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치유의 장, 부산성폭력상담소




성폭력의 건수가 많아지고 성에 대한 의식이 변화해가면서 성상담소를 찾는 사람이 이전에 비해 현저히 늘었다. 이에 여성가족부에서는 상담소를 비롯하여 보호시설, 자활지원센터 등을확충하기 위해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약 10년동안 부산에서 성폭력 근절을 위해 노력해온 부산 성폭력 상담소를 찾았다.

처벌보다는 치유에 목적을 두다


1992년에 설립이 되어 지금까지 운영된 온 부산 성폭력 상담소는현재 3명의 성폭력 상담원과 자원 봉사자들로 구성돼있다. 이들은특별한 상담자격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여성가족부에서 지정한 교육시간과 프로그램을 이수하여 상담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아 활동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성폭력 관련 상담자격증이 따로 없으며 성폭력 범죄 처벌 및 피해자 보호대에 관한 시행 법칙에의거하여 2011년부터는 지정된 교육프로그램을 100시간받아야만 상담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또한, 피해자와가해자 모두를 위한 상담 프로그램이 마련돼있다. 피해자는 언제나 와서 상담을 요청할 수 있으며 개별상담과그룹상담을 받을 수 있다. 개별상담은 1:1 상담을 통해서최대한 피해자의 비밀을 보장한다. 그룹상담은 개별상담 8회가끝난 후에 5~6명이 모여서 대화를 통해 나누며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돕는다. 피해자의 경우 법적, 심리적, 의료적지원과 의료적 부분에서의 1인 최대 500만 원까지의 정부의지원을 받을 수 있다. 가해자의 경우 피해자의 동의를 받아서 상담을 받을 수 있지만, 찾아와서 상담을 요청하는 가해자는 많지 않아 상담소에서는 교도소에 찾아가 가해자들을 위한 재범을 예방을 위한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우리들의 ‘일상적인’ 이야기


부산 성폭력 상담소에서는 한국 성폭력 상담소의 주최로 매년 열리는 ‘성폭력생존자 말하기 대회’에 참가를 해왔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것 중 하나는 성폭력 피해자를 생존자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는 그동안 수동적이고 약한 존재로서의 고정된피해자 상을 벗고 자신의 삶이 직면한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하며, 주체적 존재로서 바라보기 위함이다. 둘째는 자신의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지지와 격려를 받아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고받는 자리인 것이다. 생존자의 말하기는 언어적 표현(말하기, 시 낭독 등) 물론, 예술적, 문화적 표현(퍼포먼스, 연극, 음악 등)을 모두 포함한 것으로,집단상담 및 예술 치료적 영역이 결합된 문화적 치유의 장이라 할 수 있다. 이 대회는 피해자에게자신의 이야기가 함부로 다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주변의 이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또한, 대회의 의미를 넘어서 개인과 주변인들, 사회가겪어 온 문제를 함께 나눠, 보다 모두가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준다.

부산 성폭력 상담소 조주인 교육팀장은 “피해자가 원할 때 얼마든지상담을 해주고 싶다”며 “국가에서 각 상담소에 상담원을 더많이 받을 수 있도록 개정을 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정부에서는좀 더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예산과 지원을 늘려서 많은 피해자들이 제대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더는 성폭력을 삶과 동떨어진 특별한 일이 아닌 보다 일상 속의 문제로 인식하여 피해자를 변화 가능한 주체로받아들이려는 자세가 요구된다.



김지혜 기자 kimjh@hgupress.com

저작권자 © 한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