 “국제적인 아카펠라 시장에 나가, 국악아카펠라를 세계적인 음악으로 키우고 싶다”며 큰 포부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토리스는 “국악의 매력은 한 번 듣고, 따라 부르기가 어렵지 않다는 것”이라며 “국악을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는 등 젊은이들도 국악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프리랜서 개념으로 토리스 일을 하고 있지만, 항상 토리스를 1순위로 두고 있다”고 전하며, 혼자 일할 때보다 함께 여러 면에서 화음을 맞춰 나갈 때 행복하다는 그들. 우리의 것을 지키기 위해, 또 더 나아가 이를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한 걸음씩 전진해 나가는 그들의 행보는 오늘도 여전하다.

조슬기 기자 chosk@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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