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없는 것들의 반란, <월간잉여>를 만나다

‘잉여롭다’. 몇 해 전부터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처럼 번진 신조어다. 이 말의 의미는 ‘지나치게, 혹은 의도와 달리 여유롭다’ 정도로 정의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경제활동의 영역 안으로 편입하지 못하는 20대 청춘들은 누구나 쉽게 사회의 ‘잉여자원’으로 분류 되곤 한다. 지금 ‘잉여잉여’ 울부짖는 청춘들이 있는가. 모두 여기로 오라! 여기 잉여의, 잉여에 의한, 잉여를 위한 ‘월간잉여’가 있다.

리얼 잡지 ‘월간잉여’


월간잉여는 제목대로 잉여를 소재로 한 잡지다. 혹자는 장난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잡지는 실제로 발행되는 ‘진짜’ 잡지다. 월간잉여는 2012년부터 발행된 독립잡지로, 잉집장(잉여+편집장)으로 불리는 최서윤 씨에 의해 매달 만들어진다. 서울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그는, 잉여라는 독특한 소재를 떠올리게 된 계기에 대해 아주 간단히 대답했다. “제가, 잉여였어요” 실제로 그는 2011년 말까지 언론사 시험에 여러 번 낙방하고 소위 말하는 ‘잉여’가 됐다. 그러던 중 세상에 욱하는 심정으로 ‘반항’의 의미를 담아 잡지까지 발행하게 됐다. 처음에 월간잉여는 어떤 내용으로 기획됐을까? 잉여라는 소재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일명 ‘잉여’라 불리는 사람들도 나름의 가치 있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답했다. 월간잉여는 역설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잉여이지만 결코 잉여가 아닌 ‘쓸모 있는 쓸모없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다. 월간잉여는 자본주의 사회, 그리고 경쟁이 만연한 사회에서 잉여 취급 받는 사람들이 스스로의 가치를 찾아 쓸모 있는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알리는 역할을 한다.


웃픈 현실과 힐링의 메세지를 담아


월간잉여의 목차는 잉터뷰, 각잉각색 등, 잉여 ‘*돋는’ 제목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목차 뒤에 본격적으로 이어지는 글들은 잉여력을 한껏 뿜어내는 *짤방과 주옥같은 *드립으로 이뤄진다. 월간잉여는 취업준비생의 삶과 같이 누구나 겪어봤을 법한 ‘웃픈’(웃기고도 슬픈) 현실을 여실히 드러낸다. 월간잉여는 잉여들의 일상뿐 아니라 정치적 이슈나 사회적 문제에 관해서도 이야기한다. 더 놀라운 점은 이런 글들이 꽤 전문성을 띠고, 날카로운 분석과 비판을 내놓는다는 것이다. 일본 외신 기자가 북한 미사일 발사 취재 경험을 바탕으로 쓴 <북한의 잉여: 광명성 3호>와 실제 다단계업자로 활동했던 글쓴이의 고백과 충고가 담긴 <500만 원 바친 전직 다단계업자의 고백(상)>이 그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월간잉여는 시사 또한 ‘잉여스러운’ 것이 특징이다. 날카로운 비판 또한 편안하고 일상적인 어투로 표현하고, 사회문제를 잉여의 삶과 함께 풀어내는 잉여적 관점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월간잉여 중 잉터뷰(잉여+인터뷰)는 잉여 개개인의 삶을 다루는 동시에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지난 12월호에서는 교사를 그만두고 농사를 지으며 살아가는 이계삼 씨의 이야기를 다뤘다. 이 잉터뷰는 추구하는 가치와 상반되는 삶 속에서 고민하는 모든 현대인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준다. 잉집장 최서윤 씨는 “소위 힐링 멘토라고 불리는 사람들은 대부분 엘리트 집단에 속한다”며 “이계삼 씨처럼 실천적 삶을 살아가고 있는 교육잉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월간잉여는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인간의 삶을 서술하는 것을 넘어서 친밀한 대화를 유도한다.

월간잉여는 세상에서 가장 일상적이고 인간적인 이야기를 풀어내는 잡지다. 나 자신이 잉여라고 느껴질 땐, 잉여들의 뜨거운 고백이 가득한 월간잉여를 펼쳐보자.

박가진 기자 parkgj@hgupress.com

*돋다: 감정이나 기색이 생겨난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소름돋는다와 다른 단어를 결합하여 사용하면서 쓰이게 된 말

*짤방: 짤림방지; 본래 글이 삭제되는 것을 막기 위한 사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은 웃긴 사진이나 음악 파일 등을 가리키는 말로 두루 쓰임

*드립: 본래 애드립에서 나온 말로, 즉흥적으로 상황에 맞지 않는 발언 정도의 뜻으로 쓰였으나 지금은 웃긴 유머 등의 의미로 널리 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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