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성폭력상담소 조주인 교육팀장의 경험을 나누다





태풍이 부는 궂은 날씨에도 한 명의 피해자라도 더 치유해주고자 상담소를 지키고 있던 부산성폭력상담소의 조주인교육팀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그녀는 현 성범죄의 주소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언론을 통해 걸려진 이야기가 아닌 그들의 진짜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심각한사회적 문제로 대두되는 성폭력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우리 사회는 부지중에 성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립니다. 범죄의피해자인 여성에게 ‘좀 일찍 다니지 그랬니’ 혹은 ‘왜 이렇게 짧게 입었니’라며 혀를 차곤 하는데, 이는 도둑질 당한 피해자한테 ‘돈을 통장에 넣고 다니지 그랬니’하는 것과 같습니다. 범죄의 원인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돌려자책감을 갖게 하는 잘못된 사회적 통념인 것이죠. 제가 생각하기에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힘과 권력에있어요. 대게 가해자들은 피해자보다 힘과 권력이 셉니다. 남녀의물리적 차이나 회사 내의 직급 차이, 어른과 아이 사이의 힘의 차이가 야기하는 약자에 대한 강자의 범죄인것이죠.

Q 최근언론의 성폭력 사건을 보도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언론에서 사건을 보도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하는 말들이 너무 많은 것 같아요.사건의 전말을 설명하는데 피해자가 어떤 사람인지, 그의 가족이 그 시간에 어디에서 무엇을하고 있었는지 알릴 필요가 있을까요? 또 사람들의 흥미를 자극하기 위해서 사례를 중심으로 기사를 작성하기도하고, 선정적이고 집중적인 보도를 하기도 하는데, 이는 모방범죄를비롯한 다양한 성폭력사건을 유발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자살률이 높기로 유명했던 핀란드는 조기에 자살을예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마련함과 동시에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자살 관련 기사를 자제하였고, 결과적으로자살률을 낮추었습니다. 이렇듯 언론이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은 큽니다.

Q 성폭력을방지하기 위해서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습니까


성폭력을 사전에 예방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피해자가 성폭력 피해를 막고자 시간과장소를 주의한다 하더라도 범죄자가 마음을 먹고 성폭력을 하려고 한다면 막을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따라서교육과 인식의 개선을 통해서 피해를 조금이나마 줄이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성폭력예방에 초점을 맞추는교육보다는 성폭력 사건 이후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 방안, 또 성폭력을 했을 경우 어떤 처벌을 받는지등에 대한 교육도 활성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단위의 노력과 정부의 공익광고, 교육 등을 통하여 성폭력 편견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Q 성폭력피해자에 대한 바람직한 태도는 무엇일까요


성폭력 사건은 이상하게도 범죄 중 유일하게 ‘피해자가 비난 받고 부끄러워하는범죄’입니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반별강의 중 ‘역할놀이’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등 뒤에 직업 및 역할을 붙이고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을 통해 자신이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알아맞히는 프로그램입니다. 한 학생이 ‘성폭력피해자’역할을등에 붙이고 있으니 다른 학생들이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불쌍하다’와 같은 말을 하더군요. 저희는 매우 놀랐습니다. 사람들의 성폭력에 대한 일방적인 인식은 피해자들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기게 됩니다. 성폭력은 교통사고처럼 누구에게 언제 어떻게 발생할지 모르는 사고와 같습니다.성폭력 사건을 겪더라도 잘 살 수 있습니다.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한 번 더 생각해 보는자세가 필요합니다.

Q 쉽게상담소를 찾지 못하거나, 찾아오기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성폭력’이라는 상담소의 명칭이 거부감을 일으켜 쉽게 찾아오기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사람들의 시선이 두려워 차마 오지 못하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성’이 부끄럽고창피한 것이라는 우리나라의 폐쇄적인 인식에서 비롯됐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아셔야 할 부분은 폐쇄적인사회의 인식이 잘못된 것이지 피해자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잘못된 가치관으로 무심코하는 타인의 이야기에 상처받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성폭력은 100% 가해자의잘못입니다. 단 1%의 죄책감도 가지실 필요가 없습니다. 사고를 당하고 나면 상처를 치료하듯이 성폭력을 당한 후는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야 합니다. 상담소를 병원을 찾는 환자와 같은 마음으로 ‘당당하게’ 찾아주세요.




정리 김지혜 기자 kimjh@hgupres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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