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흐름을 바꿔 사회문제를 해결한다

서울시는 지난 2월 ‘서울시 공유촉진위원회’를 출범시키며, 공유도시로의 도약을 꾀했다. ‘공유도시 서울’은 공유경제를 통해 도시문제를 해결한다는 서울시 정책의 일환이다. 공유경제는 이미 전 세계에서 자리 잡은 경제활동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시의 정책을 통해 가장 먼저 소개된 바 있다.

소유’가 아닌 ‘공유’

공유경제는 2008년 미국발 경제위기의 충격 이후 탄생했다. 이는 미국 하버드 법대 로런스 레식(Lawrence Lessig) 교수가 처음 사용한 용어이며, 다양한 재화·서비스를 소유한 개인이 각 재화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공유함으로써 자원활용을 극대화하는 경제활동을 말한다. 공유경제는 재화를 ‘소유’할 때보다 ‘사용’할 때 가치가 발생한다는 발상에 기초해 합리적인 소비를 가능케 한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이는 90년대 경제 살리기 운동 중 하나인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고)의 21세기 진화형으로 볼 수 있다. 또한, 노동교환이라는 전통 공유 방식인 품앗이에 재화라는 요소를 더하고 정보통신을 결합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현재 공유경제가 세계 경제의 큰 흐름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의 재화는 고급화, 다기능화돼 가격이 나날이 치솟고 있다. 반면에 구매자들의 실질 소득은 정체돼 구매 및 소유는 한계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공동소유를 통해 개인소유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필요한 수요를 충족시키는 공유경제가 인기를 끄는 것이다. 정보통신의 발달 또한 이와 관련이 깊다. 최근 IT 및 소셜 네트워크의 발달로 공유에 필요한 정보거래와 신뢰확인 비용이 현저히 낮아졌다. 상호 간 정보 공유로 신뢰를 구축하고 재화를 주고받는 것이 보다 쉬워진 것이다. 그리고 무너진 공동체적 삶을 회복시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도 공유경제가 주목받는 이유 중 하나다. 서울시의 경우, 도시문제 해결에 대규모 자본 투입 대신 공유경제를 주축으로 근본적인 사회문제의 해결을 바란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국의 공유경제, 가능성 보인다

공유경제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지만, 몇 개의 기업은 성공 사례로 꼽힐 만하다. ‘에어비앤비’는 숙박 시설 공유 업체로, 공유경제 사업 모델 중에 대표주자로 손꼽힌다. 빈방을 여행객에게 공유하는 사업으로 시작한 에어비앤비는 짧은 시간 동안 괄목상대할 성장을 기록했다. 이곳에서 현재 중개 되는 공간은 192개국 3만 5000여 개 도시로, 이뤄지는 공유 계약은 2초에 한 건 정도다. 창업자 조 게비아(Joe Gebbia)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매년 샌프란시스코에만 600억 원이 넘는 경제 기여를 하고 있다”며 공유경제 모델이 지역경제는 물론 세계경제를 활성화 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나 ‘공유도시 서울’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논의했다”며 “서울은 밀집도가 높아 다양한 공유경제 모델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환경”이라고 한국의 공유경제 사업 가능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외국에서 성공을 거두는 기업들이 생겨나면서, 우리나라의 토종 공유경제 기업들도 하나 둘 자리 잡고 있는 추세다. 전국 최초로 제주지역에서 카셰어링(Car Sharing) 서비스를 시작한 벤처회사인 ‘쏘카’는 최근 서울지역 진출에 성공했다. 서울시의 ‘승용차 공동이용 활성화 사업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쏘카’는 연회비를 내고 회원카드를 발급받으면 시간당 9,900원(보험료 및 주유비, 세금 포함)으로 자동차 이용이 가능하다. 장시간 이용하면 6,000원 대의 가격으로 렌터카보다 훨씬 합리적인 비용으로 이용 가능하다. 또한, 사회초년생들을 상대로 면접 시 필요한 정장을 대여해주는 ‘열린 옷장’, 소셜다이닝(social dining) 서비스로 즉석 밥 모임을 도와주는 ‘집 밥’ 등도 꾸준히 이용객이 증가하며 국내 공유경제 활성화를 이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공유경제 서비스가 늘어나면서 새로운 산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현행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바로 한국 사회의 법률체계와 경제구조가 공유경제 서비스와 상충하는 부분이 많아 잘못하면 ‘불법 서비스’가 될 수 있어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공유경제는 이미 세계를 변화시키는 아이디어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그 흐름에 발맞춰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해 민간기업의 노력과 국민의 관심, 그리고 정부의 제도적 받침이 절실히 필요하다.

박가진 기자 parkgj@hgupress.com

*소셜다이닝-함께 밥을 먹으며 공통 관심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교류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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