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에 긍정적, 그러나 여전히 고쳐야 할 대상으로 여겨





영화나드라마를 보면 극 중 방언을 쓰는 사람들의 직업이 조폭 또는 식모인 경우가 다반사다. 가끔씩은 우습거나모자란 역할을 맡은 사람들도 주로 방언을 사용한다. 우리는 방언을, 방언을사용하는 사람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오늘날 방언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이러한 현상을 일으키는 요인에대해 알아봤다.

사투리?써도 괜찮아, 그래도 나는 표준어!


2010년 국립국어원에서 실시한 ‘국민의 언어 의식 조사’에 따르면, 평소 생활할 때 사용하는 언어가 표준어라고 답한 사람이 38.6%였다. 2005년에 실시한 같은 조사에서 47.6%가 표준어를 사용한다고 답한 것에 비해 낮아진 수치다. 또한, 방언 사용자들이 방언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이라는 의견이 62.0%, 부정적이라는 의견은 6.7%로 나타났다. 2005년에 실시한 조사에서 ‘긍정적’이라고 답변을 한 사람이26.3%인 것을 고려하면 방언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월등히 높아졌음을 알 수 있다. 이는사회적으로 다양성을 강조하면서 방언도 우리말의 일부라는 인식이 확대된 것을 보여준다. 게다가 2005년에는 ‘표준어와 방언을 구분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47.8%로 가장 많이 나타난 것에 비해 2010년에는 ‘표준어든 방언이든 어느 것을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의견이 31.5%로 가장 많았다.표준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인식이 몇 년 사이에 많이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이러한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취업에 있어서 방언은 여전히 고쳐야 할 대상으로 여겨진다. 방언을 사용하는 취업준비생 중 대다수가 방언 사용 여부를 취업의 당락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취업준비생을 위해 방언을 교정해 주는 스피치 학원이 급증하는가 하면 부산 소재의 부경대학교는 작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재학생들의 취업 역량 강화를 취지로 ‘표준어 구사능력 향상 과정’이라는 수업을 진행했다. 표준어를 배우는 것을 넘어서 자신감 향상, 취업 등을 이유로 방언을교정하고 있는 것이다.

표준어와 방언,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나


우리는왜 방언을 고쳐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걸까. 이는 우리나라의 표준어 위주 정책에서 기인한다. 서구의 표준어는 민족국가의 탄생과 맞물려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반면, 우리나라는근대 이전까지 공식적인 문서나 공식 석상에서 한글이 아닌 한자만을 사용했다. 또한, 근대로 접어들자마자 일본의 식민지가 돼 언어 표준이 형성되기 어려웠다. 이러한상황에서 일부 학자들을 비롯해 당시 엘리트들은 표준어를 만들기 위해 의식적으로 움직였다. 이를 바탕으로1933년 조선어학회가 ‘한글 맞춤법 통일안’을 발표했고 표준어를 ‘대체로 현재 중류 사회에서 쓰는 서울말로 한다’고 규정했다. 이어 한글 맞춤법 통일안과 ‘한글 맞춤법 통일안 해설’을 바탕으로 1936년 표준어가 제정됐다.


그러나당시 표준어는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서구의 표준어와는 너무나도 다른 조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고 서구의 선례만을 좇은 것이었기 때문에 그에 따른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표준어가 규정되던 당시 1933년서울 인구는 약 20만명이었고 우리나라는 중류층이 상당히 얇았기 때문에 ‘중류 사회에서 쓰는 말’을 표준어로 규정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국어학자 홍기문은 “수도말이 지방말보다 범위가 넓은 것도 아닐뿐더러 항상 우수한 것도 아니다. 사회의대다수인 노동 계급 혹은 농민 계급의 말 즉, 하류사회의 말이 배제됐다”고 비판했다. 또한, 표준어의성급한 제정보다는 지역 방언, 계급 간의 언어 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대에들어서면서 문교부는 1988년 ‘표준어 사정 원칙’에서 표준어를 ‘교양 있는 사람들이 두루 쓰는 현대 서울말’로 규정했다. 이후 ‘교양있는’이라는 표현이 논란의 중심이 됐다. 지난 2006년에는 지역 말 연구모임인 ‘탯말두레’에서 ‘서울말만 사용토록 한 표준어 규정과 표준어로 교과서를 만들도록한 국어기본법은 행복추구권과 평등권, 교육권을 침해한다’며헌법소원을 냈으나 헌법재판소는 “서울이 갖는 역사적 의미와 문화를 선도하는 점, 사용 인구가 가장 많은점, 지리적으로 중앙에 있는 점 등에 비춰볼 때, 서울말을표준어로 삼는 것이 기본권을 침해한다 하기 어렵고 서울말에도 다양한 형태가 있으므로 교양 있는 사람들이 사용하는 말을 기준으로 삼은 것은 합리적”이라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또한, 표준어 규정과 서울 중심의 사고가 퍼지면서 표준어를 사용하는 것에 있어서는 좋은 인식을, 방언을 사용하는 데에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됐다. 이러한 인식이사회 전반에 걸쳐 형성되면서 오늘날 취업 등에 있어 방언을 고쳐야 할 대상으로 여기게 된 것이다.

경북대학교국어국문학과 이상규 교수는 MBC 다큐멘터리 ‘사투리의 눈물’에서 “다른 언어에 비해 우리의 표준어 정책은 대단히 폐쇄적”이라며 “표준어를 해체하자는 것이 아니라 표준어의 영역을 좀 더 넓혀줌으로써다양한 방언들이 소통언어로 활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방언을단지 표준어가 아닌 말로 볼 것인지, 또 하나의 소통의 장으로 볼 것인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



김진주기자 kimjj@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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