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네 방언의 역사와 아름다움 알아보기





“확마, 궁디를 주 차삐까” 지난 2월까지 서울에 사는 시골 사람들의 해프닝을 그린 KBS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에서 나온 말이다. 최근 들어 방언을 소재로 하는 방송이늘어나는 것을 보면 방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글날을 맞아 우리말의 하나인방언의 시작부터 현재까지에 대해 알아보고 우리가 살고 있는 경상도의 방언에 대해 집중적으로 탐구해봤다.

방언,그 시작은 어딘교?


현대국어는 일반적으로 평안도방언(서북방언), 함경도방언(동북방언), 중부방언, 전라도방언(서남방언), 경상도방언(동남방언), 제주도방언으로 나뉜다. 이와 같이 큰 강이나 험준한 산맥 등으로인해 지역 간에 왕래가 불편하거나, 거리가 멀지 않더라도 행정구역이나 경제권이 다르면 서로 다른 지역방언이형성된다.


중국의삼국지나 위지 동이전은 삼국 성립 이전의 한반도와 그 주변 지역의 언어를 약간 언급하고 있다. 만주일대와한반도의 북부에는 북방계 한어 즉, 부여어(부여어, 고구려어, 옥저어, 예맥어)가, 한반도 남부에는 삼한어라고도 불리는 남방계 한어(진한어, 변한어, 마한어)가 분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역사시대에 접어들어서는 고구려와 백제, 신라의 세 언어가 서로 대립되기 시작한다. 북방계 한어는 고구려어로, 마한어는 백제어, 변진어는 신라어로 통일돼 한반도 내에서 각 언어가대립됐다. 한 예로 촌락, 마을을 뜻하는 말을 고구려어는 ‘골’, 신라어는 ‘-울’, 백제어는‘-부리’로 각각 다르게 사용한 것은 각 언어가 대립됐음을잘 보여주고 있다.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뒤에는 ‘-울’ 형이 확대되면서 백제어의 ‘-부리’는자연스럽게 자취를 감추게 됐다. 이후 고려 시대부터 조선 중기까지의 중세어 시대에 들어서면서 이전과는달리 중부방언이 발달됐고 이는 17세기에서 개화기까지의 근세어의 분포로 이어졌다. 태백산맥의 큰 줄기가 백두산으로부터 이어져 경상도까지 크게 금을 그어 각 지역 간의 왕래가 어려워졌을 뿐 아니라개성과 한양이 수도로 정해지면서 중부방언이 정착하고 그 세력이 커지게 된 것이다. 중세어 시대에 들어서정해진 이러한 방언분포는 근세어를 지나 오늘날까지 이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경상도 방언에 깊이 빠져보다


그렇다면오늘날 서울 방언이 표준어로 사용되는 것처럼 통일신라시대에는 경주방언이 표준어로 사용되고 서울 방언은 한 지역방언의 위치에 있지 않았을까? 소위 한때 잘 나가던, 그리고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경상도 지역방언의 특징에 대해 알아보자.


우선, 경상도 방언에는 성조가 남아있다. 성조는 성대의 긴장을 수반하는피치의 울림을 의미하는데, 이는 악센트나 말의 길이에 영향을 줘 언어의 변별력을 높인다. 부산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이근열 교수는 MBC 다큐멘터리 ‘사투리의 눈물’에서 “경상도사람들은 이미 머릿속이나 언어 구조 속에 높낮이의 구별 능력이 내재돼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다른 방언 사용자들과 달리 경상도 방언 사용자는 ‘2의 E승()’과 ‘E의 2승()’을 말할 때 알파벳 E에 악센트를 줘서 숫자 2와 구분한다. 이는 길이로 의미를 변별하는 서울 방언에 비해 성대를 많이 사용하는 경상도 방언의 변별력이 더 높음을 보여준다.

또한, 경상도 방언은 경제적, 효율적으로 발음하기에 유리할 수 있다. 경상도 방언은 앞의 받침 ‘ㅇ’과뒤의 자음 ‘ㅇ’이 중복될 때, 받침으로 사용되는 ‘ㅇ’을생략한다. 예를 들어 ‘정강이’는 ‘정개이’, ‘곰팡이’는 ‘곰패이’, ‘쌍둥이’는 ‘쌍디’로 발음한다. 게다가 ‘김치’를 ‘짐치’, ‘기름’을 ‘지름’이라고 발음하기도 한다. 김치를발음할 때 ‘ㄱ’은 입 안쪽에서 나는 소리지만 ‘ㅈ’과 ‘ㅣ’는 입 바깥쪽에서 소리가 나기 때문에 더 경제적으로 발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경상도 일부 지역에서는 ‘쌀’을 ‘살’로 발음하는 등 ‘ㅆ’ 발음이 되지 않는 방언 사용자를 종종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대체로두 가지의 견해가 있는데 우선, 된소리는 예사소리에서 발생하지만, 경상도 지역에서는 ‘ㅆ’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의견이 있다. 예사소리인 ‘ㅅ’이 된소리인 ‘ㅆ’이 되기 이전의 상태에서 그대로 경상도 지역에 남아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견해로는 중세나 근대까지는 ‘ㅅ’과 ‘ㅆ’을 변별해서 사용했지만 어떤 이유에 의해 ‘ㅆ’이 소멸돼 오늘날과 같이 변별하지 않고 사용하게 됐다는 의견이있다. 경상도 방언자료문헌에 의하면 어휘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17세기 이후에 ‘ㅆ’이 발생된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ㅆ’이 사용된적이 없는 ‘삶다’가 경상북도 북부지역의 방언자료인 ‘규곤시의방’에 의하면 ‘쌂다’로 기록돼 있는 등 ‘ㅆ’이사용되다 소멸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19세기 이후실제 소리를 반영한 문헌이 보이지 않아 오늘날 어떤 이유로 소멸됐는지는 알 수가 없다.


이밖에도 경상도 방언은 오랜 시간 축적된 다양한 어휘를 가지고 있다. 표준어는 ‘매우, 몹시, 아주, 너무’ 많다고 표현하는 반면 경상도 방언은 ‘억수로, 한거석, 허들시리, 천지삐까리로, 몽창시리, 한빨띠, 대끼리, 댓바이’ 많다등 그 표현이 매우 풍부하다. 또한, 경상도 방언 중에서‘씨부리다’라는 어휘는15세기에 사용하던 ‘말하다’의 의미를 가진‘히부리다’라는 말에서 이어진 것으로, 단어가 오랜 시간에 걸쳐 전해져 왔음을 보여준다. 시간이 지나면서‘ㅎ’이 ‘ㅅ’으로 바뀌게 됐고 된소리가 돼 오늘날의 ‘씨부리다’가 된 것이다.

경상도 지역 방언뿐 아니라 우리나라 각 지역 방언은 오랜 시간에 걸쳐 오늘날까지 이어져왔다. 그만큼 방언은 우리 조상들의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소중한 것이다. 한글날을 맞아 우리가 항상 사용하고 있는 우리의 말을 다시 한번 돌아보고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것을 어떨까.



김진주 기자 kimjj@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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