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철학자 강영안 교수, 인문학을 말하다

인문학에 관한 정의는 무수히 많다. 그럼에도 인문학자를 제외한 일반 사람들은 ‘인문학’ 하면 마땅히 떠오르는 명쾌한 생각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인문학이란 무엇인가? 우리 시대 르네상스적 지식인이자 대표적인 기독교 철학자로 알려진 서강대 강영안 교수를 만나 인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Q 먼저 인문학의 본질에 대해 묻고 싶다. 인문학은 무엇을 탐구하는 학문인가? 인문학의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인문학의 연구대상은 인간이다. 인문학의 연구대상이 인간이라고 해서 인간의 인체를 연구하는 의학이나 생물학도 인문학인 것은 아니다. 인문학의 고유한 탐구영역으로는 문학, 역사, 철학, 예술, 종교, 언어가 있다. 인문학은 인간에 관한 것이되, 대부분 인간의 정서와 관련이 있다. 사회과학에 속하는 심리학 또한 인간의 정신을 탐구한다고 하지만 그것은 외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인간의 심리를 다루기 때문에 인문학과는 다르다. 인문학은 예를 들어 예술, 문학, 철학 등 인문학의 궁극적 목적인 인간의 이해를 돕는 것들을 말한다. 철학 사상이든, 예술적 표현이든 모두 인간의 정신에 대한 이해의 표현인 것이다. 인문학을 통해 우리는, ‘나는 누구인가’ 자문하며 자신을 이해하고, ‘우리는 누구인가’ 하며 타인과 세계를 이해한다. 이러한 이해를 통해 인간으로서 살아가야 할 삶의 방식에 대해 알고 반성과 성찰을 통해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한다.

Q 우리나라에서는 불과 2000년대 초반까지 ‘인문학의 위기’라고 떠들썩 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지금 우리 사회는 동서양 할 것 없이 인문학에 빠져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스티브 잡스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이 기술과 인문학의 만남이라고 말했다. 이런 애플이 큰 성공을 거두고, 화제에 오르면서 우리나라 기업의 총수들이 인문학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경영, 경제에서 인문학이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다. 인문학 열풍의 다른 이유는 경제적 여유를 누리는 사람들의 삶에 대한 관심이다. 인문학 강좌에 가보면, 수강생 대부분이 50대 이상이다. 그들은 경제적 여유를 누리게 되면서 ‘삶의 후반기에 어떻게 더 가치 있는 삶을 살 것인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세 번째 이유는 오늘날의 사회가 피로 사회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은 서구 사회든, 한국 사회든 성과 위주의 사회다. 경쟁력을 가져야 하고, 일정한 결과를 산출하도록 요구받는 사회인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가 피로다. 피로는 결국 우울증과 같은 질병을 유발한다.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이 피로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됐다. 그 결과로 ‘아무것도 하지 마라’ 하는 노장사상 등이 유행하게 됐다.

Q 최근 현대 사회에서 인문학의 역할은 무엇인가? 또한 기독교인으로서 우리가 인문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앞에서 말했던 바와 같이, 우리는 피로 사회에서 살고 있다. 따라서 사람들은 일에 몰두하기보다 인문학을 통해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그것을 통해 참된 안식을 누리고자 한다. 현대인들은 인문학을 통해 일종의 치유를 받는 것이다. 이는 그리스도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예를 들면 그리스도인들은 교회 안에서 서로 세워주고 참된 교제를 나누며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데 요즘 그렇지 못한 교회가 많다. 교회조차도 성과주의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인문학은 기독 신앙을 가진 사람들에게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만들고, 우리가 가진 귀한 전통을 다시 발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회다.


Q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는 대학생들이 많지만 대부분 인문학을 어렵게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학생들에게 ‘인문학 이렇게 공부하라’는 가이드라인을 준다면?


인문학을 공부하는 방법 중에 가장 좋은 것은 읽는 것이다. 가장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소설을 읽고, 시를 읽고, 철학 책 등을 읽는 것이다. 책을 읽고 나서 생각해야 한다. 나를 생각하고, 타인을 생각하고, 사회를 생각해야 한다. 생각할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묻는 것이다. <공부하는 인간-호모아카데미쿠스>라는 프로그램에서 묻는 것의 중요성이 나왔다. 아이들이 학교에 다녀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늘 뭐 배웠어?”라고 묻는다. 그런데 유대인 교육에서는 “오늘 무슨 질문 했어?” 라고 묻는다. 질문은 생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기존 의식에서 무엇인가를 문제시하고, 새로운 것을 찾고,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것이 바로 물음이다. 질문이 없으면 새로이 찾는 것이 없다. 친구들과 함께 모여서 책을 읽고, 그에 대해 서로 묻고 이야기하는 것이 바로 인문학적인 삶의 공간을 만드는 방법이다.

우리는 정신적 빈곤 시대에 살고 있다. 날이 갈수록 물질적 풍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정신적 만족 없는 삶을 사는 것이다. 당신도 삶의 의미를 못 찾고 헤매고 있는가? 그렇다면 지금 당장 스스로 묻자. ‘나는 누구인가?’

정리 박가진 기자 parkgj@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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