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 여성경찰서장 김강자 교수를 만나다





대한민국 최초로 여성경찰서장의 자리에 올랐던 김강자 교수(현 한남대경찰행정학과 객원교수)를 만났다. 성매매를 대대적으로 단속해‘미아리 포청천’이라 불렸던 그는 서장 시절부터 끊임없이제한적 공창제를 주장해왔다.

Q 대한민국에서최초의 여성경찰서장이 된다는 것은


우리나라의 여성지위가 지금은 많이 상승했지만 예전의 가부장적인 사회에서는 성차별이 심했어요. 여성이 고위직에 오르기 쉽지 않았고, 공직현장에서조차 여성인권이유린당하는 경우가 많았죠. 양성평등과 관련해 법과 제도가 미흡했고, 관련법이 있더라도 제대로 집행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모성과 여성의 시각으로 사회문제를 바라볼 수 있는사람들이 없다 보니 여성의 입장이 고려되지 않았던 거죠. 그래서 나 자신이 먼저 고위직에 올라 여성을대표하는 눈이 돼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됐어요.

Q 성매매의완전 근절을 주장했었는데, 왜 제한적 공창제를 주장하는 입장으로 바뀌었는지


성매매 단속을 처음 시작했을 땐 성매매가 일절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현장을 경험하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서장이 되고 현장 조사하러 미아리의 집창촌에 갔는데 문이 밖에서잠긴 업소 안에서 울음소리가 들렸어요. 자물쇠를 따고 안으로 들어가서 우는 여성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오늘이 아버지 생신인데 연락조차 할 수 없어 너무 서러워 울고 있대요. 성매매여성은 일반적으로 업주에게 최소 2,000만 원을 빚지고 일을 시작하는데, 그들이 빚을 안 갚고 도망칠까봐 업주가 가둬놨던 겁니다. 원래 성매매의조건으로 받은 돈은 불법행위의 대가여서 법적으로 무효인데도 불구하고, 그 당시에는 업주도, 여성들도 이 법을 잘 몰랐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비인격적인 사례가 많았죠.


갇힌 여성들을 다 풀어주고 빚이 무효라는 것을 알려줬는데도 100여명만이 그곳을 떠났어요. 빚이 없는데도 집창촌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알고자 1:1 면담을 했고, 이를 통해 들은 그들의 이야기는 정말 눈물겨웠습니다. 식당이나 공장에서 일하는 것으로는 도저히 생활비를 충당할 수 없었기에 살아남기 위해 성매매를 했던 거예요. 이때부터 성매매에 대한 생각을 바꿨어요. 경찰로서 성매매 여성들의고통을 몰랐던 것이 부끄러웠고, 이 여성들의 생계 보장은 못 할 망정 먹을 길을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죠.

Q 그렇다면, 제한적 공창제란 무엇인가


성매매에는 개방형과 음성형이 있어요. 일정한 장소에 모여 대놓고 성매매하는것을 개방형이라 하고 마사지, 노래방, 조건만남과 같이 음지에서일어나는 성매매를 음성형이라고 합니다. 제한적 공창제는 개방형 성매매에 적용되는 것이에요. 생계형이 아닌 불순 유흥 목적을 지닌 음성형은 철저히 단속해서 근절시켜야 합니다.


또, 우리나라는 성숙한 성문화가 필요해요. 프랑스와 이탈리아를 보면 기초생활보장이 잘 돼 있어 여성들이 돈을 벌기 위해 성매매하는 것도 드물고, 개인 성적 파트너가 있으면 성매매를 하지 않아요. 하지만 우리나라는현재 기초생활보장도 잘 마련돼있지 않을뿐더러 성문화도 미성숙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실정의 맞는 법을시행하기 위해 과도기적인 대안으로 제한적 공창제를 제안한 거죠. 공창을 운영하는 동시에 생계형으로 성매매를하는 여성들이 ‘탈성매매’를 할 수 있도록 교육지원 또한필요해요.

Q 최근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성범죄에 대해서 그리고 제한적 공창제가 성매매를 줄일 수 있을 것인지


제한적 공창제가 성폭력을 줄일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현재의우리 사회에서 성매매를 못하게 막는다면 성적 소외자이면서 성 욕구가 강하고 자제력이 약한 사람은 자신들의 성욕을 어느 곳에서도 해결하지 못해 성폭력가해자가 될 가능성이 있거든요.


최근에 성폭력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달라지면서 자주 언론에 기사화되고 신고율이 높아졌을 뿐, 성범죄는 옛날과 방법도, 빈도수도 비슷해요. 성범죄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면서 임기응변식의 대책들이 나오고 있는데, 성범죄들을줄이기 위해서는 각 부서가 서로 연계해서 정부 차원에서 중장기적인 예방책을 세우고, 바른 성문화 교육과성폭력 피해 예방 교육을 시행해 성에 대한 사회 전반적 인식을 바꾸어야 해요.

성매매는 사람의 성(性)을 사고파는 비인간적인행위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용인되고 있다. 김 교수가 주장하는제한적 공창제라는 것도 어쩌면 현실 속에서 악과 타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것이 바람직한 성 문화이며, 또 이러한 성문화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성은아름다운 하나님의 선물로써 생리적 욕구이면서 최고의 열락을 주며, 생명의 탄생까지 선사합니다. 이러한 성을 천박하게 여겨서는 안 됩니다”고 말한 김 교수의 음성이귓가에 맴돈다.



정리 조슬기 기자 chosk@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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