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비처럼>의 작가, 만화가 권혁주를 만나다

도종환 시인은 “시를 읽고 가까이하는 사람, 감동이 있고 설렘이 있으며 사람과 사물과 세상에 대한 사랑이 있는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여기, 시의 간지러운 설렘을 웹툰에 담아 전하는 작가가 있다. 시와 만화를 결합해 정적인 감동을 전하는 웹툰 <움비처럼>의 작가 권혁주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만화의 늪에 빠지다


사실, 저는 원래 영화 쪽에 관심이 많았어요. 편집기술보다는 기초를 배우고 싶어 대학을 철학과로 진학했죠. 그러다가 철학이 재미있는 거예요. 그래서 대학원을 미학으로 진학했죠.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느꼈어요, 공부는 때가 있다고. 나이가 드니까, 또 가정을 꾸리니까 공부만 하기는 힘들었어요. 의도치 않게 단계를 밟는 게 점점 빨라지는 거예요. 생계를 위해 큐레이터를 잠깐 하기도 하고, 또 공부하는 동안에 항상 창작에 대한 갈증이 있었어요. 그래서 만화를 시작하게 됐죠. 영화는 만들려면 한 편에 길게는 10년까지도 걸리는데, 만화는 종이와 펜만 있으면 그릴 수 있기 때문이에요. 사실 만화가 영화처럼 파급력이 있지는 않지만, 꾸준히 연재되는 만화는 영화와는 다른 방법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이런 만화에 푹 빠지게 됐고, 지금껏 계속 만화를 그리고 있죠(웃음).

문화사역의 비전을 품은 만화


저는 문화사역에 관심이 있어요. 문화사역으로서의 만화라고 하면, 사실 예수님의 이야기를 만화로 그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쉽게 떠오르잖아요? 그런데 그것만이 만화로 할 수 있는 문화사역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오락과 같이 현대 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여러 문화를 보면 사람들이 대부분 생각 없이 수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심심해서 시간을 죽이려고 게임을 통해 사람을 죽이기도 하는 거죠. 이런 현상을 통해 느껴지는 문화의 힘에 사실 조금은 무서웠어요. 그리고 생각했죠, 만화를 통해 크리스천과 한국의 선비정신을 드러내고 싶다고.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아름다운 만화를 그리고 싶었던 거죠. 네이버에 지난 2011년까지 연재했던 <그린스마일>도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아름다운 환경을 보전하자는 취지로 그렸었고, 지금 연재하고 있는 <움비처럼>은 대부분 잠언과 비슷해요. 잠언처럼 시를 통해 마음에 평안을 주고, 마음을 정화시켜 줄 만한 메시지들이 담겨있기 때문이에요. 아무래도 작은 자를 보살피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따르려다 보니 사회에서 소외된 부분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요즘에는 탈북자, 다문화 가정 등 우리나라에만 있는 문제들에도 시선이 향하더라고요. 이런 부분에는 크리스천으로서 관심을 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것들을 만화에 담으려다 보니 재미없는 것을 재미있게 만들려는 남다른 의욕이 많답니다.

시와 웹툰의 만남, <움비처럼>


<그린스마일>을 그리면서 사람들이 환경 파괴에 대해 많이 무뎌졌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무리 자극적인 환경 파괴 장면을 보여줘도 사람들이 놀라지 않는 거예요. 마치 개구리가 점점 온도가 오르는 물에서는 뜨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이, 사람들이 환경 파괴에 대해 지속적으로 접하게 되면서 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게 되는 거죠. 결국, 소재의 한계가 느껴졌어요. 그러다가 문득 개인이 일회용품을 하나 줄이는 것 보다, 느리게 사는 훈련을 하는 게 환경보전을 위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문화적으로 다가가 그것을 도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죠. 그리고 그 훈련의 매개체를 시로 삼았죠. 사실 어쩌면 시를 읽는 시간은 효율적이기보다는 무용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은 시를 잘 읽지 않죠. 사람들이 시를 잘 안 읽으니까 시를 읽을 수 있도록 자극하는 만화를 그려보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고, 그렇게 <움비처럼>이 탄생하게 됐어요. 비움이라는 뜻을 지닌 ‘움비’, 그리고 묘한 환기를 시켜주는 말인 ‘처럼’을 사용해 제목을 지었고요.

마지막으로 대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기자가 묻자 그는 “연애든, 학업이든, 음악이든 전문가가 되지 않아도 좋다. 그것을 업 삼을 필요도 없다. 그러나 무엇이든 한 가지에 미쳐보라”고 전했다. “저도 만화 때문에 미쳐버리겠어요”라며 그는 껄껄 웃었다.

정리 조슬기 기자 chosk@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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