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을 만나다





“휠체어를 보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장애인 마크에도 새겨져 있듯 휠체어는 장애인을 상징합니다. 우리 ‘휠’은 휠체어의 휠이에요” 장애인극단의 의미를 담기 위해 이름으로써 ‘휠’을 사용했다는 그들, ‘장애인문화예술극회 휠’을 만났다.

불어오는 바람이 차갑던 ‘그날, 우리는’


어스름한 새벽빛 같은 푸른 불빛이 무대를비추고 있다. 관객석이 서서히 어두워지면서, 공연은 추운날씨를 알리는 기상예보로 시작된다. 뇌병변장애 2급인 강동갑은 “너무 추워서 미쳐버리겠다”고 소리 지른다. 그가 미쳐버릴 것 같은 이유는 단지 춥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취직 면접에서 또 한 번의 고배를 마셨기 때문이다. 척추장애 6급 6호 왜소증과 시작장애 6급의 중복장애 5급인 서민우 또한 거듭된 취직 실패에 입이 쓰다. 이 둘은 낙심한상태로 한강대교를 걷다가 다리 난간 위에서 내려오지 못하고 있는 새끼 고양이를 발견한다. 그들은 새끼고양이를 구하기 위해 힘겹게 난간을 올랐으나 정작 구하려던 고양이는 너무나도 쉽게 혼자 내려가 버린다. 동갑과민우는 자신들이 세상에서 아무런 쓸모없는 존재가 된 것 같은 허탈감에 빠진다. 이후 이른바 ‘빵 셔틀’로 학교에서 따돌림당하는 자신의 삶을 비관한 17세 소년 최성원이 난간 위로 올라와 자살소동을 벌인다. 그 과정에서그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나누다가 서로의 처지에 공감해 친구가 된다. 그들의 삶 속에서 해결된 것은아직 아무것도 없지만, 그들은 후련함을 느낀다. 서로 간의대화를 통해 살아갈 힘을 얻은 것이다.




<그날, 우리는>은 외부에서 작품 공모를 통해 받은 15개의 장애인 연극 중심사하여 뽑힌 것이다. 이 극은 연출한 이성호 씨는 “서로가똑같지 않아도 되고 서로가 다름을 이해하는 그 순간, 어쩌면 세상은 따뜻해질지도 모른다”며 “우리의 삶이 담담하지 않은 다큐멘터리이듯, 이 극이 우습지 않은 블랙코미디가 되길 바란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휠, 그들이남겨온 바퀴 자국


휠은2001년부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꾸려나가고 있는 문화예술극회이다. 휠의 사명은 ?장애인의 사회적 능력 강화 ?장애인예술가 양성 ?장애인 인식개선 ?자기 역량 강화 등이다. 송 단장은 “장애인들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문화의 취약한 장애인들에게 연극에 직접 참여하는 것을 통해 문화를 주체적으로 이끌어나갈 힘을 불어주고 있다”며 휠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왜 연극을 소재로 택했느냐는 기자의물음에는 “장애를 가지고 있는 나 스스로도 연극을 통해 자신감을 얻었고 그래서 다른 장애인들도 그러길바랐다”며 “연극은 종합 예술적 예술이라 다양한 체험이 가능한데, 장애를 가지고 있는 분들이 연극을 준비하면서 호흡, 발성을 하고많이 움직이면서 자연스럽게 심신이 긍정적 방향으로 변한다”고 연극의 장점을 설명했다. 장애를 가진 배우들이 연기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들을 위한 배려가 극장 곳곳에 돋보인다. 몸이 불편한 배우들도 잘 다닐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하고, 말하는것이 불편한 장애인들을 위해서는 자막을 사용하는 등 연기가 장애에 의해 가려지지 않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이에대해 송정아 단장은 “극단을 꾸려나가는 데에 있어서 경제적으로도 물론 어렵다”며 “하지만 무엇보다 장애인분들이 연극을 하다 보니까 공연장 등 장애인들을위해 갖춰진 시설이 우리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렵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아쉽게도 성미산 마을극장에서 하는 <그날, 우리는>은 11월 21일 막을 내린다. 하지만그들의 전진하는 발걸음은 여전하다. “연말 행사 때의 공연도 앞두고 있고, 내년 해야 할 공연들을 만들고 준비할 계획이다”고 송 단장은 전했다. 연극을 통해 사회적 소외계층의 정서 순화와 소외를 극복하며, 장애와비장애를 넘어서는 공동체적 사회문화 확립을 힘쓰는 그들의 나아갈 길은 여전하다. “움츠린 가슴이여, 푸른 무대에 날개를 펴라!”



조슬기 기자 chosk@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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