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원정액제, 계속 이대로 갈 수 있을까

작년 우리나라의 문화는 ‘강남스타일’로 요약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를 강타했던 싸이의 인기곡은 그간 ‘아시아’ 에 국한되었던 한류의 영역을 세계로 넓혔다. 그러나 특이한 점이 하나 있다. 미국의 AP통신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강남스타일’이 발표된 7월 중순부터 작년 12월 중순까지의 미국에서의 음원수익은 약 28억원에 다다랐다. 하지만 같은 때에 대한민국에서 ‘강남스타일’의 음원수익은 고작 6,600만원 가량이었다. 대한민국 노래가 대한민국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음원정액제, 대체 뭐가 문제야?


‘강남스타일’의 국내에서의 음원수익이 미국에서의 수익보다 현저하게 적은 가장 큰 요인으로는 ‘음원정액제’를 꼽을 수 있다. ‘음원정액제’란 음원의 이용량에 관계 없이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정액제를 이용하여 음원을 다운로드 받을 경우에 1곡당 60~120원 꼴이고, 스트리밍의 경우에는 1회당 2~3원의 수익이 발생한다. 국정감사자료에 따르면 곡당 다운로드 최저가가 미국은 791원, 캐나다는 804원, 영국은 1064원이다. 우리나라의 60원과 비교하면 최소 12배 이상의 차이를 보이는 셈이다. 물가가 다르기 때문에 절대적인 비교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해도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기형적인 음원시장의 구조와 유통구조도 수익 차이에 한 몫하고 있다. 서비스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음원사이트에서 한 곡이 다운로드 됐을 때, 일반적인 경우에 멜론(Melon), 엠넷(Mnet)과 같은 유통사가 46%, 제작사가 40%, 저작권자는 9%, 가수는 5%를 받도록 돼있다. 미국의 아이튠즈의 경우에는 유통사 30%, 가수 30%, 저작권자 및 제작자가 30%, 애플이 10%를 가져가도록 되어있다. 같은 가격으로 다운로드 받았을 때에 대한민국과 미국의 수익분배율 차이는 무려 6배다. 거기에 미국의 곡당 다운로드 최저가격이 한국과 12배 가량 차이가 나기 때문에, 총 수익은 무려 70배 정도가 차이 나게 된다.


음원종량제, 그게 최선입니까?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문화종사자들은 음원정액제에 반대하고 있는 것이 현 실정이다. 이에 음원정액제를 반대하는 이들이 대안책으로 제시하는 제도는 바로 ‘음원종량제’이다. 음원종량제는, 이름 그대로 음원을 사용한만큼 그 양에 맞는 금액을 지불하는 제도이다. 위의 내용들만 보면, ‘그럼 바로 음원종량제를 실시하면 될 것 아니냐’라고 반문하겠지만, 음원종량제를 쉽게 실시할 수 없는 몇 가지 이유들이 있다.


첫번째로는, 음원종량제가 다시금 불법다운로드를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과거 ‘소리바다’로 대표되는 불법다운로드 사이트 이용자들을 합법시장으로 인도한 방책이 바로 음원정액제였다. 현재 음원종량제가 시행된다고 한다면, 음원 하나를 구입하기 위한 소비자의 부담은 대략 10배 가량 늘어나게 된다. 그랬을 때, 소비자들은 갑자기 10배로 오른 음원을, 불법다운로드의 유혹을 뿌리쳐가면서까지 구매하지는 않을 것이다.


두번째는, 정액제로 인해 변질돼버린 한국대중음악의 품질 문제다. 음원정액제로 인해 앨범단위의 출시로는 타이틀 곡 이외의 곡으로 크게 이득을 볼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많은 뮤지션들이 무분별하게 디지털 싱글을 발매하고 있고, 그로 인한 공연 및 기타 부수적인 수익을 주목적으로 삼게 되었다. 이른바 *팬덤의 힘으로 이끌고 가는 낮은 질의 노래들이 쏟아져 나오게 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음원종량제로 돌아선다 한들 소비자들이 음악의 질이 높아졌다고 믿고, 더 비싸진 가격에 음원을 구입할 지는 미지수다.


세번째로, 뮤지션들의 양극화 현상이다. 오히려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몇몇 유명 가수들에게로 음원 구입률이 쏠리면서, 사실상 홍보나 기획 면에서 크게 뒤쳐지는 실력파 뮤지션들은 그전보다 더 불리한 상황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은 이유들로 실제로 음원종량제가 시행되었을 때 지금과 비교하여 뮤지션들의 음원수익이 당장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다. 1곡 다운로드당 뮤지션들이 얻는 수익은 크게 증가하겠지만, 그만큼 다운로드 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뮤지션들이 목소리 높여 음원정액제 폐지를 외치는 까닭은 음원정액제가 수익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들의 노래에 대한 가치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곡을 사든 200곡을 사던, 자신이 피땀 흘려 만든 음악을 제 값을 내주고 사가길 바라는 마음에 큰 이익이 되지 않음에도 음원정액제 폐지를 위한 공연도 하고 각종 캠페인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뮤지션들에게 가장 직접적인 도움이 될만한 것은 수익분배의 변경일 것이다. 그러나 당장에는 실현이 힘든 사안인 만큼, 음원정액제의 폐지를 통해 더 나은 문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행동이 필요하다.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돌풍을 일으킨 지금, 전세계는 한국음악에 주목하고 있다. 로또도 1등이 한번 나온 곳에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법이다. 제2의, 제3의 강남스타일을 만들어내기 위해 음원시장의 수익구조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다.

박형민 기자 parkhm@hgupress.com

*팬덤 :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이나 그런 문화 현상을 일컫는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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