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소들의 콜로세움, 청도를 다녀오다

위 시는 위나라를 세운 조조의 사남 조식이 7발자국을 걷는 동안 지은 ‘소싸움’에 관한 시이다. 어느덧 14년째를 맞은 청도소싸움축제 현장을 다녀왔다.

어딜 뎀비노? 혈투의 현장


청도 소싸움경기장에 들어서자 상당히 넓고 쾌적한 좌석, 그리고 모래판을 바라보며 소들이 나오길 기다리는 관중들의 상기된 표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잠시 후 2012년 하반기 16위의 ‘야수A’와 3위의 ‘검’이 입장하고 맞대결을 펼쳤다. 시작 전부터 뒷발로 모래를 밀어내면서 기선을 제압하는 소들, 심판의 호각이 울리기도 전에 뿔로 서로의 머리를 거세게 치면서 부딪쳤다. 치열한 소들의 접전은 한순간도 눈을 떼기가 힘들었다. 한 놈이 힘차게 밀어내는가 하면 밀려난 녀석은 어느새 고개를 돌려 다시 반격을 하고 있었다. 우렁찬 소들의 기운은 경기장 내 분위기를 압도했다. 30분의 경기 시간 동안 손에 땀을 쥐고 보았으나 승자가 결정되지 않았고 결국 경기는 무승부로 끝났다. 승자를 결정하는 방식은 간단하다. 소는 자신의 힘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고개를 돌려 달아나고 결국 패자가 된다. 소싸움은 경마와 같이 배팅도 가능한데, 배팅을 한 사람들은 자기가 돈을 건 소가 이기길 큰소리로 응원하며 손에 땀을 쥐고 봤다. 밀양에서 왔다는 김지수(47)씨는 “배팅을 해야 소싸움의 참맛을 느낄 수 있다”며 대학생들에게도 와서 구경하고 가길 적극 추천했다. 이어 그는 “대학생들도 로또나 프로토만 하지 말고 소싸움 구경에 와서 조상들의 놀이도 느껴보고, 청도의 자연도 느끼고 가면 좋을 것 같네요”라고 말했다.

마, 뿔 한번 붙여 봐라

싸움소는 일반적으로 봤을 때는 큰 차이를 못 느끼지만, 자세히 보면 여러 가지 방식으로 좋고 나쁜 싸움소를 가려낼 수 있다. 우선 뿔은 크고, 뿔과 뿔 사이가 좁아야 좋은 싸움소라 할 수 있다. 뿔의 종류로는 하늘을 향해 치솟은 모양의 노고지리뿔, 아낙네의 비녀를 닮은 모양의 비녀뿔, 뒤나 아래로 젖혀진 모양의 재뿔 등이 있다. 자신만의 뿔과 체급에 따라 ▲뿔치기 ▲뿔걸이 ▲목감아돌리기 등 자신만의 주특기도 소마다 가지고 있다. 싸움소는 일반 소와는 다르게 눈빛이 날카롭고 독기가 있어야 한다. 싸움을 시작하기 전, 기 싸움을 하는데 이때 눈빛에서 밀리면 주도권을 내주고 들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거의 목을 맞대고 싸우기 때문에 상체부위, 특히 목 주변의 근육이 발달돼야 하며, 엉덩이 부위의 근육은 발달이 덜 될수록 유리하다.

소들의 전쟁, 언제부터?


소싸움은 농경문화가 정착한 시대부터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소싸움이 발생하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2가지 설이 있는데, 신라가 백제와 싸워 이긴 전승기념잔치에서 비롯돼 이어져 왔다는 설과 고려 말부터 진주를 중심으로 자생한 고유의 민속놀이라는 설이 있다. 일찍이 소를 농경에 이용해 온 우리 민족은 초지가 부족하고 사료가 제한된 관계로 여러 마리 소가 한곳에 모여 풀을 뜯게 하곤 했다. 그러다 보니 소들이 머리를 맞대고 힘을 겨루는 일이 종종 발생했고, 이를 소 주인들이 응원하고 즐기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소싸움이란 문화가 발생했다. 소싸움은 조선 시대에 민중들이 제일 좋아하는 놀이 중 하나였으나, 일제강점기에 소싸움을 목적으로 모인 군중들이 폭동을 일으킬 것을 우려해, 일제가 금지한 후 몇몇 지역에서만 전해져 내려오게 됐다. 청도에서도 그 명맥을 꾸준히 유지해오다가 99년부터 전국적으로 소싸움축제를 열면서 지금까지 청도의 명물로 전해오고 있다.

청도 소싸움축제는 매년 봄마다 개최된다. 2013년에는 2월 4일부터 매주 토, 일요일 소싸움경기장에서 하루에 10경기씩 관람할 수 있다. 본격적인 축제 기간은 4월 17일부터 21일까지이고, 이 기간에는 그동안 경기를 통해 많이 올라왔던 소들끼리의 더욱 팽팽하고 재미있는 대결이 펼쳐진다. 소싸움뿐만 아니라 다양한 초청공연과 전시행사 등도 열린다고 하니, 시간 내서 소들의 우렁찬 기운도 느끼고 눈도 호강하고 오는 건 어떨까?

박형민 기자 parkhm@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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