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진제’를 둘러싸고 공방 벌어져





지난 9월 6일 '전기 요금조회'가 국내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 1위 자리를 차지하며,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은홈페이지가 다운되고 문의 전화가 폭주하는 등 몸살을 앓았다. 올해 폭염으로 인한 전기 사용량의 증가가요금 폭탄으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전기 요금 폭탄' 문제는 폭염으로 가정용 전력 수요가 크게 늘었고, 누진제로 인해전력사용량 증가율보다 큰 폭으로 전기 요금이 상승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다.

누진제, 무엇이 문제인가


전기누진제는 1973년 석유파동을 계기로 전기소비 절약 유도와 서민층 보호를 위해 도입된 제도다. 석유파동으로 요동치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정부는 에너지 비용에 대한 인상과 더불어 에너지 소비가 많은 가구에페널티를 부과하는 누진제를 도입했다. 누진제는 주택용 전기 요금에만 적용되며 현재 한전은 이를 6단계로 세분화해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누진제가 전력사용량이 증가하는 현 추세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누진제는 1973년 첫 도입 후 국제유가와 전력수급여건에 따라 개정을 거듭해왔기에 40년전제도를 그대로 적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행 제도가 가전기기 보급 확대 및 대형화에 따른전력사용량 증가 추세를 반영하지 못한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실제 가구당 월평균 전기사용량은 1998년 163kWh에서 2011년 240kWh까지 올랐다. 현행 누진제로 평균 3단계는 기본으로 적용 받고 있다는뜻이다. 또한 전기 사용량이 300kWh 이상인 전력 고(高)소비 가구도 1998년5.8%에서 지난 해 33.2%로 급증하면서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전기사용량이 100kWh미만일 때는 kWh당 57.9원이 적용되지만 500kWh 이상은 677.3원의 요금이 부과돼 최저와 최고 구간의 요금이 11.7배나차이 나는 것 또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일본은 3단계, 미국은 2단계를 적용해 최저와 최고 간의 요금 차이가 1.5배 이하인 것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 누진제의 단계별 요금의격차는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크다. 전기 소비량이 늘어난 것에 비해,터무니 없이 요금이 많이 나왔다는 불평이 쏟아지는 요금 폭탄 사례는 이처럼 큰 누진율과 관련 깊다.

주택용 전기 요금이 산업용 요금의 빈자리를 메운다?


누진제에 대한 불만이 늘어나자, 한전은 현재 6단계인 누진제를 3단계로축소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지식경제부(이하 지경부)에서논의된 바가 없다고 해 논란이 됐다. 17일 지경부는 "서민층보호와 전력 과소비 억제, 전력수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올해는 개편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그 동안의 전기 누진제 논란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전기 누진제를두고 낮은 가격에 공급되는 산업용 전기 요금의 부족분을 주택용에 누진제를 적용해 요금을 높여 보상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을 한다. 주택용 요금의 부담을 줄이고 대신 산업용 전기 요금을 인상하거나 누진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잇따라 제기됐다. 지경부는 "전기요금은 전기사용 특성에 따라 원가가 상이하며공급원가 대비 판매 단가를 의미하는 원가회수율이 요금수준을 판단하는 지표로 사용된다"며 "최근 조정을 통해 주택용 전기의 원가회수율이 산업용 전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아졌다"고 해명했다. 전기는 사용 특성에 따라 원가가 달라지는데, 예를 들면 일반적으로 ▲사용 전압이 높을수록 ▲부하율이 높을수록 ▲최대전력이 집중되는 시간대에 사용량이 적을수록공급원가가 낮아진다. 때문에산업용과 주택용의 전기 공급 단가보다 원가 대비 전기 요금이 얼마인지 알려주는 원가회수율을 통해 두 요금의 합리성을 비교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가회수율로 비교했을 때, 산업용 전기의 원가회수율이 주택용보다높아 산업용 전기 요금의 부족분을 주택용으로 보상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이 지경부의 설명이다. 또한 "산업용 등은 업종별 특성에 따라 전기사용 규모와 사용형태가 크게 달라 누진제 적용이 어렵기 때문에 누진제 대신 계절별?시간대별 차등요금제 등을 통해 전력 수요관리를 유도하고 있다"며 산업용전기 요금에 누진제 적용이 어려운 이유를 설명했다.

지경부는"제도개편은 누진구간 및 누진율 설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누진제를대폭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경우, 사용전력량이 많은 가구의 부담은 감소하지만 적은 가구의 부담은 증가하게된다"며 누진제 개편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국민들의 평균 전기 사용량이 늘어난 지금, 적정 전력량을 높이거나 누진 구간을 늘려 과도한 요금 부과는막아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저소득층을 보호하고 전력 소비의 낭비를 막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진누진세가 '덤터기'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는 현 실정에 맞는정부의 개선안이 필요하지만, 국민들의 전기 사용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적정 사용량을 지키려는 노력도절실하다.



박가진 기자 parkgj@hgupress.com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