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프란시스대학 현장에서 직접 느낀 그들의 열정

스펙으로 말하는 현대 사회에서 인문학의 학문적 위상은 점점 낮아져만 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그런데 인문학이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고 인생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이를 직접 실현하고 있는 대학이 있다. 바로, 성프란시스대학이다. 성프란시스대학은 노숙자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치고 있어 일명 ‘거리의 대학’이라 불린다. 작년, 이 대학의 인문학 과정을 엮은 ‘거리의 인문학’이라는 책이 발간되었을 때는 ‘이 시대 인문학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으며 많은 언론으로부터 주목을 받기도 했다. 성프란시스대학을 조금 더 알고 싶은 기자는 직접 가르침의 현장에 갔다.

책과 대화하며 사람과 소통하는 수업

성프란시스대학은 서울역 지하철 4호선 방향 13번 출구에서 20m 정도 거리에 있다. 지하철 출구를 나가보니 바로 앞에는 사회적 소외계층을 위한 자활센터인 다시서기센터와 교회 등이 위치해 있었고, 성프란시스대학은 그 건물들 옆 건물 3층에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대학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작은 규모였지만 그 안에는 사무실, 식당 그리고 강의실이 있었다. 그곳에 도착했을 때, 학생들은 기자들에게 자신들이 직접 만든 식사를 권하며 따뜻한 정으로 환영해 주었다. 저녁 식사가 끝난 후 문학수업이 시작되었는데 수업시간은 저녁 7-9시로 운영되고 있었고 요일 별로 문학, 철학, 예술사, 글쓰기 등 인문학의 기본 분야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문학수업은 교수가 매주 책을 정해주면 학생들이 그 책을 읽고 서로의 생각을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교수가 지정해주는 책의 수준이 결코 낮지 않다는 것이었다. 교수는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어려운 고전과 철학에 관련된 책을 학생들에게 읽어오도록 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그 책과 ‘대화’하면서 각자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 왔고 그것을 나누며 인생을 이야기했다. 교수는 토론을 이끌며 간단한 느낀 점부터 얻을 수 있는 교훈, 삶의 방식에 대해서까지 같이 나누며 학생들의 생각하는 힘을 길러주고 있었고 각자의 인생을 돌아보도록 하고 있었다. 수업은 매우 집중도 있게 진행됐고 학생들은 모두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교수와 학생들 모두 서로에게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교수와 학생이 같은 위치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대화하고 고민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여기 모인 분들은 인문학에 인생을 걸고 있습니다”


수업이 끝난 후에도 교수와 학생의 대화는 계속됐다. 학생들이 모두 떠난 후에 개인적으로 문학 교수인 안성찬 교수(서울대)를 만났다. 인문학이 노숙자들에게 줄 수 있는 변화에 대해 묻자 안 교수는 “성프란시스대학의 인문학 강의는 노숙인들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고 의지가 있는 노숙자들에게 내면의 계기를 만들어주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인문학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최근 인문학의 위기를 인정한다. 대부분 대학생들은 인문학 수업을 단지 학점을 채우기 위해서만 듣고 있다. 그러나 여기 모인 분들은 인문학에 인생을 걸고 있다”며 “인문학을 배움으로써 실제로 내면의 변화를 이루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내고 자립을 일궈 낸 노숙자들을 볼 때 가장 뿌듯하다”고 전했다.

마지막 질문으로 성프란시스대학의 최종목표가 무엇인가를 묻자 그는 “성프란시스대학의 최종 목표는 이 대학이 우리 사회에 필요 없게 되는 것이다. 노숙자들이 모두 서울역을 떠나 새로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며 활짝 웃었다. 그의 마지막 답변에서 성프란시스대학의 기반이 되는 순수한 봉사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조그마한 강의실에서 이루어지는 인문학과 노숙자의 진지한 만남이 새로운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윤준영 기자 yoonjy@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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