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기심의 예방인가 이기심의 발로인가





지난달7일, 서울 왕성교회는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왕성교회의담임목사인 길자연 전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이하 한기총) 대표회장이제 아들인 길요나 목사에게 교회를 세습하기 위한 공동의회를 개최했기 때문이었다. 교회 밖에서는 방인성교회개혁실천연대 집행위원의 1인시위와 이를 저지하려는 교회 관계자들의 실랑이가 벌어졌고 안에서는 교회세습에 반대하는 쪽과 찬성하는 쪽이 갈려 아수라장이 됐다. 결국, 찬성률 70.1%로 안건 통과 기준인 65%의 찬성을 넘겨 안건은 가결됐다.

목사는 교회의 소유자가 아니다


이번 왕성교회의 교회세습 사태는 9월 25일 감리교에서 ‘교회세습방지법’을 통과시킨 지 며칠도 안 돼 나온 결정이었다. 비록 왕성교회는 장로교라이 법안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교회세습방지법이 공감대를 얻고 있던 상황. 교회개혁 논의에 대한 필요성도 등장하고 있던 시기에 왕성교회 사태는 찬물을 끼얹은 격이 됐다. 이로 인해 교회 세습 자체에 대한 비판도거세게 등장하고 있다. ‘높은뜻연합선교회’의 김동호 목사는금란교회의 김홍도 목사가 일간신문들에 “시기가 왜 무서운 죄인가?”라는전면광고를 통해 교회세습을 옹호하자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거의 영적 치매 수준의 발언’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에 멈추지 않고 그는 손봉호, 백종국 교수 등과 함께 ‘교회세습반대운동’을 출범하여 다양한 반대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교회 세습을 반대하는 이들은 한목소리로‘교회의 사기업화’를 비난한다. 교회를 세습하는 이유는 교회를 자신의 소유물로 인식하고 그것을 자식에게 물려주고 싶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대기업들의 세습을 사회에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도덕적으로귀감이 되어야 할 교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떡하느냐 반문한다.

세습이 아니라 정당한 투표의 결과다


그러나 반대로 이러한 교회 세습에 대해지지하는 사람들도 있다. 앞서 언급한 금란교회의 김홍도 목사가 일간신문에 실었던 광고의 요지는 ‘시기심’이다. 전임 목회자는후임 목회자가 자신보다 목회를 잘 이끌어 나가든 그렇지 않든 시기하게 마련이며 이러한 시기의 죄를 범하지 않기 위해 차라리 자기 아들 아니면 사위가후임자가 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길자연 목사와 한기총 현직 대표회장인 홍재철 두 목사가교회 세습을 ‘청빙(請聘)’이라고 해야 한다면서 교회 세습에대한 지지 견해를 밝힌 적도 있다. 또한, MBC의 한 라디오프로그램에서 금란교회의 한 원로 장로인 박종인 씨는 “어떤 재산이나 신분을 대대로 물려받는 것이 세습이다. 그런데 사실상 교회는 정당한 절차를 다 밟고 있다. 어떤 교회도신자 중 65% 이상의 찬성이 없으면 세습할 수 없다. 민주적절차이니만큼 세습이란 말도 어울리지 않는다”며 교회 세습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표명했다. 실제로 논란의 중심이었던 왕성교회에서도 70.1%로 통과 기준 찬성률을넘긴 것처럼 해당 교회 교인들도 큰 지지를 보내고 있다.

문제의 해결은 쉽지 않다. 실제로 종교가 개입된 사회적 문제에서는 그 해결이 지지부진한 경우가 많다. 의견이나뉜 양쪽 모두에서 자신들의 의견을 ‘하나님의 뜻’이라고주장하고 있어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도 마찬가지다.시기의 죄를 예방하기 위해 자식들에게 교회를 물려주는 것이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일인가? 아니면목회자는 교회의 재산이 자신의 소유라는 생각을 버리고 더욱 철저하게 자신의 목회에만 신경을 써야 할까? 그것을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오상훈 기자 ohsh@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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