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정액제 거부의 선봉장, 랩퍼 비프리(B-Free) 인터뷰

비프리(B-Free). 힙합 마니아가 아닌 이상 이 랩퍼(Rapper)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나 *언더그라운드에서는 2장의 EP(Extended Play)와 2장의 믹스테잎(Mixtape), 그리고 2장의 정규앨범 등 많은 작업물을 내놓았으며, 탄탄한 라임(Rhyme)과 가사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랩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외에도 비프리가 유명세를 타는 이유는 우리나라 최초로 음원 판매 사이트의 정액제와 스트리밍 서비스를 거부한 랩퍼이기 때문이다. 비프리를 만나 음원정액제에 대한 생각과 장르뮤지션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Q 음악 활동 이외의 다른 활동을 하시는 게 있나요?


아니요. 저는 정말 음악 작업만 해요. 물론, 놀고 술도 마시고 하지만요. 음악 활동에 있어서는 말 그대로 공연, 프로듀싱(Producing), 랩메이킹(Rap-making) 등 뮤지션으로서의 활동 이외에는 하는 것이 없어요.

Q 순수하게 음악활동만 하면 먹고 사는 데 지장이 없으신가요?


먹고 사는 데 지장은 없지만 힘들긴 해요. 사실 뮤지션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고정수입이 없다 보니 수입이 들쭉날쭉하거든요. 앨범 나오고 한창 홍보하는 기간 동안에는 돈이 많이 들어왔다가도, 또 앨범 작업하거나 하는 기간에는 마땅한 수입이 없는 거죠. 지금 아는 동생하고 서교동에서 같이 살고 있는데 월세가 80이에요. 반씩 나눠내는데, 밥도 먹고, 관리비도 내고, 놀기도 하고, 작업하는데 돈도 들어가고 하다 보면 월세 내기 빡빡한 때도 있더라구요. 제 주위에도 이런 분들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개인적으로 ‘랩 과외’나 아니면 일부 유명한 랩퍼들 같은 경우에는 실용음악학원에서 강사를 하기도 해요. 요즘에는 실용음악학원에서 랩도 가르치거든요. 심지어 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로 일하고 있는 랩퍼들도 있구요. 저는, 학원 선생도 안 하고 과외도 안 하고 있어요. 가르치는 일에 자신도 없고, 제가 누굴 가르칠 실력이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거든요. 그래도 저는 나름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인지도가 있는 편이라서 공연이 많이 없을 때에도 버틸 수 있지만, 인지도가 떨어지는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당장 먹고 사는 게 어려워요.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랩 과외를 하는 친구들도 꽤 있는 거죠. 아니면 아르바이트를 뛰면서 음악을 하는 친구들도 있구요. 인지도 있는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음악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 힘든 게 현실이에요.

Q 음원 정액제와 스트리밍 서비스를 처음으로 거부한 가수로 유명한데요,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하신 건가요?

그 생각이 정확히 들었던 건 첫 번째 앨범을 냈을 때였어요. 사실 첫 앨범 냈을 때 정말 음악만 하고 분배가 몇 대 몇인지 이런 건 거의 신경도 못 썼어요. 그러다 얼마 후에 정산이 돼 저에게 돈이 들어왔는데 문득 이 돈이 어떻게 들어오는지 궁금해졌어요. 그래서 유통사인 ‘힙합플레이야’에 물어봤더니 자세하게 설명해 주더라구요. 듣고 나서는 어이가 없었어요. 제 음악을 파는데 다른 사람이 저보다 훨씬 많이 챙겨간다는 사실에 화도 났습니다. 그때부터 이 제도에 대한 불만은 많았는데, 직접적인 행동에는 망설였어요. 그런데 저와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는 뮤지션들마저 정액제를 이용하는 경우를 많이 보고 나니까, 이렇게 불만만 가지고 얘기만 나눌 것이 아니라 실제 행동에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현재 한국 대중음악의 유통구조 상, 음원정액제가 폐지된다고 해도 아티스트들에게 돌아갈 수익은 크지 않을텐데, 그 점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맞아요. 음원정액제가 폐지되면 사람들이 그만큼 음원을 적게 살 거고, 그렇게 되면 어차피 음원 수익은 거기서 거기겠죠. 제가 겪어봐서 너무 잘 알아요. 그런데 이건 돈을 많이 버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에요. 제가 돈을 얼마를 더 벌고 싶고, 이런 점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제 돈을 훔쳐가는 것에 대한 문제에요. 제가 음악을 열심히 만들었고, 적은 사람에게 팔더라도 제 값을 주고 사갈 사람, 그리고 내 음악의 가치를 알아줄 사람에게 팔고 싶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팔기 위해서 제 소중한 음악을 정말 길거리 붕어빵만도 못한 헐값에 넘기고, 한번 듣고 말아버릴 사람들한테 팔면 기분이 좋겠어요? 돈이 아니라 자존심의 문제인 거죠.

Q 돈벌이가 되지 않아도 힙합을 계속하는 이유와 각오는?


그냥 저는 이 음악을 사랑해요. 힙합뿐만 아니라 모든 음악을 사랑하는 대부분의 뮤지션들이 그러하겠지만, 저에게는 이게 신의 축복이에요. 신의 축복을 저버리는 멍청이가 되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서 정말 열심히 하려고 해요. 사람들이 정말 음악을 가볍게 여기지 않도록 말이에요. 음악에 목숨 걸고 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 정말 멋진 뮤지션들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리스너(Listner)들 또한 뮤지션들을 존중할 수 없고, 그렇게 되면 앨범을 구매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정말 열심히 해서 또 저희에게 영향 받는 친구들이 많이 생기고 그럼으로 인해서 힙합뿐만 아니라 한국 대중음악계의 뿌리가 깊어지고 열심히 음악하는 이들이 대접 받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정리 박형민 기자 parkhm@hgupress.com

*언더그라운드 : 대중문화에 속하지 않고 순수한 목적에서 자신만의 문화를 지향하는 부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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