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장애인이 겪는 심리·정서적인 어려움

지난 2008년 소방방재청에 따르면 2003년부터 2007년까지 화재 발생률은 매년 평균 13%씩 증가했고, 매년 1만 3천여 명이 입원 치료를. 약 23만여 명이 화상과 관련된 외래치료를 받고 있다.


화상장애인들은 화상 치료로 인한 통증과 치료로 병원에 상당기간 입원해 있기 때문에 고액의 치료비가 발생하며 이로 인해 경제적인 어려움도 겪게 된다. 하지만 화상장애인에게 가장 큰 문제는 화상장애인들의 상처가 단순한 신체적 상처를 넘어 사회적, 정신적 상처라는 것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고통


화상장애인들이 겪는 신체적, 정신적인 충격은 회복과정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치료 초기에는 자신에게 일어난 상황에 대해 잘 파악하지 못하는 해리(解離) 상태를 경험하게 된다. 과거 자신의 모습과 다른 현재의 자신이 과연 누구인지 혼란스러워할 뿐만 아니라 사회에서의 자신의 위치에 대해 불안감을 느낀다. 그 후 시간이 지나 상황이 파악되면 다양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보이게 된다. 화상 사고를 경험한 후 그 사건에 공포감을 느끼고 사고 후에도 계속된 재경험을 통해 지속해서 불안증상을 나타내는 것이다. 치료 중기에는 신체의 기능 상실, 화상치료로 인한 통증, 치료 후 아직 남아있는 흉터나 후유증 등으로 인해 우울증이 오기도 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거절당하거나, 사랑 또는 이해받지 못할 것에 대한 두려움도 느낀다. 또한, 사고가 나게 한 자신이나 누군가에게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치료 이후에도 대부분의 화상 장애인은 불안, 우울, 무력감, 분노, 죄책감, 낮은 자존감 등과 같은 심리적 어려움으로 고통스러워한다. 화상장애인은 특히 대인관계를 맺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해 나가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눈에 띄는 화상 흉터로 인해 다른 사람의 시선에 의해 마음의 상처를 입기 쉽고, 외모 변화와 신체기능 장애, 성기능 장애 등으로 인해 자존감이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 심한 외모변화나 기능장애가 있는 경우 이전 직장으로 복귀하지 못하거나 직업을 바꿔야 하는 일도 다반사다.

화상장애인과 함께 희망을 품고, 비전호프


비전호프는 2003년부터 안현주 대표가 간호사로 일할 때 어느 화상 장애 아동의 기사를 접하면서 화상장애아동에 대한 후원을 시초로 만들어진 단체다. 만 18세 미만의 화상장애아동을 대상으로 매년 꾸준히 많은 활동을 해오고 있는 곳이다. 처음 화상장애아동을 일반적인 전문심리기관에 데리고 갔는데, 그 기관에서는 화상장애인을 상담해 본 적이 자주 없다 보니 접근하는 방법이 잘못돼 아동이 면담을 거부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래서 비전호프는 화상장애아동과 그 가족을 대상으로 심리·정서적인 문제에 관한 설문조사와 함께 화상장애아동을 위한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계획해서 실시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여름에는 심리치료 및 상담 분야 전문가들의 자문을 얻어 음악치료, 미술치료 등과 같은 치료방법, 심리검사, 면담 등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3박 4일간 캠프를 진행했다. ‘캠프를 지속해서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아 이후 매년 여름과 겨울에 방학을 이용하여 다양한 심리치료캠프를 운영하여 화상장애아동들이 심리·정서적인 문제를 해결하도록 돕고 있다. 그 결과 심리치료캠프에 참가한 아동들이 스스로 문제를 극복하려는 의지가 점점 높아졌고, 자존감이 회복되는 효과를 얻었다. 또 정기적으로 아동의 가정을 방문해 가정과 학교에서의 일상적인 생활을 중심으로 아동면담과 부모면담을 실시한다. 이를 바탕으로 아동과 가족이 신체적, 심리적으로 다른 문제가 없는지 지속적으로 사례관리를 하고 있다.


비전호프 안현주 대표는 “화상장애아동의 의료비, 교육비, 생계비 등을 지원하고 화상장애아동의 삶의 질을 높이고 그들의 현실적인 문제들을 함께 고민하고 지원하는 것이 비전호프가 하는 일”이라며 “2003년 처음 시작했을 때도 그러했고, 지금도 화상으로 힘겨운 아이들의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용기를 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밝혔다. 또한 “정부와 사회가 나서서 화상의 장애제도와 국민건강보험제도 등에 관심을 두고 적극적으로 개선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한솔 기자 kimhs@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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