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미터 상공에서 느끼는 짜릿한 자유



이윤청 사진기자


남태평양의 작은 섬 펜테코스트의 원주민들이 행하던 ‘골(Gol)’이라는 의식에서 유래한 번지점프의 번지(Bungee)는 원주민들이의식 때 사용했던 열대덩굴의 이름이다. 원주민 소년들은 칡의 일종인 이 덩굴을 엮어 만든 줄을 발목에묶고 그들의 담력을 시험하기 위해 30미터 나무 탑에서 뛰어내렸다. 가까스로땅에 닿지 않고 살아남으면 소년들은 부족의 성인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렇듯 높이에 대한 인간의공포에 스스로 도전하는 번지점프는 뉴질랜드에서 시작해 오늘날 대표적인 익스트림 스포츠의 하나로 자리잡았다. 그짜릿한 경험을 체험해 보기 위해 본 기자가 직접 번지점프장을 찾았다.

결심했다면준비는 철저하게


충북 제천에 위치한 청풍랜드의 번지점프대는 지상 62미터로국내에서 가장 높은 강원도 인제 내린천 번지점프대에 비해 1미터 낮다.참고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번지점프대는 미국 콜로라도주 로얄 협곡 현수교의 점프대이며 그 높이는 무려 321미터에 이른다. 국내 번지점프의 이용료는 보통 3~4만원인데 이 가격 안에는 안전사고에 대비한 보험료가 포함돼 있다. 이용권을구매하고 준비실로 들어가면 먼저 서약서를 작성하게 된다. 전세계적으로 공통된 내용을 담고 있는 서약서에는안전요원의 지시에 충실히 따를 것이며 불필요한 행동을 하지 않겠다는 항목이 명시되어 있다. 서약서 서명후에는 이용자의 체중을 잰다. 이용자의 체중에 따라 점프 시 사용되는 코드*가 다르기 때문이다. 체중에 따라 카드를 부여 받은 후 하네스(Harness)라고 불리는 안전장비를 착용한다. 하네스의 착용상태를점검한 후 이용자들은 무리를 지어 안전요원에 안내에 따라 타워의 정상으로 오르는 엘리베이터에 탑승한다. 그안에서 설렘 반 초조함 반의 시간을 보낸 뒤 드디어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린다.

High~High!I’m so high!


눈앞에 청평호의 장관이 펼쳐졌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길 여유는 없다. 실제 위에서 느끼는 높이가 상상했던 것 훨씬 이상이기 때문이다. 안전요원들이하네스와 코드를 연결하자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몸도 굳어버린 듯 좀처럼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지시에따라 겨우 점프대 위에 선다. 고민할 시간도 없이 안전요원은 안전대를 잡고 있던 손을 머리 위에 올리라고지시한 뒤 바로 카운트를 시작한다. “5! 4! 3! 2! 1! 번지!”숨을 멈추고 용기를 내어 힘찬 도약과 함께 점프대를 떠난다. 점프 직후에는 하늘에 떠 있는가싶다가 이내 무서운 속도로 지상을 향해 곤두박질 친다. 대략 3초정도의 자유낙하 후 자칫 지면과 충돌할 것 같아 눈을 질끈 감고 외마디 비명을 지른다. 그 순간 두발목에 강한 압박을 느끼며 낙하속도가 줄어든다. 그리곤 어느새 하늘로 다시 솟구쳐 오른다. 최고점에 이르며 일시적으로 공중에서 무중력 상태에 놓이며 세상이 모두 정지한 듯한 착각이 든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고 하늘 위에 나 혼자 떠 있다는 자유로움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짜릿함을 느낀다. 그리고 서서히 몸이 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며 다시 추락한다. 완전히멈출 때까지 약 7~8회의 반동이 반복된다. 반동이 멈추면인공호수에서 대기하고 있던 안전요원이 보트를 타고 다가와 거꾸로 매달려 있는 이용자를 코드에서 분리시키고 뭍으로 이동한다. 준비실로 다시 돌아와 착용하고 있던 하네스를 분리하면 모든 과정이 끝난다. 묵직한성취감이 느껴진다.

번지점프는 생각만큼 위험한 스포츠는 아니다. 청풍랜드의한 관계자는 “점프에 사용되는 코드는 정해진 횟수 및 기간 후에는 무조건 폐기 처분한다”며 “또한 코드 안에는 고무가 끊어지더라도 이중으로 안전장치가 돼있어사람이 추락할 위험은 거의 없으며, 설사 추락한다고 하더라도 인공호수가 있기 때문에 생명에는 지장이없다.”고 밝혔다. 더 안전한 이용을 원한다면 사전에 해당업체가정기적으로 소방방재청의 안전점검을 받고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좋다. 삶 속에서 주저하고 있는 일이있을 때 먼저 자신의 공포에 맞서 도전해 볼 것을 추천한다. 극한의 공포를 극복할 때 느끼는 쾌감과성취감이 새로운 도전에 대한 용기로 돌아올 것이다.

*코드: 번지점프에 사용되는 천연 생고무 재질의탄력 있는 줄.


청풍랜드 ☎043-648-4151


김호민 기자 kimhm@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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